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이 되어버린 나의 시간

나는 나를 잠시 잊고 있었다

by 샤인포레스트

새벽 세 시, 아이의 울음소리에 눈을 떴다.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나는 다시 아이를 안았다. 익숙하게 자세를 잡고, 천천히 등을 두드리며 아이를 달랬다. 손목이 저릿했고 등이 뻐근했지만 그보다 먼저 몸이 움직였다. 아이가 울면, 나는 움직였다.


아이는 태어났고, 나의 하루는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아이는 한 시간 반, 두 시간마다 깼다. 왜 우는지, 왜 이렇게 자주 깨는지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 그저 울면 안고, 먹이고, 다시 재우는 일. 그것이 내 하루의 전부였다.


아이가 처음으로 네 시간을 통으로 잤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 나는, 그 정도의 잠으로도 이렇게 감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 하루는 단순해졌다.

아이의 잠, 아이의 먹기, 아이의 놀기.

그 세 가지가 나의 전부가 되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좋았다. 작게 웃어주는 그 얼굴 하나로 나는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럴수록 나는 점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밥을 차려놓고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그대로 달려갔다. 돌아오면 밥은 이미 식어 있었고, 그 상태로 먹는 일이 점점 익숙해졌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챙기는 일은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났다. 대충 먹고, 잠깐 쉬고, 핸드폰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것. 그게 내가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거울을 보는 일도 점점 줄어들었다. 아니, 정확히는 보지 않게 되었다. 양치를 하면서도 나는 내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저 초점 없는 눈으로 대충 스쳐 지나갈 뿐, 내 눈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은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다.


사진첩도 달라졌다. 나의 사진과 풍경으로 가득하던 공간은 어느새 아이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채워졌다. 가족들에게 사진을 보내고, 아이의 성장을 공유하는 일. 그 일에 나는 깊이 빠져 있었다. 마치 내가 해야 할 일을 비로소 찾은 사람처럼. 나는 엄마라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나는 점점 나를 잊어가고 있었다.


아이의 백일이 가까워졌을 즈음, 문득 거울 앞에 섰다. 그리고 마주쳤다.


누구세요.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분명 내 기억 속의 나는 여전히 파릇한 얼굴의 서른 초반의 여자였는데, 거울 속 얼굴은 지쳐 있었다. 푸석한 피부, 엉망이 된 머리카락. 그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이대로는 안 되겠어.


그런데 무엇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엄마가 된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면 다시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내가 가장 빛나던 순간, 내가 가장 나다웠던 순간. 그게 뭐였더라.


살사.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 몸 어딘가가 미세하게 반응했다. 그때 나는 아이와 함께 친정에 머물고 있었다. 망설임 끝에 고향의 작은 살사바를 찾았다. 결혼식 때 남편과 함께 춤을 추기 위해 연습했던 곳.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그 문 앞에 섰다. 잠시 숨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후우욱.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열기가 얼굴을 스쳤다. 내가 있든 없든 그곳은 여전히 뜨거웠다. 여전히 음악이 흐르고, 여전히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한쪽 구석에 앉아 가만히 음악을 들었다.

따따- 따따따.

클라베 소리가 몸 어딘가를 건드렸다. 그때서야 보였다. 춤추는 사람들의 얼굴이. 행복한 얼굴들, 깊이 빠져든 표정들. 내가 그 안에 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얼굴들이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가 흑백이라면, 저 사람들은 모두 원색이었다. 선명하고 또렷한 색.


물론 그 날 나는 춤을 많이 추지는 못했다. 아직은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이곳에 있으면,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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