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없이 생활하기, 1달 차

나의 삶은 어떻게 변화했고 무엇을 느꼈는가

by 테오

나는 몇 달 전부터 점진적으로 인스타그램과 삶을 분리하려고 노력해 왔다. 두 달 전부터는 스크린타임을 5분으로 설정해, 하루에 5분을 초과해서 사용할 수 없게끔 만들었다. 현재는 완전히 계정을 비활성화해서, 아예 인스타그램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이다.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서 내가 느낀 점들을 기록해 본다.


1. 공(空)에 익숙해졌다


SNS를 삶에서부터 분리하면 '유휴 상태'에 익숙해진다. 유휴 상태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멍 때리기'가 있다. 실제로 나는 인스타그램을 삭제한 뒤로 멍 때리는 시간이 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딜 수 있게 된 것이다.


멍 때리기는 뇌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행동이다. 뇌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는데, 이는 뇌를 휴식하게 함으로써 자아 성찰이나 창의력 확장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SNS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주입받던 과거와 대비해, 내 집중력은 현저하게 늘었다.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설명하긴 어렵지만, 추론과 판단 능력이 현저하게 좋아져 일상생활에서의 효능감이 증가했다.


2. 아날로그 신호에 집중하게 되었다


아름다운 순간을 보면 말이야, 난 카메라로 방해하고 싶지 않아. -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삶에서 디지털 신호가 빠져버리면 시야는 자연스레 아날로그 신호를 향한다. '진짜 삶'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보다는 내가 보는 것과, 함께하는 누군가에게 집중하게 된다.


신기한 점은 인스타그램을 삭제하면서 에어팟을 사용하는 빈도도 크게 줄어들었다. 나는 대중교통을 탈 때면 늘 에어팟을 끼곤 했는데, 최근 몇 주 간은 착용한 횟수가 손에 꼽는다. 노래보다는 다양한 삶의 소리를 듣는 게 더 즐거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삶과 더 밀접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3. 단점: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서만 공유되는 정보가 있다는 점이다. 나는 J-POP을 좋아해서 내한 정보를 늘 찾아보곤 했는데, 인스타그램에 접근이 불가능하니 내가 직접 정보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왔다. 네이버에 '내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각종 티켓 예매 사이트를 들어가 확인하게 됐다.


정보 수집의 주체가 인스타그램에 존재하는 익명의 유저들이 아니라 내가 된 것인데, 이는 효율성보다는 정보의 도달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SNS를 통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정보도 있기 때문이다. 두 측면에서 모두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4. 단점: 발이 작아진다


인맥 감소도 한몫을 한다. 내가 자주 찾는 친구들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연락을 이어나갈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가끔 연락을 하는 친구들은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카카오톡이나 전화는 SNS와는 다르게 사적 영역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거리감이 있는 친구들에겐 연락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나는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과 인스타그램으로만 소통을 하는데, 창구가 닫혀버리니 연락할 방도가 없어졌다. 그렇다고 스냅챗을 깔아 일일이 연락처를 물어보자니 그것도 쉽지 않다.


간헐적 SNS, 자기 제어를 곁들인


지금의 삶도 마음에 들어서 한동안은 SNS 없이 생활하겠지만, 나는 자기 제어가 가능한 범주에서 SNS를 활용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보다 내가 잃는 영역이 크다. 다만 실제로 자기 제어를 통한 '선한 인스타그램 사용'이 가능할지는 의문이긴 하다. 즉, 나의 이성이 환경을 뛰어넘을 수 있냐가 의문이다.


인스타그램은 상당히 악독한 도구여서, 조금이라도 의식하지 않으면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다는 점이 문제다.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 접속한 인스타그램에서 1시간째 릴스를 시청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빈번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시도는 해봐야겠지만, 언젠가 내가 도구들을 지배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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