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는데, 왜 돈이 자꾸 불안할까

요즘의 나는
돈을 벌고 싶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부자가 되고 싶다거나,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
괜히 욕심 많은 사람처럼 보일까 봐
입 안에서 몇 번이나 그 말을 삼킨다.


겉으로 보면
나는 이미 안정적인 사람이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있고,
생활은 돌아가고,
아이와의 하루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진다.
“이 정도면 됐잖아.”
“남들보다 훨씬 나은 편이잖아.”
이 말들이 내 안에서 먼저 나를 막아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돈이 더 필요하다기보다
돈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을 자유가 필요하다.


월급이 들어오는 날보다
월급이 빠져나가는 날을 더 많이 계산하며 살고,
통장에 숫자가 찍혀 있어도
그 숫자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먼저 떠올린다.


아이가 커갈수록
내가 책임져야 할 선택의 무게도 함께 커진다.
지금의 선택이
몇 년 뒤의 나와 아이를
어떤 자리로 어떻게 데려다 놓을지
자꾸만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돈을 벌고 싶다는 말 대신
“불안하지 않고 싶다”는 말을
조용히 마음속에서 되뇐다.


누군가에게는
재테크가 취미일 수 있고,
돈 공부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하는 삶에서는
돈은 선택이 아니라
기준에 가깝다.


이 기준이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마음이 자꾸 흔들린다.


잘 살고 있는데도
왜 불안한지 알 수 없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도
왜 늘 부족한 기분이 드는지 설명할 수 없다.


나 역시 한동안
이 불안을 애써 외면했다.
괜히 돈 이야기를 꺼냈다가
내 삶이 초라해 보일까 봐,
이미 가진 것들을 부정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알게 되었다.
이 불안은 비교에서 오는 것도,
욕심에서 오는 것도 아니라는 걸.


기준 없이 버티고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걸.


돈을 더 벌고 싶다는 말은
더 많이 가지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적어도 선택 앞에서
겁먹지 않겠다는 다짐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돈 공부를 하면서도
숫자보다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이 돈을 왜 모으고 싶은지,
어디까지가 나에게 ‘안전’인지,
어떤 상태가 되어야
조금은 숨을 놓고 살 수 있을지.


아마 나는 앞으로도
완벽하게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이 불안을 모른 척하며 살지는 않으려 한다.


불안은
나를 재촉하는 적이 아니라,
기준을 세우라고 알려주는 신호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서.


오늘도 통장을 들여다보며
숫자를 계산하지만,
그 안에서
내 삶의 방향을 함께 정리해 본다.


조금 덜 흔들리기 위해,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작가의 이전글잘 살고 있는데, 잘 살고 있지 않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