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 이스탄불 국제공항

지경을 넓히시는 좋으신 하나님

by 꿈 공작소

장장 13시간의 비행. 성경을 읽고, 책을 읽고,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두 번의 기내식 먹고 나서야 마침내 첫 목적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탄자니아를 향해 가기까지는 여섯 시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짱구언니와 여행 중이었다면 분명 밖으로 나가 어떻게든 여섯 시간을 꽉 채워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선교 여행 중이다. 놀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중할 필요가 있다.

IMG_E2235.JPG?type=w1 이란 에어?

입국 심사는 예상보다 굉장히 빠르고 신속하게 진행이 되었다. 이제는 공항에서 여섯 시간을 버텨야 하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 뭘 하며 버티지? 출발 전 여러 가지 옵션을 고려해 봤다. 시간제로 이용할 수 있는 호텔에 가는 방법도 있었고, 수면 캡슐이나 포드 (POD)를 빌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일행들은 모두 비용 부담 때문에 고개를 저었다.


결국 무료로 잠시 쉴 수 있는 Napzone이라는 곳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처음에는 사람이 많아서 좀 당황했지만, 잠시 기다리니 여섯 명이 짐을 내려놓고 누울 수 있는 자리가 나왔다. 일단 일행을 그곳에 쉬도록 놓아두고, 공항 탐색에 나섰다. 13시간 동안 비행을 하고 와서 그런지 샤워 생각이 간절했다. 분명 공항 어딘가에 샤워 시스템이 있다고 알고 왔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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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갔지만, 사람을 줄이겠다는 취지인지 모든 센터는 키오스크로 대체되어 있었다. 컴퓨터 화면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어 도움을 요청하니 교환원이 등장했다. 소리도 잘 들리지 않고, 영어도 매끄럽지 않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차피 사람을 쓸 것 같으면, 그냥 센터를 유지하지 AI로 대체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키오스크를 쓰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샤워실의 정보를 얻어 그곳을 향해 밝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갔다. 샤워실로 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타려는 순간 떠들고 있던 터키 항공 직원이 보딩패스를 보여달란다. 보딩패스를 보여줬더니 이곳 샤워는 라운지 티켓이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볼멘소리로 키오스크에서 이리로 가라고 했다고 불평을 했지만, 그녀는 나를 무시하며 다시 수다 모드로 돌아갔다. 흐음... 이슬람 종교를 믿는 튀르키예 사람들은 친절함을 미덕으로 삼는다고 들었는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다.

%ED%94%BD%EC%8B%9C.jpg?type=w1 출처: Picxy

허탈한 마음으로 주변을 배회하던 중, 아까 권사님하고 집사님이 찾던 엄청나게 큰 면세점을 만났다. 재빨리 Napzone으로 돌아가 두 분을 면세점으로 모셔다드리고, 다시 Napzone으로 돌아와 몸을 눕혔다. 선교 여행이라는 것이 출발함과 동시에 영적인 전쟁으로 들어가는 것이라, 몸은 엄청 피곤했으나 편히 쉴 여유는 없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나는 혹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비상 상황에 대비해 항상 깨어 있어야만 했다.


잠시 후 탄자니아 입국을 위한 마지막 점검에 들어갔다. 이런 여행 중에는 '당연히'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확인하고 확인해야만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다. 그런데... 탄자니아 입국을 위해 받은 e-Visa를 프린트해 오라고, 프린터가 없으면 내가 대신 출력해 간다고 문자를 두 번이나 보냈는데, 일행의 절반인 세 명이 프린트를 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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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e-Visa를 받은 이메일은 다 가지고 계셨다 이메일을 하나로 모은 후 프린트가 가능한 곳을 찾아 나섰다. 아까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다시 키오스크의 안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공항의 거의 끝자락에 있는 수화물 보관소에 가면 프린트를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곳을 열심히 찾아갔더니, 그곳의 직원이 퉁명스럽게 이메일 주소를 하나 주며 그쪽으로 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즉석에서 다운을 받아 프린트를 해준다. 참 간단하고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한 사람당 $15.00을 내란다. 우아. 한 사람당 프린트 세 장에 $15.00. 이건 거의 강도 수준인데?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이제는 비행기만 타면 되는데, 이스탄불 공항의 게이트 시스템은 참으로 이상하게 돌아갔다. 출발 시간 약 2시간 전까지는 게이트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다. 파워 J의 강박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게이트를 알면 게이트 근처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비행기를 타면 딱 좋은데. 계속해서 게이트 번호가 나올 때까지 마냥 대기를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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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지 않았지만 먼저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늘 저녁은 탄자니아에 들어가면 못 먹을 것이라는 계산 아래 맥도날드로 정했다. 여섯 사람을 위해 빅맥 여섯 개와 프라이즈 세 개 그리고 음료를 네 개 시켰더니 미화로 $135.00정도가 나왔다. 공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튀르키예 물가도 만만치 않았다. 탄자니아에서 돌아올 때 하루 이스탄불에서 머물 기회가 있었는데, 선교사님 말씀에 의하면 튀르키예 물가가 평균 65% 올랐다고 한다. 또람프라는 미치광이 때문에 전 세계 물가가 요동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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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시간은 흘러 탄자니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제 일곱 시간만 더 날아가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기도를 올려 드렸다. 역대상 4장 10절에 나오는 말씀인 야베스의 기도가 터져 나왔다. 지경을 넓히시는 하나님,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모든 환란을 벗어나 근심이 없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아버지, 감사합니다.


"원컨대 주께서 내게 복에 복을 더 하사 나의 지경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역대상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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