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이라크행 비행기에 몸을 싣다.

[The Show Must Go On]

by Oldies but Goodies

다른 업종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해외공사현장은 계약 당시 합의한 공사 기간에 맞추어 모든 공사를 끝내지 못하면 많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물론 추가공사 등 불가피한 원인 발생 시 예외 규정이 있긴 하지만 우리 현장은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준공일자보다 더 빠르게 공사를 마치기 위해 공사 진행 현황에 따라 2교대 혹은 3교대로 현장을 운영하였다. 그렇지만 세상만사가 뜻한 대로만 되던가…


현장에는 늘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어느 날, 현장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직원 몇 명만 증상을 보여 큰 문제가 아닌 줄 알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인원이 동일한 증상을 보이며 한여름에 극심한 한기와 아울러 40도에 육박하는 고열을 동시에 견디며 끙끙 앓아눕게 되었다.


본사에 혈액 샘플을 보내 유사 장티푸스라는 답신과 함께 치료제를 일부 공수받아 투약을 하였지만 호전되지 않고 있던 중 현장에 파견 나와 있던 남자 간호사가 (당시에는 한국에서 남자 간호사가 현장에 주재하면서 간단한 치료와 아울러 급한 환자 발생 시 사전 조치를 하였다.) “현지 풍토병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현지 의사 처방 아래 약을 받아와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해 불가 하시겠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한여름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현장에 나가서 약기운으로 버티며 교대로 공사를 계속 진행하였다.


다들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그 유명한 중동의 모래 폭풍이 불기라도 하면 사방은 금세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해졌고 캠프와 떨어져 있을 때는 차를 안전한 곳에 주차하고 차 안에 있던지 아니면 가까운 구조물 안에서 손수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모래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했다.


만약 캠프 안에 있으면 빠르게 방 안에 들어가 방바닥에 물을 뿌리고 물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고 있기도 했는데 모래 폭풍이 거세게 불어오면 에어컨을 틀면 안 된다. 보통은 에어컨이 모래를 빨아들여서 필터로 걸러 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미세한 모래 먼지가 방 안에서 교란되면 더 심각한 모래 소굴을 만들기 때문이다.

간혹 혼자 대피하였다가 모래 폭풍에 둘러 싸인 두려움에 기절하는 방글라데시 작업자들이 있었으나 그래도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그 모래 먼지 속에서 구트라를 (Ghutrah: 모래 바람을 막기 위해 눈만 내놓고 얼굴 전체를 가리는 천으로 된 덮개) 뒤집어쓰고 계속 공사를 진행했다. 혹시 모래폭풍이 잘 이해되지 않으신다면 Mission: Impossible - Ghost Protocol 편을 (2011년) 보시면 그 위력을 실감하실 수 있겠다.


덤으로, 1986년 4월 26일, 현재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의 화재 발생으로 방사능 물질이 이라크까지 기류를 타고 와 낙진이 우려된다고 하여 모두들 걱정을 하였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때도 우리는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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