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 Mar 17. 2024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이 있다

작은 계좌의 변화에도 마음이 불안한 투자자를 위해

학창 시절 나는 주입식 교육과 객관식 시험에 특화된 한국형 인재였다. 덕분에 수학능력시험을 통해서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물론 대학에 입학한 뒤에는 공부하라고 등 떠미는 부모님이 없어져서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또한 진짜 원리를 이해하고 서술형으로 답안을 기술해야 하는 대학의 시험 구조는 겉핥기식으로 공부해 온 나에게는 너무 난이도가 높았다.

반면 내 고등학교 친구들 중 수학 혹은 과학 영재로 불리던 아이들은 좋은 대학에 진학을 하지는 못했다. 한 과목을 아무리 잘해도 수능에서 100점 이상을 받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그 친구들은 대학에 간 후에 오히려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사를 한 후 교수가 되거나 좋은 성적을 받아서 세계 유수의 기업에 취직을 했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 간판의 후광을 받던 20 대는 나의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경력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30 대 이후는 그 친구들의 시간일 것이다.


요즘의 주식 장세는 꼭 내 30 대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잘 나가는데 나만 뒤처진 것처럼 느껴진다. 1월에 주가 지수와 벌렸던 수익률 갭은 이제 줄어들다 못해 역전당하기 직전이다.



그렇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멘탈이 에멘탈 치즈 쿠키처럼 바삭거리며 부서지기 때문이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함성을 지르며 실수를 저지른 내가 아닌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테니스 선수처럼 글을 통하여 내 감정을 정리하고 원래의 내 모습을 되찾기 위함이다.


올해 1월은 썩 괜찮았다. 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작년부터 이어져 온 남양유업 법원 판결과 에이피알 상장 관련주 그리고 아시아나 항공 합병 관련주로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다만 2월 이후 예정 된 이벤트를 찾기 어려워지고 안전한 투자처를 찾으며 발이 꼬이기 시작했다. 반도체, 바이오 위주의 종목들이 상승하며 지수를 견인하고 정부의 밸류업 발표로 PBR 이 낮은 금융주들의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 시작했다. 내가 안전한 투자처라 생각한 곳은 전혀 안전하지 않았고 반도체도 바이오도 아닌 소형주는 이 성대한 파티의 말석에조차 낄 수조차 없었다.

코스피는 5.8% 그리고 코스닥은 무려 8%가 상승한 2월에 나의 계좌 수익률은 음수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 한들 방법이 없다. 카멜레온처럼 투자 방법을 빠르게 변화시키며 모든 장세에 대응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 내가 가진 작은 돛단배가 지금 항해하기에 좋지 않다면 몸을 웅크리고 바람이 바뀌길 기다려야 한다. 소형주 투자자는 대형주 위주의 지수 견인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고 대형주 투자자는 지루한 횡보장을 견디기 어렵다. 역추세 매매는 평소에 꾸준히 돈을 벌지만 추세가 형성되면 그동안의 수익을 뱉어내기 마련이며 추세 매매를 하는 터틀들은 가진 돈의 절반 이상을 박스권에서 잃다가도 추세가 한번 형성되면 모든 손실을 회복하고 큰돈을 번다.

내 투자법은 지수가 큰 변동 없이 횡보하는 기간에 유리하며 장이 급변하는 때에는 대부분 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평소 스타일을 버리고 대형주를 매수한다면 아마 그 순간이 지수 상승의 종착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대가들의 말에는 통찰력이 들어 있어서 많은 경우에 적용이 되는 것 같다. 그들에게 배울 것은 사실 투자법이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버핏 아저씨의 명언을 보며 다음 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공이 날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마이너스인 주식을 어떻게 팔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