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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Feb 10. 2024

마이너스인 주식을 어떻게 팔죠?

잃은 돈은 다른 데서 벌면 됩니다.

도박을 하면서 가장 위험할 때는 언제일까?

아마 지금까지 잃은 돈을 생각하며 본전을 바라고, 한 번에 원상복구를 하기 위해 이성을 잃고 원칙을 지키지 않으며 베팅 금액을 늘려나갈 때일 것이다.

(도박이 너무 잘 되는 날에도 물론 위와 같은 상황은 발생한다.)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최대한 그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말 날카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하지만 냉철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 사람들은 보통 더욱 바보 같은 결정을 한다.

너무 큰 손실에 마음이 무너져 가지고 있는 패를 모두 던지거나, 한 번에 복구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던진다.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도박사의 승률도 높지 않은데 눈이 벌게진 광인의 배팅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모두가 그렇듯 나 또한 마인드 컨트롤이 쉽지 않다. 나는 연초에 정말 보수적으로 계좌를 운용하는데, 일종의 징크스 때문이다. 한 해의 시작점부터 큰 손절을 하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듯 일 년 내내 삐걱거리기 일쑤다. 아마 나도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평소라면 치지 않을 공을 무리하게 쳐서 아웃 카운트를 늘리고 있을 것이다. 반대로 연말에 발생하는 손실은 이미 쌓인 수익 덕분에 상대적으로 받아들이기 편안하다. 결국 주식도 이미 돈을 번 놈들이 심리적으로 유리한 게임이다.


이렇게 손실에 얽매이는 것은 모두 매몰비용 때문이다.

매몰비용이란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매몰비용 때문에 이미 실패한 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에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하는 것을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한다.

도박에서 잃은 돈은 매몰 비용이고 주식에서 이미 찍힌 평가 손익 또한 그렇다. 주식을 매도해서 실현 손익이 되기 전까지는 손실이 아니라고 농담을 주고받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엄연한 손실이다.

50% 의 손실이 발생한 주식을 본전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두 배가 올라야 한다. 짧은 기간 동안 투자를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흔히 볼 수 없는 수익률인데 이미 투자 아이디어가 깨진 종목이라면 더더욱 그럴 일이 없다. 손절한 뒤에 다른 투자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종목을 통해 작은 수익을 여러 번 만들어서 복구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투자 아이디어가 망가진 종목은 더 이상 만족스럽지 않은 연애와도 같다.

누군가와의 관계를 시작할 때 모두 사랑에 빠진 포인트가 있을 것이다. 외모가 굉장히 내 취향에 가깝거나, 떡볶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사랑이 느껴지는 다정한 말투 혹은 서로의 사이를 채우는 그의 낮은 목소리 등이 마음에 들었을 수 있다. 만약 시간이 흐른 뒤 이런 장점들을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까? 막연히 다시 좋아지길 기다려 볼 수도 있지만 다른 매력적인 장점을 가진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가는 것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물론 손절이 어려운 이유는 본인이 매수한 단가에 집착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붉은색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 종목은 그래도 수익이니까 하지만 손실 종목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

앵커링이란 행동경제학의 용어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처음 언급된 조건에 얽매여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효과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최초 습득한 정보에 몰입하여, 새로운 정보를 수용하지 않거나, 이를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행동 특성을 말한다.

매수한 가격이라는 아무 의미 없는 숫자에 얽매여, 그 숫자를 우리는 기준점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 기준이 오히려 우리의 행동을 강제한다. 마치 오리가 처음 본 생물을 어미라고 여기어 계속 따라다니는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이고, 쓸모없는 숫자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

개별 종목의 손익을 따질 에너지를 우리의 전체 포트폴리오나 계좌가 성장하는데 쏟는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렇게 손절은 투자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단순히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고 공포에 질려 파는 것은 좋지 않다. 시장은 위아래로 흔들리는 파도와 같아 예측하기 어렵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각배가 덜 흔들리게 키를 잡고 항로에서 벗어나지 않게 노력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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