시간은 부족했지만, 먹을 건 충분했다
김포공항 도착은 오전 11시 30분.
우리의 약속 시간은 오후 1시.
공항에서 약속 장소까지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한 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있으니, 충분히 맞춰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미션이 있었다. 이 공룡 같이 무거운 노트북 두 대와 캐리어, 그리고 십 년 만에 면세점에서 산 (무려 신랑이 사준!) 선물을 보관할 곳을 찾아야 했다. 금요일의 서울 지하철을 이 짐들과 함께 누비는 건 상상도 하기 싫었다.
“김포공항 국내선 출발 2층, 에스컬레이터 옆에 사물함이 있대!”
호기롭게 정보를 찾아낸 나는 신랑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짐을 끌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코인라커가 보이지 않는다. 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전혀 모른다는 눈치.
이런 순간이 제일 난감하다. 굳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기꺼이 정보를 찾아봤는데, 그 정보가 틀렸을 때 발랄했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흐르는 살얼음판 모드로 전환된다.
신랑이 약간 싸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제대로 본 거 맞아?”
쳇. 몰라 나도. 이미 나는 빈정이 상했다.
어쨌든, 잘못된 정보는 접어두고 김포공항역에 있는 사물함을 이용하기로 했다. 문제는… 시간이 벌써 10분이나 흘렀다는 것!
발걸음이 빨라졌다. 말없이 저벅저벅, 바쁘게 걷는다. 십오년 넘은 자줏빛 캐리어는 바닥과 마찰하며 전투기 같은 굉음을 냈다.
드디어 지하철역에서 코인라커 발견! 황급히 짐을 집어넣고 지도를 확인한 후 지하철을 탔다.
“좋아, 10분 정도 여유 있겠네.”
겨우 한숨 돌린 순간, 부동산에서 문자가 왔다.
“주인분이 일이 늦어져서 30분 정도 약속 시간이 미뤄져도 될까요?”
흠… 되긴 하는데, 그러면 30분 만에 계약을 끝내고 2시까지 출발해야 사천행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꽤 빠듯한 일정. 그래도 어쩌겠는가.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그 사이에 간단히 요기라도 하자.”
지하철 바깥 풍경으로 눈을 돌렸다. 내가 그에게 물었다.
“서울에 살 수 있겠어?”
“아니, 난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지방에서는 당연한 널찍한 주차 공간이 없는 서울.
이 빽빽한 풍경이 신기하면서도, 닿을 수 없는 꿈처럼 느껴졌다.
지하철에서 내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던 그때,
“어? 시장이다!!!”
시장 러버인 우리는 마치 홀린 듯 시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장은 제법 컸다. 이것저것 구경하며 부동산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동시에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바로, 떡볶이와 튀김!
“먹을까?”
“콜!!!”
서울 인심이 박하다 하더니 웬걸, 진짜 푸짐하다!
특히, 고추튀김 속에 당면이 아니라 잘게 다진 돼지고기가 들어가 있었는데… 이게 어찌나 맛나던지!
예상보다 아주 거하게 바삐 먹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다행히 주인분이 15분 정도 빨리 오실 수 있다고 합니다.”
진짜 다행. 먹고 나면 시간이 딱 맞을 것 같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지만? 그 와중에 눈앞에 명물 할머니가 만드시는 대왕 호떡이 있는데 안 먹을 수 있으랴?!
“우리 하나만 먹을까?”
“콜!!!”
이럴 땐 정말 죽이 착착 맞는다.
아 뜨거워! 혀가 데일 것 같은 뜨거운 호떡을 순식간에 해치우며 지도를 보며 걸었다.
도착 5분 전. 도착 1분 전.
“여기!‘
…인 줄 알았으나, 아니다. 녹색지도가 살짝 빗나간 듯했다. 길을 건너, 큰 상가 건물로 향했다.
약속 시간까지 10분 전. 부동산을 찾아야 한다.
군대 있을 때 지도 하나는 기똥차게 봤다는 신랑의 능력치를 믿고 맡겨 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부동산 문 앞에 선 시간은 정확히 1시 15분. 휴… 딱 맞췄다.
다행히 계약도 예상 시각에 정확히 맞춰 끝냈다. 모든 절차를 마친 후, 우리는 다시 김포공항으로 직행했다. 이제야 비로소 마음 놓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생겼다. 그런데…! 공항에서 마주친 오@록.
어제 우리가 갔던 제주도가 아니라, 김포에서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니!
웃기지만, 녹차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옳다.
게다가 아이스 티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마침내 오후 5시. 집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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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1박 2일의 여정이었다. 부산-제주-서울-진주.
하지만 마치 4박 5일을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제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보여줄 새 집이 제주에 생겼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특히나 첫째가 그렸던 보물지도 속의 이층집. 7살 꼬맹이가 끄적인 그림 속 꿈이 현실이 되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한 달 뒤 이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