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와 런던여행 5

끝까지 시행착오 투성이

by YongE

오늘은 오전에 비행기 탑승하는 내일을 제외하고 런던을 즐길 마지막 날이었다.


대영 박물관


우린 미리 예약해둔 대영 박물관 투어를 위해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을 맞춰 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새벽에 또 일어나 거의 6시쯤 아침을 먹었다. (햇반에 친구가 나눠준 김치볶음까지.)

그리고 준비를 시작해서 8시에 숙소에서부터 대영 박물관으로 출발했다.

잘 안 잠기는 숙소 문을 겨우 친구가 잠그고 숙소 1층으로 내려왔는데 친구가 투어할 때 필요한 이어폰을 놓고 와서 다시 들어가 가지고 왔다.

약 한 시간쯤 걸리는 대영 박물관으로 가던 중에 친구가 현장 지불금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걸 알게 되어 근처 atm에서 급히 돈을 뽑고 대영 박물관에 도착했더니 9시 반이었다.

투어 측에서 박물관 개장은 10시 정각인데 최소한 9시 반에는 도착해야 줄을 서서 들어오면 박물관 내 약속 장소에서 10시 반에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다행이었다.

입장할 때 표를 확인하는데 바코드를 찍는 게 꼭 총을 쏘는 것 같았다.

표를 확인하고 나면 두 줄로 줄을 서는데 이 두 줄의 차이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우리 줄보다 다른 줄이 빨리 들어간 건 확실했다.

가방 검사 후 엄지 척을 받고 (괜히 기분이 좋았다.) 박물관 안에 들어가자 투어 가이드 두 분이 계셨다.

말씀하시기론 나잇대별로 두 팀으로 나뉜 거라고 하셨다.

우리는 조금 일찍 들어가서 가이드님이 이따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못 볼 테니 대영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로제타 스톤을 미리 보고 오라셔서 로제타 스톤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난 사실 처음에 로제 타스톤인 줄 알았다.)


그러고 나서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투어를 따라다녔는데 그 넓은 박물관에서 중요한 것들만 볼 수 있어서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사람만 좀 적었어도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다고 했다.)

나는 지난 번 여행 때도 그랬지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랑은 그렇게 잘 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


대영 박물관에는 한국관도 있었는데 영국이 세계 각국에서 유물을 빼앗아 온 것과 달리 한국과는 수탈의 역사가 없었다고 했다. 모두 정당하게 가져 온 것들이라고.


솔직히 설명 안 들었음 그냥 이게 뭐야 했을 것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면서 박물관을 돌아보니 더욱 박물관에 온 보람이 있었다.


Flat Iron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가성비 스테이크집 flat iron에 가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갑자기 LTE가 제대로 안 터져서 엄청 고생했다. 심지어 둘 다.

그래도 어찌어찌 잘 안 터지는 와이파이를 잡아 순서를 기다려 들어가서 스테이크를 시켜 먹었는데 내가 멍청하게도 스피나치가 시금치인 줄 모르고 사이드로 시켜서 그건 거의 안 먹고 친구 사이드인 매쉬 포테이토만 먹었다.

난 짭짤한 걸 좋아해서 스테이크 간이 딱 좋았는데 친구한테는 조금 짰던 거 같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났는데 나와 친구 카드가 모두 결제가 안 되는 거였다.

심지어 식당 안은 LTE도 안 되는데.

그래서 우리는 번갈아 나가서 충전을 했는데 아뿔싸, 나는 은행 점검 시간에 걸려서 충전도 안 됐다.

그래도 다행히 친구 카드는 충전이 돼서 친구가 대신 결제해 주었다.

그동안 종업원 분은 차분하게 기다려 주셨고 덕분에 우리는 잘(이라기엔 너무 고생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친절한 종업원 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다시 노팅힐로


다음 행선지는 어제 얘기한 것처럼 노팅힐 북샵 재방문이었는데 친구가 깜박 잊은 듯 이제 숙소로 돌아가면 되냐고 하길래 난 친구가 숙소에 먼저 들어가고 싶어 할까 봐 먼저 들어가라고 했다.

하지만 친구가 숙소 혼자 가기 무섭다며 나랑 노팅힐에 같이 가 주었다.

