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여행: 지아루샤 교회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by 꿈 공작소

탄자니아에 도착한 첫날은 긴 이동의 여파로 온전히 깨어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눈은 떠 있었지만 정신은 반쯤 잠겨 있는, 몽롱한 하루였다. 오후가 되자 선교사님께서 동네 교회를 방문하자고 하셨고, 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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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루샤라는 교회까지 가는 길은 비포장도로였다. 우리는 사륜구동 차량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선발대는 선교사님이 직접 운전하셨고, 후발대는 일행 중 비교적 젊은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국제 운전면허증을 챙겨온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탄자니아 뒷골목 비포장도로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했다. 붉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는 비포장도로의 어떤 구간은 1미터 정도는 공중으로 떴다가 떨어지는 것 같은 스릴을 주었고, 어떤 구간은 차가 25도 정도 기울어진 채 지나가야 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이제 앞으로 탄자니아에서는 액션이 들어간 액티비티는 안 해도 될 것 같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내가 또 언제 탄자니아에 와서 이런 비포장도로를 달려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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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을 쫄깃하게 했던 오프 로드 여정과는 상반되게 교회는 아주 평온한 언덕 위에 위치해 있었다. 담임 목사님과 교회 리더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의 인상은 한결같이 온화하고 점잖았다. 사실 탄자니아에 오기 전, 많은 고민을 했다. 내가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흑인들을 위해 선교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위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 안에는 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선입견이 있었다. 흑인이라면 게으르고, 놀기를 좋아하고, 시끄럽고, 무례할 것이라 내 경험을 통해 믿고 있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며 흑인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무너졌다. 그들은 조용하고, 겸손하며, 신실했다. 내가 알고 있던 우리 동네 '흑형들'하고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입견이란 내가 본 일부를 전부라 착각한 결과라는 것을 다시금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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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후 담임 목사님의 당부의 말씀이 이어졌다. 담임 목사님은 교회 사역과 마을 이장일을 함께 하고 계셨다. 목회에 전념하기 위해 이장 자리를 내려놓겠다고 해도 마을 주민들이 목사님처럼 일을 잘하는 이장님을 찾을 수 없다며 극구 만류했다고 한다. 그런 목사님이 애로 사항을 몇 가지 말씀하셨다. 첫째는 교회를 옆 마을 근처에 세워 옆 마을 사람들도 전도를 하려는 전략으로 현재 위치에 세웠는데, 문제는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어두워 위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목사님은 교회 옆에 있는 부지에 잠을 잘 수 있는 사무실을 하나 건설하고 싶다고 하셨다. 또 다른 부탁은 마을의 아이들에 대한 부탁이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VBS (방학 성경학교) 팀이 와서 아이들에게 복음의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또 넓은 교회 부지에 아보카도 나무를 심는 것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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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돌아올 때는 적잖은 부담을 안고 돌아왔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목사님의 부탁에 대한 대책 마련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목사님 사무실 건축은 처음 교회 설립 당시 도움을 주었던 목사님과 그 가족 (김 씨 패밀리)이 맡아 주기로 했고, VBS 팀 구성은 내가 미국에 돌아가 영어권 교회 Mustard Seed Church와 상의해 보기로 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것은 아보카도 나무였다. 탄자니아에서 아보카도는 단순한 과일이 아니었다. 1년에 36,520 톤의 아보카도를 수출하고, 그것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미화로 $7천9백만 불 (천백사십억 원)이나 된다고 하니 탄자니아의 주 수입원 중 하나였다. 아보카도 나무 한 그루만 잘 키우면, 아이 하나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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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교사님께 아보카도 묘목 하나의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봤다. 굉장히 뜸을 들이며 한참을 머뭇거리셨다. 우리 생각에는 오... 역시 수출하는 작물이라 묘목 가격이 비싼 모양이다 생각했는데, 선교사님이 한참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아주 작은 묘목은 $1.00이고 좀 자란 묘목은 $3.00입니다라고 힘겹게 말씀하셨다. 아.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선교지와 선교사님. 그럼 $300.00면 마을 아이들 100명의 미래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미국에서 우리 부부가 나가서 스테이크 하나 먹으면 쓰는 돈으로 말이다. 옆에 있던 집사님 하나가 마음이 움직여 $500.00을 기꺼이 헌금하셨다. 몇 년 후 남편 집사님과 돌아와 아보카도 나무가 잘 크고 있는지 꼭 확인하겠다고 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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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3)'라는 말씀처럼 탄자니아 지아루샤 교회에 심은 나무들이 잘 자라 아이들이 그 나무들처럼 삶의 자리에서 열매 맺고, 그들의 모든 행사가 형통하기를 마음 깊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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