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어 맨션
오늘의 독립서점은, '오케이어 맨션'.
상수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2층 창문에 ‘ok'er mansion’이라고 적혀있고,
그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오케이어 맨션’이 있다.
‘오케이어 맨션’으로 들어가자 손님이 두 명 있었다. 한 손님은 책장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듯했고, 또 다른 한 손님은 책방지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손님과 대화하는 책방지기님의 말투가 너무 친절해서 나도 모르게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책을 추천해 주시는 것 같았다.
책방지기님의 진심이 담긴 추천에 나도 추천을 받아보고 싶어 두 분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를 추천해 주실 수 있냐고 여쭤보았고, 책방지기님께서는 ‘오케이어 맨션’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는 에세이 한 권을 소개해 주셨다.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 부제는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이었다.
요즘 내가 독립서점을 여행하는 이유가 바로 잊고 있던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서였고, 이 과정을 통해서 나는 땅을 뚫고 들어가는 우울이나 하늘에 붕 뜨는 맥락 없는 기쁨이 아닌, 땅에 발을 딛고 행복을 느끼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이 지금의 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아 이 책을 놓을 수 없어 바로 책을 샀다.
책을 사면 종이 책갈피와 함께 책의 한 구절이 담긴 문장 영수증, 그리고 생화 책갈피를 책에 끼워 주신다.
이렇게.
계산대 옆에는 ‘오케이어 맨션’에 대한 설명이 붙어있고, 책방지기님의 인터뷰도 함께 놓여있었다.
‘오케이어 맨션’이란 이름의 의미는 꽤 다정했다. ‘OK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공간이길.’
‘오케이어 맨션’의 슬로건은 ‘독립을 꿈꾸는 사람 이미 이를 이룬 사람 모두가 오케이어'.
하지만 이 책방이 바라보는 ‘독립’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는, 결국은 ‘나다운 삶을 사는 것’. 내가 나다움에 OK를 외치는 것.
완전히 홀로 서야 독립이라는, 내가 생각했던 독립의 의미와는 조금 다른, 더 따스한 시선이었다.
어쩌면 '완전히 홀로 선다',라는 나의 생각은 지금껏 나를 옥죄어 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완전히 홀로 서지 못했으니 실패자야,라고 내게 계속 되뇌어 왔는지도.
하지만 '오케이어 맨션'이 알려준 독립에 대한 새로운 시선은 나를 조금은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야) ‘오케이어 맨션’ 내부 공간을 살펴보면, 들어가자마자 왼쪽 벽에 책이 큐레이션 되어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공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큐레이션이 깔끔하기도 했고 책 표지들을 한눈에 볼수 있었기 때문에. (주로 소설과 에세이)
‘오케이어 맨션’의 중앙으로 가면 큰 테이블에 작가별로 책이 큐레이션 되어 꽂혀있었는데, 정세랑 작가의 코너도 있었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평소 정세랑 작가의 책과 글을 좋아해서였을까.
종종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작품은 읽어보지 못한 이슬아 작가 코너도 있었고.
(사실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도 살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다.)
‘오케이어 맨션’의 특별한 점은 손님들이 책을 추천하고 갈 수도 있다는 거였다.
물론 책방지기님이 달아 놓으신 다양한 코멘트도 있지만 손님들이 독자로서 추천한 책들은 또 새로운 방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책방의 큐레이션에 직접 참여하는 손님들.
나중에 또 방문할 때는 나도 추천의 말을 적어두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사면 읽을 수 있도록 카페처럼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책을 사서 편안하게 읽고 갈 수도 있었다.
나도 꽤 오랫동안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를 읽다가 왔다.
너무 분위기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하마터면 퇴근 시간에 걸릴 뻔했다.
책방이 너무 예뻐서 정신없이 셔터를 누르는 동안,
책방지기님이 내가 사진 찍는 걸 기다려 주시느라 지나가다가 잠시 멈추시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급히 카메라를 내려놓자 책방지기님은 웃으면서 ‘다 찍으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그 짧은 말과 행동에서 책방지기님의 작지만 큰 배려가 느껴졌다.
책방지기님도 손님들도 따뜻했던, ‘오케이어 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