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를 낳고 쉬고 있는 2년간의 지금 이 육아휴직은 곧 끝이 난다. 3월에 학교로 복직이다. 휴직의 기간 동안 나 자신에 대해 깊이 탐험해 볼 수 있는 여유, 난생처음 취미를 도전해 보는 여유, 아이들 등원 후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달릴 수 있는 여유, 카페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지금도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며 이렇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굉장히 여유 부리는 느낌이지만 사실은 육아전쟁의 시간이 많이 차지한다는..^^;)
여유롭고 너무 좋은데 전업주부로 계속 살아본다면 어떨까? (전업주부가 여유롭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실 제대로 한다면 집안일과 살림은 진짜 어려운 것이다. 어차피 복직할 거니 좀 쉬어야 한다는 핑계로 집안일은 살짝 내려놓은 상태...)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자유에 끝이 있기 때문에 휴직의 기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져 나는 더 큰 열정을 가지고 즐기려고 욕심도 냈던 것이다. 그런데 복직이 없이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과연 지금 느끼는 것처럼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까?
삶에 대해서도 비슷하게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인생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평소에 잘하지 않지만, 죽음이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이 순간의 소중함이 더욱 피부로 느껴진다. 영원히 산다고 하면 삶을 소중하게 생각할까? 아우,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
메멘토 모리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의 의미이다.
최근 읽고 있는 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어령 선생님이 반복적으로 “메멘토 모리”를 말씀하신다. 그리고 ‘나는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고도 말씀하셨다. 매일의 아침마다 죽음을 떠올린다면 하루를 허투루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내 눈앞에 가까이 와있는 “끝”을 상상한다면 겸손한 마음과 동시에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삶에 대해서 뿐 아니라 모든 것에 “끝”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둔다면 많은 일들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떤 고통스러운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것 또한 끝이 있기 마련이다. 다 지나간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상황으로 발상이 전환된다. 반대로 현재 나의 상황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면 이에 대한 “끝”을 생각해 보자. 방심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의 휴직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자. 육아휴직 기간의 끝이 코앞으로 온 나는 굉장히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느끼고 있다. 몇 분이라도 시간을 그냥 보내기 아까워 운동도, 독서도, 육아도 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이 강해졌다.
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복직을 하고 나의 삶이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생각에 벌써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휴직을 통하여 나의 영혼에 가득 양분을 채운만큼 교육현장에서 좀 더 생기 있는 모습으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