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대 현장 방문과 바그다드 이야기]
당시에는 통상 ‘문선대’로 불렸던 연예인들의 해외 현장 방문 공연이 있었다.
문선대는 문화선전대의 약자로 실제로는 국군들의 위문 공연을 담당한 홍보부대 명칭이었으나 모두 병역의무를 마친 해외 현장 근무자들은 연예인들의 공연을 별 다른 생각 없이 '문선대의 공연'이라고 불렀다.
우리 현장에도 문선대가 방문을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출연자가 누구인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코미디언 고 임희춘 씨가 사회를 보고 ‘난 정말 몰랐었네’를 부른 고 최병걸 씨 그리고 ‘그대 생각’과 ‘바야야’를 불러서 인기 절정에 있던 이정희 씨 등이 방문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분들이 전쟁 중인 이라크에 실제로 올지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다렸는데 어느 날 정말로 현장에 도착하여 삼엄한 경비 속에 영빈관에 여장을 풀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당시 미화 10억 불에 (현재 환율기준: 1조 4천억 원) 육박하는 대형 현장이었던 관계로 캠프 내에 영빈관도 갖추고 있었기에 호기심 많은 우리 총각사원들은 영빈관 근처를 서성였지만 물 샐 틈 없는 경비들 탓에 접근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공연 당일 아침 식사를 하고 나오는데 구름 떼처럼 직원들이 모여 있길래 가보니 임희춘 씨, 최병걸 씨, 이정희 씨가 영빈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특히 이정희 씨를 향한 총각직원들의 휘파람 소리와 바쁜 발걸음들과 그 열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남자들만 있는 (당시에는 여직원들의 해외 현장 부임은 쉽지 않았다.) 해외현장에서 그들의 공연은 우리를 즐겁게 하였고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또 끝으로 해외에 있는 우리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그들과의 대화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공연을 해외에서 볼 수 있어 진귀한 경험이었다.
현장에서의 생활은 늘 시간과의 치열한 싸움이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가끔 우리 총각사원들은 휴일인 금요일 전날 밤 업무 시간 후 현장을 떠나 바그다드로 향하곤 했다.
바그다드에 있는 사무소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오전부터 볼링도 하고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변에서 이스라엘잉어를 장작불에 서서히 오랜 시간 구운 요리인 마스구프도 (Masgouf) 맛보고 현장 근처에서는 살 수 없던 여러 가지 생필품도 구매한 후 돌아오곤 했다.
기회가 닿으면 바그다드병원에서 근무하는 필리핀 간호사 분들이나 중국에서 현장에 파견 나와 있던 중국인 통역담당 분들과 우연히 만나 같이 식사나 커피를 할 수도 있었다. 당시에는 필리핀과 중국에서 그런 분들이 적지 않게 나와 있어서 간혹 식당이나 카페에서 만나게 되면 매우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식사 후 태국인 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 이동하던 중 길을 잘 못 들었는데 알고 보니 대통령궁 진입로였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그곳에 왜 들어가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는데 총을 들이대며 온통 아랍어로 말하는 그들에게 그저 우리는 두 손을 번쩍 들고 한국사람들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궁 수비대 군인들은 우리를 한 명씩 확인하고는 자신들의 차로 앞장서 대로변까지 안내해 주는 기대 이상의 친절을 베풀었다. 당시 이란과의 치열한 전쟁 중에도 철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던 한국기업이 매우 좋은 인상을 주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현장에서 그렇게 마냥 좋은 기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