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 킬리만자로 국제공항

아버지의 마음

by 꿈 공작소

우리가 탄 비행기가 다시 땅을 박차고 하늘로 떠올랐다. 이제 일곱 시간만 더 날아가면 된다. 비행 중 책을 읽으면 분명히 깨어날 수 없는 잠에 빠질 것 같았다. 깨어 있기 위해서는 또 영화를 봐야만 했다.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하얼빈과 Wolfs. 두 편 모두 괜찮아 지루한 비행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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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에 지도를 보니, 아프리카 상공을 날고 있었다. 나이로비를 지나 케냐를 벗어나고 있는데 세상이 너무 어둡다. 듬성듬성 도시의 불빛이 보이기는 했지만 너무나 힘없고 외로워 보였다. 어둠에 눌려 있는 대륙. 물리적으로는 어두울지언정 영적으로는 빛이신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이 땅이 고침을 받고, 참된 주의 나라가 이루어지길 기도했다.


“우리가 저에게서 듣고 너희에게 전하는 소식이 이것이니 곧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에게는 어두움이 조금도 없으시니라 요한 1서 1장 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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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추 내릴 시간이 다가오는데. 저녁을 먹고 비행기에 올랐음에도 손에 쥐어진 샌드위치는 꾸역꾸역 목구멍을 넘어갔다. 현지 시간이 몇 시인지 확인을 해보니 새벽 한 시. 몸은 시차 때문에 지금 내가 어느 시간대에 있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그저 본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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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착륙한다는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창밖을 내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암흑만 존재하고 있었다. 여기 대체 어디에 공항이 있다는 것이지? 보통 공항 근처에 오면 활주로에 불을 밝혀 여기가 공항이라고 요란하게 알려주자 않나? 그런데 불빛 하나 없는데 대체 어디에 착륙을 한다는 것이지? 궁금함이 샘솟기 시작하려는 찰나,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속도를 줄이더니 왼쪽으로 동체를 틀어 활주로에서 유턴을 한다. 우아… 아프리카 맞구나. 활주로에서 유턴을 하는 비행기는 처음 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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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착한 나라의 이름은 탄자니아. 스와힐리어로 '길들여지지 않은 곳을 항해한다'는 의미와 비슷한 단어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끝없는 평원이라는 뜻의 탕가니카 (Tanganyika)와 원주민의 바다를 뜻하는 잔지바르 (Zanzibar)가 합쳐진 단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갈라파고스라는 별명도 있는 나라로, 킬리만자로, 세렝게티 그리고 잔지바르 같은 유명한 자연의 보고를 품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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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선거와 관련해 소요 사태가 좀 있었다고 해서 공항에서 문제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선교사님의 말에 긴장을 좀 했는데, 공항은 국제공항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또 동양인은 우리 밖에 없어서 (아, 여행을 온 한국 부부가 있었구나) 가족이 아님에도 그룹으로 묶어 입국 심사를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동행한 사모님이 이유 없이 세관에 붙잡혀 시간을 좀 끈 것을 제외하고는 정말 너무도 평온히 그리고 무사히 탄자니아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아프리카 여행은 생각본 적도 없었는데, 이렇게 아프리카에 오다니 감개무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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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여정은 26시간이 넘는 비행에 끝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공항에서 선교사님과 조우한 후 다시 차를 타고 다시 약 세 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일행 모두가 깊은 잠에 빠졌는데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괜한 감동과 설렘에 젖어서인지 마음이 싱숭생숭해 감히 눈을 붙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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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내 눈에는 탄자니아 사람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왔다. 동이 트기 전 경운기에 짐을 잔뜩 싣고 움직이는 사람들. 대체 저 경운기에는 무엇을 실었을까? 처음 보는 집 모양과 나무 모양에 마음이 떨리고, 길가에서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옆집 강아지 취급을 받고 있는 얼룩말들을 바라보며 내가 진짜 아프리카 땅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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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의 탄자니아 땅에 동이 터오고 있었다. 더 많은 부지런한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렌지색의 홈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은 소녀가 마당을 쓸며 아침을 열고 있다. 붉은 토양의 붉은 흙먼지가 날려 아무리 쓸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빗자루를 움직인다. 네다섯 살쯤 먹은 꼬마 아이가 교복을 입고, 자기 몸집만 한 책가방을 메고 어딘가로 씩씩하게 걸어간다. 현지 시간 6시 10분. 저 어린아이가 부모의 도움 없이 스쿨버스를 타겠다고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도 기특하고, 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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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길에 나서면 저절로 아버지의 마음을 갖게 되는지, 탄자니아의 아침 모습이 모두 선해 보인다.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눈물이 핑 하고 돌 정도다. 혼자 나지막이 '아버지의 마음'이란 찬양을 불러본다.


'아버지 당신의 마음이 있는 곳에


나의 마음이 있기를 원해요


아버지 당신의 눈물이 고인 곳에


나의 눈물이 고이길 원해요




아버지 당신이 바라보는 영혼에게


나의 두 눈이 향하길 원해요


아버지 당신이 울고 있는 어두운 땅에


나의 두 발이 향하길 원해요




나의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 알아


내 모든 뜻 아버지의 뜻이 될 수 있기를


나의 온몸이 아버지의 마음 알아


내 모든 삶 당신의 삶 되기를'


p.s. 이 감동과 은혜의 도가니 속에서, 구할 수도 없는 삼겹살이 먹고 싶은 건 대체 무슨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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