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 트럭에 우리의 삶을 실었다

가벼워지다

by 샤인포레스트


화면 캡처 2025-03-19 144341.png

출처: 네이버 사전



사전을 찾아보니 뜻이 세상 간단하다. 하지만 이사는 말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버리는 일, 정말 필요한 것들을 챙기는 일, 그 와중에 새롭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 버리는 물건들 마저도 누군가에게 챙겨줄 만한 물건인지 아니면 아예 쓰레기 처리를 해야 할 물건인지로 또 나뉜다. 정리하는 일 또한 지금 이사해서 바로 쓸 물건인지 아니면 보관해 뒀다가 쓸 물건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처음 신혼집에서 소꿉놀이 같은 살림을 살다 첫 아이가 60일 되었을 때 간단한 일주일치 짐만 가지고 친정집으로 간 것이 결혼 후 첫 이사라면 이사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홀로 가볍게 훌훌 다니던 어렸던 그 시절에 차 한대면 끝날 짐들을 가지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닌 적은 많았지만 온 가족의 짐을 싸고 풀고 새로 필요한 것들을 사는 일. 그 일 모든 기나긴 과정을 '이사'라는 단 두 글자로 표현하기엔 이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너무 많다.


사실 신혼집에서는 고작 1년 반 정도 살았더랬다. 그 집에는 교대 시절부터 첫 아이를 낳기 전까지의 물건들이 고스란히 화석처럼 굳어있었고, 친정집에는 아이를 낳고 난 그 이후의 물건들이 거대하게 켜켜이 쌓여있다. 이 모든 것을 모아 모아 용처를 따지고 분류하고 정리하여 짐을 싸야 했다.


보통은 포장 이사를 많이들 한다던데, 우리 집은 포장이사를 하기엔 매우 애매한 상황이었다. 짐의 양이 그 정도까지 안되기도 했고 친정과 신혼집에 나뉜 짐들을 하나로 모으는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가 직접 짐을 싸고 풀고 하는 전통적인 이사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출근을 했다가 퇴근하고 난 저녁 매일 물건들을 정리했다. 조금 더 여유 있을 때 해야지 하고 미뤄두었던 일들은 한 번에 폭탄처럼 쌓였다가 마치 건드려주면 터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쌓아둔 모래에 꽂아 둔 나뭇가지가 넘어지지 않게 살살 모래를 쓸어오듯 집안의 구석구석을 챙기기 시작했다. 평일엔 친정집의 짐들을, 주말엔 오래된 신혼집에 넘어가 짐을 정리했다. 신랑이 빌려 온 1톤 트럭에 나의 신혼생활을 압축해서 담았다. 그걸 눈으로 지켜보자니 기분이 참 묘하고도 또 묘했다. 게다가 60일에 이 집을 떠났던 아이가 쑥 자라 8살이 되어 어른들과 함께 짐을 나르고 싣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IMG_3085.jpg?type=w1600


그리고 나선 이 짐들을 친정집에 먼저 풀고 다시 재정비를 시작했다. 다시 한번 버릴 것들, 꼭 챙길 것들을 정리하고 합쳐진 짐을 모아 모아 다시 1톤 트럭에 쌓아 올렸다. 마치 테트리스를 하는 것처럼 빈 공간 없이 차곡차곡 쌓아 올린 짐에는 그간 우리의 결혼생활과 아이들의 삶이 담겨있었다. 이삿짐을 옮겨주시는 분들이 친정엄마가 오래전부터 아는 분들이셔서 그나마 마음 편히 짐을 실어 먼저 제주행 배에 실어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4시, 아이들을 깨워 깜깜한 공기를 열고 차에 몸을 실었다. 여행도 아니고 이주를 위해 이 새벽에 일어나 출발하는 이 상황이 현재인 듯 현재 아닌 듯 또 마음이 요동쳤다.



새벽의 고속도로를 2시간 달려 도착한 고흥 녹동항. 길마다 '우주'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이 꽤 보였다. 과연 우리의 이삿길은 순탄하게 잘 마무리될 수 있을까?


IMG_3126.jpg?type=w1600







이전 07화구름을 가르고, 종이에 서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