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의 필름카메라를 통해 깨달은 유한함의 아름다움
나는 배낭여행을 좋아하는데, 늘 여행을 떠날 때면 후지필름에서 나온 초록색 필름카메라인 '퀵스냅'을 꼭 하나씩 챙긴다. 퀵스냅은 총 27장을 찍을 수 있는 필름카메라인데, 가볍고 귀여운 디자인이 특징이다.
27장밖에 안 되는 탓에, 여행 중 나는 '언제 찍을 것인가'를 자연스레 고민하게 된다. 그러한 고민을 품은 채로 한걸음 한걸음, 배낭을 메고 걸어가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지금이다, 셔터를 누르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공들여서 찍더라도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손가락이 나오거나, 사진이 기울어졌거나, 자연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그럼에도 나는, 그러한 사진을 볼 때면, 셔터를 누를 때의 나로 되돌아가 생생한 여행지에서의 감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진 찍는 실력은 좋지 못할지라도, 27장이라는 유한함에 그 순간의 아름다움과 나의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느낀 것은, 이런 규칙이 꼭 필름카메라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삶 자체가 유한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는 유한한 시간을 가졌고, 우리와 작용하는 것들도 영원하지 않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순간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순간도 하나의 기억이 되어버릴 것이다. 이러한 규칙은 우리가 향유하는 모든 것들에게 적용되기에 인생이 참 잔혹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행을 하며 깨달은 점이 있다면, 바로 유한함이 무한함에 가깝다는 거다. 우리는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추억'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아간다. 그 추억은 때론 당신이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고, 조금은 가슴 아픈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 순간'은 다시 도달할 수 없고, 이미 소모해 버린 유한한 순간이지만, 바로 그 덕분에 우린 그 기억을 평생 지니고 살아가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하는 꽃은 반드시 시들기에 그 순간의 감정을 담아낼 수 있고, 여행지에서의 겪었던 낯선 추억은 다시 새길 수 없기에 아름답다. 그리고 이 법칙은 필연적으로 멸하는 우리에게도 적용된다. 그렇기에, 유한한 나와 당신 역시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그러니 이 유한함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모든 게 영원하지 않지만, 순간을 영원하게 만드는 건 가능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