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경험한 세계 안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
예술적 영감이 깊은 사람은 내면의 깊이가 깊고 깊어, 기나긴 시공간을 채우기 위해 끝없는 자학과 다양한 예민한 감정의 공격을 겪는 것 같다. (빈 곳을 채우기 위해 영감을 끌어 모은다.)
스스로 정의 내린 확고한 기준에 도달하기 위해 머리가 저릿한 영겁의 시간을 겪고, 나의 지겹고 특별한 상상을 실물화했을 때 그 짜릿함과 성취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상상했던 것들이 눈앞에 형상화되고, 누군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소비하고 나와 같이 애정 하는 모습을 볼 때, 이를 보는 상상의 주인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아마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각 사람의 우주들이 모여 씨앗부터 장성한 나무로 이루기까지, 정성 들여 함께했던 사람의 진심을 나는 이해를 넘어 공감할 수 있다. 내 이름을 걸고 애정을 쏟아 만들어 낸 것이 부당한 대우를 겪는 것을 볼 때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을까. 자신을 희생하고 거부했던 것들을 수용하며, 억울함을 못 참는 본성을 이겨가며 지켜온 것들을 또 억울하게 빼앗기게 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냥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너무너무 공감이 되어서. 내가 투영이 된다. (생각의 시간을 파는 이들은 이런 부분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분야에 특별한 서사를 만들어 내는 사람의 길은, 항상 그리 순탄하지 않는 것 같다.
어느 누군가의 미움이라는 그림자가 짙어질 때. 혹은 마음이 더 공허하고 외로워질 때, 영감이란 빛은 더욱 강하게 빛나며, 상상은 더욱 구체적이고 촘촘히 내면을 채워주는 것 같다.
왜 무언갈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항상 외로운 걸까!
이걸 깨달아가는 게 삶이란 줄타기의 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