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바르셀로나 여행: 살바도르 달리 하우스 뮤지엄

바다가 있는 모든 방에서 느끼는 달리의 숨결

by 꿈 공작소

오늘은 달리 데이로 정했다. 피게레스에서 달리 극장 미술관을 둘러본 뒤, 그의 집을 개조한 박물관이 있는 포르트야트(Porlligat)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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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마을 카다케스(Cadaqués)에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아주 조용하고 한적한 작은 만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이 바로 달리의 집이 있는 포르트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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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하고 뒤돌아보니 달걀 모양의 장식을 얹은 그의 집이 보였다. 달리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듯 울퉁불퉁한 비정형적인 건물이 눈길을 끈다. 저기가 바로 달리가 살던 집이구나.


그 집을 마주하고 있는 해변을 걸어봤다.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시골 바다. 햇살은 따스한데 바람은 꽤 차다. 바다 위에 부서지는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멈추어 있는 것 같았다. 달리는 이런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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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입장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동네를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가파른 언덕에 돌로 만들어진 담과 건물들을 그리고 파란 문들을 마주하며 지금껏 스페인에서 보았던 풍경하고는 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동네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면 하루 종일 쏘다녀도 아깝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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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려던 언덕 위의 식당은 오늘 휴업이라, 해변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른한 오후에 함께 하는 점심은 여행의 행복에 점수를 더한다. 거기에 음식까지 맛있으면 화룡점정이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을 생각이었지만, 푸짐하고 만족스러웠던 식사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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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시간에 맞추어 달리 하우스 박물관으로 입장했다. 나이가 지긋이 든 할머니 도슨트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영어와 스페인어 동시통역이 가능한 유능한 할머니였다. 우리는 먼저 그의 집의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곰 박제부터 시작해 벽을 채우고 있는 기이하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는 오브제들이 널려 있었다. 깔끔하고 정리된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환경이었지만 달리의 정신세계를 엿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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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박물관은 1930년에 작은 어부의 집을 구입해 개조하면서 시작되었다. 그의 뮤즈인 갈라가 죽은 1982년까지 달리가 가장 오랜 기간 머물며 작품 활동을 했던 곳이자 그에게는 유일한 집이라 불리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달리의 흔적은 물론이고, 곳곳에 갈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는 이 집을 생물학적인 집이라 불렀다. 각 방마다 저마다의 박동이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 다른 박동들이 내 정신을 쏙 빼낸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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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집 안 곳곳에 창이 바다로 나있어 집의 어느 공간에서든 바다를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었다. 유리창이 없어 비바람이 불면 어떻게 될까? 하는 괜한 염려를 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또 곳곳에 거울이 설치되어 있어 실내의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함께 산다면 감시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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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실제 사용하던 모습 그대로 복원이 되었다는 작업실을 둘러보았다. 그는 특이한 작품 세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머리도 비상했던 모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작품 활동을 하던 카우치였는데, 그 앞에 도르래를 사용한 장치를 만들어서 캔버스가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놓아 아무리 큰 작품을 그리더라도 일어날 이유 없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카우치에 앉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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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실은 예상보다 작았는데 큰 통창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는 스페인에서 일출을 가장 먼저 보길 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도를 보니 그의 집이 있는 곳은 만에서 꽤 들어와 있는 곳에 위치해 있고, 만을 둘러싸고 있는 곶에 있는 건물들이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는 했지만… 도슨트 할머니에게 딴죽을 걸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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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특이한 방은 Echo Room이라 불리는 곳이었는데, 이곳은 갈라가 개인 응접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그녀가 독서를 하거나 중요한 손님을 맞이할 때 사용하는 장소였는데, 특별한 구조로 설계가 돼있어 조용한 대화도 증폭이 되어 크게 들리도록 되어 있었다. 덕분에 초현실적인 교류가 이 방에서 가능했다고 한다.


'아아, 짱짱구. 응답하라 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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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지 실내 관람을 마치고 도슨트 할머니와는 작별을 고했다. 이제는 정원을 돌아봐야 하는데 정원은 자유 관람이었다. 정원의 작은 문과 비정형적인 통로들은 친밀함을 주었다. 역시 달리의 집은 남다르다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그 통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모습의 건물과 부서진 피아노 그리고 달걀이 올려져 있는 옥상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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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작품 세계에서 달걀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달걀이 탄생, 희망, 사랑, 순수, 부활 그리고 변형을 나타내는 강력하고 다면적인 상징이기에 그렇다. 그의 작품 속에서 종종 그의 개인적인 심리나, 꿈, 그리고 종교적인 주제 (그리스도의 부활)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달걀을 지나 공중정원(?)을 거닐다 보면 그리스도의 부활을 뜻하는 쓰레기의 그리스도(Christ of Rubbish)도 만나게 된다. 역시나 좀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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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편집증, 과대망상증 그리고 불안증이 있는 내면에 많은 갈등을 안고 살았던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 모든 내면의 문제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그 모든 내면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그는 이 평온한 장소에 집을 지었는지도 모르겠다. 달리의 집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작은 만은 너무 평화롭고 고요했다. 의자와 커피 한 잔만 있다면 오랫동안을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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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분수가 있는 정원을 거닐어 봤다. 달리는 초현실주의 화가이기도 했지만 산업 디자인 작가로도 유명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츄파춥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데, 프렐리와 미쉐린 디자인도 함께 전시가 되어 있길래 그마저도 이 천재 미술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는 않았다. 미쉐린과 관련된 그의 작품으로는 Michelin’s Slave라는 작품으로, 새로운 미쉐린 맨으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상용화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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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실제 거주지에 만들어진 박물관을 돌아보며 그의 정신세계와 작품 세계를 한층 더 가까이 느껴볼 수 있었다. 집 자체가 예술품 같다는 느낌이 강했고, 조용한 바닷가에 위치한 장소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가 예술 작품 활동을 하던 공간을 직접 밟아보고 그곳의 공기를 호흡하며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고, 좀 기괴하다 느꼈던 그가 조금은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아쉽지만 달리 데이는 여기서 마무리해야 했다. 이제 다시 지로나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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