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바르셀로나 여행: 바르셀로나 대성당

에우랄리아 대성당의 빗속 풍경

by 꿈 공작소

바르셀로나의 날씨가 좋아 반팔에 반바지가 어울릴 만큼 따뜻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면서 꿀꿀하더니 재킷을 입고 나오지 않았다면 추울 뻔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이 도시에 엿새를 머무는 동안 하루 정도는 날씨가 좋지 않아 고생을 좀 해야 기억에 더 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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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미술관을 빠져나와 몸을 녹일 겸 커피에 브런치를 찾던 중, 얼마 걷지 않아 산타 카테리나 시장 (Santa Caterina Market)을 마주했다. 무려 32만 5000개의 타일을 사용해 만들어 놓은 곡선의 지붕 때문에 (누가 이런 것을 정해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어제 다녀온 라 보케리아 시장보다 규모도 작았고, 파는 상품이 비슷해서 특별함은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해산물 가게 앞에 멈춰 섰는데, 새우랑 연어가 정말 신선해 보였다.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아챈 아줌마가 싱싱하니 사시미로 먹으면 된다고 권한다. ㅎㅎ 한국 여권도 없는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괜한 애국자가 된다. 미국에서 회를 이야기할 때 '사시미'란 단어를 항상 쓰면서 이럴 때는 괜히 단전에서 불편함이 올라온다. 우리는 이것을 '회'라고 해요. K-Food를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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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톡 쏘는 한마디를 던지고 아침에 보아둔 Brunch & Cake로 향했다. 바르셀로나에 일곱 개의 매장이 있는데 지금껏 다른 곳에 가보려 노력은 했지만, 시간이 맞지 않거나 위치가 동선에서 떨어져 있어 포기했었다. 테이블을 얻고 주위를 둘러보니 예상보다 오목조목 예쁘게 꾸며 놓은 가게였다. 미국은 이런 예쁜 가게가 극히 보기 드문 관계로 이런 아기자기한 곳에 오면 눈이 돌아간다. 앉자마자 커피를 시켰는데, 오랜만에 받아보는 커피잔. 크기가 앙증맞은 것에 불만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항상 대범하다가 이럴 때 약해지는 짱구언니는 흔하디흔한 에그 베네딕트를 시켰고, 나는 Pear Pancake를 시켰다. 팬케이크 위에 별사탕이랑 인어 꼬리 초콜릿을 사용해 장식을 한 음식이었는데, 맛이 아주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눈으로 먹기에 좋았고, 공복에 쏟아부은 설탕의 힘으로 에너지가 마구 용솟음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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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스파이크의 힘을 빌려 비를 뚫고 바르셀로나 대성당 (공식 명칭: Catedral de la Santa Creu i Santa Eulàlia) 광장까지 달려갔다. 광장에 들어서면 바르셀로나 수호 성녀에게 바쳐진 엄청난 규모의 성당이 나타난다. 산타 에우랄리아 대성당은 커다란 고딕 건축물로 하늘을 찌를 것 같은 탑들이 인상적이다. 성당이 완공되는 데 무려 150년이 걸렸다고 하니 이쯤 되면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건축물을 천천히 짓는 전통이 있다고 결론을 내려도 될 것 같다. 가우디의 파밀리아 사그라다도 100년째 짓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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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에우랄리아의 무덤이 있는 곳. 철창으로 막아놓아 그냥 지나쳤는데 좀 더 자세히 볼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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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를 무려 16유로나 받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정보는 옥상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 3유로만 든다고 했는데... 그럼 엘리베이터를 타는 가격을 따로 받나? 궁금했는데 또 그것도 아니었다. 내부는 오래된 성당이라 그런지 분위기는 엄숙하고 많이 낡은 느낌이었지만 화려한 조각들과 그림, 그리고 조각상들은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성인들을 기리는 여러 채플이 눈길을 끄는데, 각 채플마다 조각과 그림에 대한 설명이 붙어 있는 것이 특별했다. 많은 성당을 다니며 누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이런 친절한 설명은 언제든 환영한다. 그런데 항상 이런 엄숙한 분위기를 깨는 건 짱구언니다. 무슨 아줌마가 빙의한 듯, "가우디 성당 때문에 밀렸어"를 중얼거리며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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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대 의자에 잠깐 몸을 맡기고, 며칠간 소홀히 했던 기도를 올려본다. 이런 신성한 곳에 오면 괜히 기도가 더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은 그냥 느낌상이겠지? 성당 내부는 다 돌아본 것 같으니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에 올랐다. 그런데... 조금 그칠 기미를 보이던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첨탑 너머에 뻥 뚫려있는 바르셀로나의 시내 풍경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촉촉이 젖어있는 오래된 도시 바르셀로나의 운치 있는 풍경도 참 낭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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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끝까지 가기 위해서는 지붕 위에 덧댄 철제 바닥과 난간을 의지하고 가야 하는데 비 때문에 바닥이 꽤 미끄러웠다. 안 그래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짱구언니에게는 거의 지옥 같은 체험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짱구씨보다 고소공포증이 훨씬 심한 아저씨 하나가 나타나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난간 잡고 미끄러지기, 괴성을 지르며 벌벌 떨기 등을 시전해 주는 바람에 짱구언니의 고소공포증 정도는 어깨에서 가볍게 털어낼 수 있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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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구글 이미지

옥상에는 예상보다 고소공포증 환자는 많았지만 다행히 실려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지상으로 다시 돌아온 우리는 중정과 회랑을 걸어봤다. 그곳에 보물 창고가 있어 들어가 봤는데 사진 촬영 금지였다. 그곳에 전시되어 있는 왕관(?)과 제단에 붙어있는 다이아몬드의 크기가 자기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된다고 주장하는 짱구언니. ㅋㅋ 왜 사진 촬영을 못 하게 하는 이유가 바로 이해되지 않니? 그곳에 십자가를 X자 모양으로 지고 있는 여인의 그림을 만났는데, 그녀가 바로 바르셀로나의 수호성인인 에우랄리아였다.


에우랄리아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기독교인에 대한 박해가 엄청 심했던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통치 기간에 살았다. 그녀의 신앙도 시험대에 올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열셋에서 열넷의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박해를 위해 로마에서 파견된 총독에게 박해를 반박하며 조목조목 따졌다고 한다. 에랄리아라는 뜻이 원래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이름처럼 말을 잘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신앙이나 죽음을 선택하도록 강요되었는데, 그녀는 신앙을 선택해 13가지의 형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X자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나중에는 효수형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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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회랑으로 나오니 하얀 거위들이 몰려다니며 꽥꽥거린다. 대성당은 13마리의 거위를 5세기 동안 키우고 있는데, 이는 성녀 에우랄리아의 순결을 상징한다고 한다. 대성당 돌아보기를 마치고 나니 오후 스케줄까지 시간이 좀 남는다.


"Honey, It's Siesta Time!"


날도 꿀꿀한데 낮잠이나 실컷 자고 오후 여정을 이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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