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바르셀로나 여행: 구엘 궁전

신뢰가 만든 걸작

by 꿈 공작소


오늘의 일정은 피카소 미술관으로 시작해서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빠져나오니 날이 개기 시작했다. 호텔로 돌아가 간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오후 일정을 위해 다시 지하철을 타고 리세우 (Liceu)역까지 간 후 람블라스 거리를 지나 최종 목적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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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구엘 궁전 (Palau Güell). 궁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기는 하지만 사업가 구엘이 자신이 살기 위해 가우디에게 건축 의뢰해 지은 집이다. 구엘이라면 가우디가 상상의 날개를 펼쳐 자신의 스타일을 현실화 시킬 수 있게 뒤에서 아낌없는 후원을 해준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집은 다른 어떤 곳보다 화려할 줄 알았는데 외관상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좁은 골목에 다른 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집은 의외로 소박했다. 이는 주변에 있는 집들과 조화를 고려한 가우디의 계산된 설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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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치 이 집에 초청을 받은 손님처럼 투어를 시작했다. 먼저 넓은 정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나선형 통로를 따라 아래층으로 갈 수 있다. 지하층은 성의 지하와 같은 기둥들이 서 있었고, 과거에 마구간으로 사용했던 듯 말을 묶어놓을 수 있는 고리들에 기둥에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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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잘 깔려져 있는 양탄자를 따라 2층으로 오르며 가우디의 자연 친화적인 성향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천장의 조각이며 계단 손잡이의 깨알 같은 조각들은 역시 가우디구나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고딕에 무어리시 스타일을 가미한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그건 뭔지 전문가가 아닌 이상 잘 모르겠고, 공간은 궁전이라 불릴 만큼 넉넉했고 굉장히 실용적이고 기능적이었다. 손님으로 초대되어 처음 이곳에 왔다고 해도 물 흐르듯 실내를 돌아볼 수 있을 만큼 막힌 구석이 하나도 없는 내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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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가 건축을 할 당시 주택은 건물주의 부의 척도이기도 했다. 그래서 돈 꽤나 쓴다는 사람들은 더욱 경쟁적으로 화려한 집을 지었는데, 많은 사업을 통해 부를 축척한 구엘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가우디와 구엘의 관계는 그냥 주종의 사업적인 관계가 아닌 건축 예술에 대한 사명을 가진 인생의 동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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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짓고 있을 때 구엘 집사 중 하나가 가우디가 자신만의 예술을 위해 돈을 낭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올린 적이 있다. 그때 구엘은 가우디를 불러 명세서를 확인한 후, 자기 저택을 짓는데 돈을 이것밖에 사용하지 않았냐며 오히려 가우디를 나무랐다고 한다. 끝까지 믿고 끊임없는 지원을 해준 구엘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가우디가 존재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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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2층에 있는 홀에 도착하게 된다. 예전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었던 방이 있고, 작은 채플도 하나 존재한다. 이곳은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콘서트 등을 열었던 곳이다. 전체적으로 자연 채광이 많이 들어오지 않고 어둡게 지어져 가우디의 특허인 자연채광이 듬뿍 들어오는 곳하고는 좀 차별화되어 있다. 중앙의 돔에 별 모양의 창이 나있는 것도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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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지나온 방 중 하나에 파이프 오르간이 한 대 있었다. 누군가 연주를 해주면 오르간 소리가 이 건물에 어떻게 울려 퍼질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우리가 콘서트에 와있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에겐 그런 행운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기적절하게 녹음이 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콘서트홀에 울려 퍼졌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신기한 경험은 계속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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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우리는 거의 모든 가우디 건축물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옥상에 도달하게 된다. 그곳에 미를 상징하는 가우디 특유의 독특한 18개의 대리석 기둥들이 이 집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늘어서 있다.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기둥도 있었고, 포도송이를 닮은 기둥도 있었고, 예전에 스텝을 밟을 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들어 올렸던 등갓을 닮은 기둥도 있었다. 형형 색색의 기둥들과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했고, 가우디의 천재성에 열광하고 감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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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엘 저택은 198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건축 초창기에는 많은 비평가로부터 감옥을 닮은 집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지만, 구엘의 가우디에 대한 듬직한 신뢰와 아낌없는 지원이 가우디로 하여금 역작을 만드는데 몰두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들의 협업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후손인 우리들이 감상하고 감사하게 남겨 주었다. 구엘 궁전은 가우디의 건축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했으며, 앞으로 이어질 가우디 예술적 영감이 넘쳐나는 작품들을 만드는데 시발점이 된 작품이라는 것도 특기할 만한 내용이다.


바르셀로나에 와서 가우디 건물 돌아보기를 주요 여행 테마로 잡았는데,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다 돌아본 것 같다. 그런데, 짱구씨. 우리 점심은 안 먹어? 좀 먹여가면서 끌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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