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런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다만
비슷한 생각을 계속 반복하고 있고,
같은 시점에서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이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뭔가 패턴이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도는
이성이나 생각, 경험, 확률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희망 하는 감정에 자꾸 끌려다녔다.
머리로는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결정의 순간에는
그 결정이 최선이고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같은 질문에 같은 실수를 계속 하고 있었다.
아이에게 화가 났을 때도,
내가 내뱉은 말을 후회하면서
다음에도 또 이성과 상관없이 같은 말을 내뱉는다.
마트에 가서도
식재료가 저렴하면 사는 게 이득이라는 감정(그 당시는 이성적이라 생각하지만)으로
물건을 쟁여둔다.
유통기한 내에 다 먹지 못해
음식물쓰레기가 되었던 일을 여러번 겪었음에도
난 또 이성이 아닌 감정에 이끌린다.
난 항상 이런 질문을 하는 거 같다.
이 선택이 맞았는지?
조금 더 기다렸어야 했는지?
괜히 앞서간 건 아닌지?
그래서 어느 날은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을
눈에 보이게 써보기로 했다.
계획표처럼 잘 정리된 내용들이 아니라
그때그때 흔들릴 때마다, 같은 질문이라도,
계속 적어 내려간 문장들이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정리된 것도 아니었다.
여러 번 고치고, 지우고,
같은 뜻의 질문들은 하나로 합치고,
여러 질문들이 마구 썪여 있는 것은
하나씩 뜯어서 정렬했다.
좀 부끄럽다.
그라나 혹시 만에 하나라도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각색하지 않고 그래도 적어본다.
(내가 나의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고 생각으로 하면서 질문들을 하면 좀 더 객관적이 된다)
1. 지금 이 생각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아니면 그저 상상속에서 키운 문제인가?
2. 이 선택은
오늘의 판안함이나 나태함을 위한 것인가?
내일의 나를 위한 건인가?
3. 이 결정을 내리고 난 뒤,
스스로에게 이 결정을 옳다고 설득하기 위해 변명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4. 이 지출은
계속 나의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지?
아니면 다시 생각하면 지출을 계산하게 만드는지?
5. 이 선택을
한 달 뒤의 내가 봐도
“맞아! 잘한 선택이야”고 말할 수 있을까?
6. 지금 마음이 흔들리는 이유가
정말 상황 때문인가?
아니면 내가 제대로 기준을 못잡아서 그런걸까?
7. 이 결정을 미룬다면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가?
아니면 같은 고민을 계속하게 될까?
8. 지금의 선택이
내 삶의 방향을 크게 바꾸는 일이 될까?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평범한 일일까?
9. 이 일로
내가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10. 다른 사람들이 없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면,
내가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까?
이 10개의 질문들을 보며
항상 명확한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질문을 읽고 한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차분해진다.
이건 결국 이성적인 선택을 할 확률을 높인다.
기준 없이 그냥 그 상황에 따른 선택은
결과와 상관없이
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삶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반대로
기준이 조금이라도 정리되어 있으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음이 덜 불편하고 스스로를 덜 몰아붙이게 된다.
이 체크리스트가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다만
이런 고민을
매번 처음 하는 사람처럼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게 단단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음이 흐트러질 때
어떤 기준으로 어떤 길로 가야할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질문들이
나에게 그랬듯이 누군가에게도
조금은 중심을 잡아주고
같은 고민을 매번 처음인 것처럼 하지 않도록 해주는
체크리스트가 되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