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바르셀로나 여행: 사그라다 파밀리아

미완성의 미학: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마법

by 꿈 공작소

이번에는 짱구언니가 고장이 났다. 새벽에 일어나 옆에서 계속 두런두런… 핸드폰 불빛이 수면을 방해했지만 잘못하면 하루 종일 정신줄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꼭 감고 버틴다. 괜히 눈을 뜨면 벽장 속에서 귀신이 튀어나올까 봐 두려워 눈을 뜨지 못하는 아이처럼.

DSC_8097.JPG?type=w966 호텔의 아침

전날이 여행 공식 1일이지만 오늘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획이 완벽하게 짜여 있다. 무려 47페이지에 달하는 여행 계획서 중 오늘의 분량을 꺼내 검토를 해본다. 오늘은 바르셀로나 하면 삼척동자도 안다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Sagrada Famila)를 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바르셀로나 여행의 진수라 할 수 있는 곳이기에 여행 앞쪽에 가장 먼저 다녀오고, 미치도록 좋다면 뒤에 있는 여행 계획 중 하나를 생략하고 다시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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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가격도 다 잡은 카페에서의 아침

먼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을 나선다. 호텔에서 파는 조식의 한 사람당 30유로라는 가격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동네 아침 맛집에서 둘이 먹어도 30유로가 넘을까 말까 한데 해도 너무했다. 꽤 근사한 카페를 섭외해 찾아갔지만, 문을 여는 시간은 그냥 장식으로 붙여 놓은 모양인지, 문 앞에서 5분 이상을 기다려도 문을 열 기미가 없다. 카페를 포기를 하고 무작정 성당 쪽으로 걸었다. 스페인은 하루를 조금 늦게 시작하는지 거의 모든 가게들은 아직 문을 닫은 상태였다. 사그리다 파밀리아에 오픈 런을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들 때 즈음 문을 연 카페를 하나를 만나게 된다. 두말할 것 없이 들어가 자리를 차고앉았다. 카페에 레이디 가가의 팬이 일을 하는지 아침부터 가가의 굵직한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진다. 외국에서 만난 우리나라 가수의 음악은 왜 이렇게 정겨울까? 예전에 한국음악을 접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졌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이다. 미쿡 사람이 다 되기는 된 모양이다. 괜한 자부심을 온몸으로 전율하며 아메리카노 한 잔에 작은 행복을 누리는 아침이다.

DSC_8111.JPG?type=w466 현재 정문 파사드

카페를 나와 몇 걸음 옮기자 바로 성당이 눈에 들어온다. 그간 보아왔던 다른 성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특이한 성당이다. 게다가 성당의 위치 바로 앞에 도로 그리고 상점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모습에 꽤 놀랐다. 너튜브에서 자주 본 드론 샷 덕분에, 나는 이 성당이 유럽의 성처럼 넓은 영지에 위치해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주변을 넓게 감싸는 여백 따위는 없었다.


오픈 런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예약을 했기에 시간이 좀 남았다. 먼저 Plaça de Gaudí로 넘어가 정문 파사드를 담아본다. 우리가 보통 익숙해져 있는 성당의 외관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는 그런 모습의 파사드였다. 화려하면서도 둔탁해 보이고, 어떤 곳은 절제된 것 같은데 다른 곳은 조잡할 정도로 현란했다. 왓츠 타워처럼 미국에 있는 세상을 등지고 평생을 건축물에 투자한 사람들이 신념으로 지은 건물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들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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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쯤 지나 우리 투어 예약시간이 되어 안으로 입장을 했다. 놀랍게도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성당 경내에 발을 들여놓아 보지도 않고 밖에서 사진만 찍고 사라졌다. 그럼 그냥 너튜브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 다큐 같은 것이나 보고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 다운로드해서 자기 모습을 합성만 해 놓으면 되지 않나? 이까지 와서 왜 그냥 돌아가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그룹은 Bertha라는 가이드 아가씨가 인솔을 해주었다. 심한 억양 때문에 종종 영어를 듣고 있는지 스페인어를 듣고 있는지 혼돈이 되기는 했지만 역시 카탈루냐 사람답게 엄청나게 열정적으로 뜨겁게 설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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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문 탄생의 파사드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는데, 성경의 내용을 조금 알면 파사드가 굉장히 친근하게 다가온다. 왼쪽은 요셉에게 헌정된 희망의 문이 있고, 오른쪽은 성모 마리아에게 바쳐진 신앙의 문이 있고, 가운데는 예수에게 헌정된 사랑의 문이 있다. 종탑 네 개는 사도 마티아스, 사도 유다, 사도 시몬, 사도 바나바를 상징한다. 뜬금없는 기둥 아래 뜬금없는 거북이 두 마리가 있는 것도 특이한데, 북쪽 거북이는 육지 거북이로 바르셀로나의 산악지역을 또 남쪽에 있는 바다거북이는 남쪽의 바다를 표현한다고 한다. 거북이는 느리지만 꾸준한 삶의 상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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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아는 것과 같이 성당은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2026년 (가우디 사망 100주년)에 중앙의 예수님 타워까지 중앙에 완성되고 나면 성모 마리아 타워, 네 개의 복음 타워 그리고 12제자를 상징하는 작은 타워까지 완성이 되어 마침내 건축이 완공된다고 한다. 물론 원래 계획대로 부속 건물들까지 만들려면 몇 년이 더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기할 사항은 중앙의 타워의 높이는 172미터가 될 것이라 하는데, 이는 감히 인간이 지은 조형물이 신이 만든 185 미터 (가이드는 173미터라 했다)의 몬주익 언덕을 넘을 수 없다는 가우디의 신에 대한 경외심에서 나왔다고 하니 그의 신앙심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페인 역사 문화재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이 성당은 건축 초기 건축 허가 신청서를 낸 것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사실이 2016년이 되어서야 밝혀져 인류 역사상 최장 불법 건축물이라는 불명예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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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에 녹아든 짱구씨