(근데 우리 숙소 인간적으로 너무 무서웠다. 특히 저녁에. 사람도 안 다니고.)


노팅힐에서 나는 먼저 작은 아씨들을 집어들고 아빠를 위해 피터 팬 원서를 골랐다.

엄마에게는 에코백을 사주려 했는데 엄마가 고른 아이보리 색이 천이 너무 약해 보여서 엄마가 좋아하는 종이엽서와 조금 단단한 엽서를 샀다.

(이때 높이 매달린 가방을 꺼내는 데는 성공했는데 다시 걸질 못해서 낑낑대자 옆에 있던 친절한 한국인 분이 도와주셨다.)

사실 단단한 엽서는 그 그림이 그려진 종이 엽서를 못 찾아서 산 건데 알고 보니 있더라.

노팅힐 북샵은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한 번에 들어와 지난번 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이번 방문 때는 친구가 노팅힐 북샵 앞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했는데 저녁 시간이라 어두워서 간판이 보이질 않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번에 노팅힐 왔을 때 못 갔던 M&S 마켓에도 들러 피스타치오 아몬드 쿠키를 샀다.

나중에 집에 가져오니 엄마가 엄청 좋아하셨다.

역시 엄마 입맛 내 입맛.


부상 투혼


근데 진짜 영국 여행 며칠 간 발바닥이 마비되는 줄 알았다.


숙소 화장실 쓰레기통이 발로 밟아 여는 건데 그 밟는 부분이 굉장히 뾰족한 쇠였다.

근데 내가 며칠 전에 그걸 맨발로 막 눌러댔더니 발에 물집과 염증이 생긴 거였다.

그 상태로 며칠을 돌아다녔으니 발이 멀쩡할 리가.


마지막날까지 아픈 발을 이끌고 오르막길을 올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온라인 체크인을 하고 나서 미역국밥 컵반으로 저녁을 때운 후 짐을 겨우겨우 챙겨 밤 9시에 체크아웃을 했다.

그리고 낑낑거리며 걸어 내려와 버스에 지하철을 타고 공항에 왔다. 무려 10시간 전에.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공항 오기 힘들 것 같아 밤에 미리 와서 24시간 카페에서 돌아가며 한숨씩 잤다.

친구가 친히 약국에 가서 밴드를 사다 줬는데 확실히 붙이고 나니 살 것 같더라. 진작 붙일걸.

친구는 내게 상처도 날 수 있는 거고 물집도 생길 수 있는 거지만 왜 연고도 밴드도 붙이지 않으려고 하냐고 걱정하더라.

맞는 말이었다.


비행기 탑승


체크인을 하고 나서 면세점에도 포트넘 앤 메이슨이 있길래 엄마 하나 사다 드리고 싶어서 다양한 맛의 티가 조금씩 모여있는 세트를 샀다.

그리고 탑승 게이트를 찾아보니 9시 비행기인데 8시 10분에 알려준다기에 면세점을 조금 더 구경하다 탑승 게이트로 갔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알려주는 거지.

아부다비 행 비행기에서는 친구 옆에 앉은 외국인이 사내맞선이라는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었는데 괜히 신기했다.


우리는 1월 1일을 비행기에서 맞이해서 승객들과 함께 카운트 다운도 하고 고깔모자도 쓰고 사진도 찍었다.

비행기에서는 역시 사육에 사육을 당했다.

그 중에서도 마지막 기내식 메뉴는 크림 파스타를 선택했는데 너무 느끼해서 거의 먹지도 않았다.

아쉽게도.


그렇게 해가 바뀐 1월 1일, 우리는 한국에 도착했다.


공항버스


하지만 한국에 도착했다고 다가 아니다. 공항버스를 타고 야탑역까지 가야 했다.

친구가 나 대신 예매해 줬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많이 남아서 버스 시간을 두 번 바꿨다.

그러고 나서 버스 타러 가려고 하는데 친구 티켓이 사라진 것이다. 가방을 다 뒤져봐도 없었다.

역시, 마지막까지 여행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아까 앉았던 자리에 가 보니 티켓이 얌전히 떨어져 있었다.

우리는 간당간당하게 공항버스를 탔다.


우리의 다사다난했지만 행복했던 여행은 끝났다.

비록 실수도 많았지만,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완벽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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