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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 Jan 28. 2024

인간은 태생적으로 변동성을 견딜 수 없다

한없이 나약한 우리의 마음에 대하여

2020년 12월 23일 LG전자가 마그나와 합작 법인을 세웠다. 마그나는 애플 전기차 관련 논의 이력이 있었고 순식간에 LG전자는 애플카 관련주로 묶여 상한가를 가는 기염을 토하며 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주들에게 안겨줬다. 꽤 몸집이 큰 LG전자도 이렇게 상한가를 보낼 수 있는 힘이 이벤트에는 있다.

다만 이벤트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목은 대부분 시가총액이 다른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종목이다. 그러므로 이벤트 기대감을 이용하여 트레이딩을 하려면 최대한 몸집이 작은 주식을 주 거래 종목으로 고르게 된다. LG전자의 1% 크기 정도면 딱 알맞겠다.


아무튼 이벤트 드리븐이 일어나는 날에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 얽혀 각축전을 벌이니 변동성이 매우 크다. 게다가 시가총액이 작은 주식이니 변동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

500ml 생수병과 15L 양동이의 물에 같은 양의 소금을 넣으면 전자가 훨씬 짜듯, 같은 양의 자금이 편입 혹은 편출 된다면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이 크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나를 포함한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대형주에 비해 소형주에서 확연히 높은 것도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준다.


이 커다란 변동성을 예측 및 대응하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인데, 주가의 변동이 항상 발생하는 이벤트에 대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호재에도 떨어지고 악재에도 오르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주식 시장이다.


예를 들어 이재명 관련주인 에이텍의 주가를 한번 보자. 현재는 다른 주식에 밀려 그 명성을 잃었지만, 과거에는 이재명 대장주였던 시절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시절 3심 대법원 상고 공판에서 호재가 발표됐다. 기존 2심까지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면죄부를 획득한 것이다. 비록 장 종료까지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주가는 장 중 상한가에 도달하였고 그 뒤로도 오랜 기간 동안 쭉 상승했다. 내가 보았을 때는 상한가 급 호재인데 상한가를 유지하지 못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반대로 알테오젠이라는 바이오 주식을 보자.

2020년 6월 알테오젠은 당사의 기술을 다른 제약사의 정맥주사에 적용하는 기술 수출을 진행했다. 보통 바이오 주식에서의 라이센스 아웃은 대단한 호재인데 해당 공시가 나온 후 15% 상승하던 주가는 갑자기 급락하여 종가는 10% 하락으로 마감했다.



똑같이 호재가 발생했지만, 각 종목마다 일어나는 현상은 굉장히 다르다. 우리는 이벤트가 주가에 주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도 할뿐더러, 변동성을 버틸 만큼 강심장이지도 않다.

본인이 대단한 확신을 갖고 있더라도 이것이 이벤트 발생일에 거래를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도 감히 미루어 짐작해 보자면 예측이 되는 이벤트의 경우 (알테오젠의 경우 기술 수출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이전부터 돌았고, 증권가 보고서에도 해당 내용이 실려있었다.) 이벤트 발생 후 재료소멸이라는 이유로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예상외의 결과가 나온 이벤트의 경우 (이재명은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었고 2심의 판결이 3심에서 뒤집어지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상승세가 강하게 나온다. 다만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 되는데 일말의 확률에 기대어 이벤트 날짜까지 주식을 가지고 가는 것은 정말 도박이다. 우리는 주식을 승리 혹은 패배할 확률에 근거하여 도박처럼 하는 것이지 진짜 도박을 하러 온 것은 아니다.


위에서 본 것처럼 개별종목에 대한 높은 변동성은 돈 버는 것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상승 후 조금 하락해서 수익이 줄어들면 팔고, 추격 매수를 하다가 물린 후 본전에 도달하지 않으면 도통 팔지를 않는다. 만약 본전에 도달하면 안심하고 파는데 그때가 보통 대 상승의 시작점이다. 이렇게 플레이하는 도박이 손익비가 맞을 리 전무하다.


다만 큰 의미에서의 변동성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2020년의 큰 상승을 제외하면 정말 긴 시간 횡보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 지수 투자는 별로 좋은 투자처가 되지 못한다. 결국 단기적으로 개별 주식에서 나오는 Overshoot 을 취해야만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만약에 늦게 매수해서, 혹은 매도 타이밍을 놓쳐서 이미 계좌가 파랗게 물들었다면 어떡해야 할까?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좋은 주식이라면 기다려 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음에 취해야 할 행동은 무엇일까?


그때 ‘손절’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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