이제 내부로 들어선다. 밖의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훈훈한 느낌이었는데 내부는 아늑하고 시원했다. 성당 내부는 말 그대로 감동이었다. 네 개의 복음서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서있으며, 성당 네이브를 걸으면 마치 숲속을 걷는 듯한 느낌은 준다. 천장은 나무와 꽃을 닮은 기둥으로 채워져 숲의 분위기를 심화시켜준다. 동면과 서면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이 되어 있는데 보통 천주교 성당에서 볼 수 있는 성화가 아닌 성인들의 이름으로만 채워져 있었다. 동면 스테인드글라스는 파란색과 녹색을 사용해 햇빛이 들어올 때 탄생을 나타내고, 서면 스테인드글라스는 빨간색과 주황색을 사용해 석양이 질 때의 사망과 희생을 의미한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기둥에 잘 반사가 되도록 내부 기둥을 하얀색으로 만든 것도 치밀하게 계산이 된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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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공식 명칭은 Templo Expiatorio de la Sagrada Familia (속죄의 성전). 줄여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라 부르는데 이는 거룩한 가족이라는 뜻이다. 즉 예수님, 성모 마리아 그리고 요셉을 가리키는 것이다. 성당은 1882년 델 빌라르(Francisco de Paula del Villar)가 건축하기 시작했다. 1883년 빌라르가 사임하고 그의 제자였던 안토니오 가우디가 건축을 이어 받았다. 성당은 고딕 건축 양식과 아르누보 양식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로 지어졌다. 보통 건물을 지을 때 내부 골조부터 지어서 밖으로 뻗어나가며 디테일을 더하는 방식이 많은데, 이 성당은 특이하게 화려한 탄생의 파사드를 먼저 지었다고 한다. 구엘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었던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과는 달리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철저히 개인 헌금에 의존해 건축이 되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관심을 끌어내 더 많은 헌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무엇인가를 보여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가우디가 탄생의 파사드부터 가장 먼저 공들여지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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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의 파사드는 아직도 공사 중이며 완공이 되면 정문으로 사용이 된다. 정문으로 사용될 철문에는 주기도문이 50개의 다른 용어로 새겨져 있었다. 그중 한국어로 '우리에게 일용한 양식을 주옵소서'는 눈을 반쯤 감고 들여다보아도 눈에 뜨일 정도였고, 카탈루냐 언어로 적혀 있는 주기도문 중 'AG'를 강조해 이 성당의 건축자인 안토니오 가우디에 대한 작은 헌사의 표현을 해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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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남서쪽에 있는 Passion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는 가장 무겁고 어두운 느낌을 주었다. 해질녘을 제외하고는 항상 그늘이 져있는 곳이라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가우디가 남기고 간 유언을 따라 만든 것으로 “단단하고 벌거벗었으며 마치 뼈로 만든 것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유언했다고 한다. 밝고 맑은 느낌을 주는 성당의 전체 분위기에 비해 이곳은 전혀 다른 공포, 경외감 등을 선물하는 특별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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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구경을 마쳤으니 이제는 타워를 올라야 한다. 타워를 오르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을 해야 하는데 Nativity Tower와 Passion Tower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Nativity Tower의 장식이 훨씬 볼 것이 많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얻어 우리는 Passion Tower를 예약했는데, 이날 Nativity Tower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그쪽 예약은 전면 취소되었단다.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선심을 쓰듯 자동 환불이 될 것이라 이야기를 해주는데… 여행자에게는 웃돈을 주고라도 예약을 한 타워에 오르고 싶지 벌써 계산이 된 입장료를 환불받는 것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다행히 우리 쪽 엘리베이터에는 문제가 없어 타워를 올랐다가 좁은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상까지 내려오는 귀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복불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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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무덤-오른쪽 사진 출처: 지구별 소풍

마지막으로 기념품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다가 가우디의 무덤이 생각이 났다. 물건 계산을 하며 일하는 아가씨에게 가우디의 무덤을 볼 수 있는 유리창 위치를 물어보았더니 영어하고 그리 친하지 않은지 오른쪽 왼쪽이 마구 헷갈린다. 어렵사리 정보를 해석해 무덤을 찾아갔으나… 전혀 다른 방향. 아가씨가 해준 말을 복기해 보니 말해준 방향이 자기가 바라보는 방향에 기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나한테는 정반대 방향이었던 것…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마침내 가우디의 무덤을 볼 수 있는 유리창에 도착했다. 가우디의 무덤이 있는 지하성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토요일 미사가 열리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쉽지만 유리창을 통해 그의 무덤을 바라보는 것으로 경의를 표하고 바르셀로나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돌아보기를 마쳤다. 너무도 특별한 성당이었기에 떠나기가 아쉬워 1.4 후퇴 때 가족을 두고 피난을 가는 가장처럼 뒤를 계속해서 돌아보았다. 아주 특별한 성당이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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