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서울 올림픽과 본사 복귀]
전쟁 속에서도 시간은 흘러갔고 현장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가운데 놀랍게도 현장은 86%의 실행률로 (계약 금액 대비 86%로 공사를 완료하여 14%의 이익을 남겼다는 의미) 공사를 완공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1조 4000억 원 규모의 공사를 1조 2000억 원에 마치고 2,000억 원을 이익으로 남겼다는 말이다.
그런데 공사를 마치면 본사 복귀를 시켜주겠다던 소장님과 공구장님은 Maintenance 기간에 (하자보수기간) 접어들었는데도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어쩔 수 없이 결혼 핑계를 대었다. 여동생에게 “5년을 기다렸는데 더 늦어지면 결혼은 힘들 것 같다.”는 편지를 쓰게 하여 소장님과 공구장님에게 보여드리고 본사 복귀 승낙을 받아 내고 말았다. 뭐 당시에 여자 친구가 없었지만 그냥 현장을 떠나고 싶었다.
본사 복귀를 앞두고는 ‘떨어지는 가랑잎도 조심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매우 조심스러우면서도 자유로운 시간을 (그래도 근무는 충실하게 하였다.) 보내던 중 88 서울 올림픽이 시작되고 있었다.
1988년 9월 17일부터 10월 2일까지 총 16일간에 걸쳐 열린 88 서울 올림픽은 이라크 내에서도 중계를 해주었기에 물론 녹화 분 방송이었지만 개막식도 현장에서 보았다.
다들 아시는 ‘Hand in Hand’ 즉, ‘손에 손잡고’라는 대회 공식 주제가는 영화 Flash Dance와 Top Gun의 OST로 유명한 세계적 작곡가 Giorgio Moroder가 작곡하였고 우리나라의 ‘Koreana’ 그룹이 부른 노래이다.
‘Koreana’ 그룹은 원래 1960년대부터 다양한 그룹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1977년부터 ‘Arirang Singers’라는 이름을 사용하였는데 이후 1980년에 ‘Koreana’로 개명하였고 국제적인 그룹이 되었다.
중동 각국에서 활동하다가 1979년 독일 ARD TV가 주최한 국제 경연대회에서 우승 후, 유럽으로 무대를 옮겨 활동하면서 ‘Dark Eyes’로 유럽 각국에서 가요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큰 인기를 바탕으로 88 서울 올림픽에서 ‘손에 손잡고’를 통해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다.
혹시 아시는가?
개막식 당시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많이 날렸는데 그중 많은 수의 비둘기가 성화대에 다시 앉았다. 성화대에 점화가 되는 순간 비둘기가 불길에 휩싸여 타버린 듯한 장면이 전 세계로 중계되면서 ‘비둘기 통구이 사건’이 회자되었다.
성화대 난간에 앉아 있던 대부분의 비둘기들은 불길을 피했지만 실제로 난간에 앉아 있던 일부 비둘기들은 바람 방향으로 인해 불길에 희생되어 한동안 말이 많았었다.
그러는 사이에 나의 본사 복귀 일정은 확정되어 드디어 9월 29일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된다. 한국 복귀 시점이 88 서울 올림픽 일정 중간이어서 한국에서 TV를 통해 올림픽 경기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아! 드디어 내가 한국에 왔구나.” 싶었다.
1988년 9월 29일에는 ‘우생순’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실제 배경으로 영화까지 제작되었던 여자 핸드볼이 당시 세계 최강 소련을 꺾고 한국 구기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사족으로, 거짓말하고 본사로 복귀한 나에게 본사 직원들이 언제 결혼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어 ‘진지하게’ 다시 현장으로 재부임할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하였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재부임은 물 건너갔고 나이도 들었으니 빨리 소개팅을 하고 결혼을 해야 하는 수밖에… 그 사이 나는 사원에서 대리로 진급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