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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ipick Feb 02. 2024

#6. 글을 쓰는 이유

나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뿐

작년 여름 독서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관심이 갔다. 나의 독서목록에는 에세이도 몇 편 있었다. 에세이를 읽다 보니 작가의 인생이야기와 나의 삶을 비교해 보며 ‘이런 점이 비슷하네, 나는 이랬었는데, 저랬었는데.’ 하며 자꾸 생각의 꼬리를 물게 된다. 그러면서 그즈음부터 나는 직접 글은 쓰지 않았어도 마치 작가가 된 듯 나만의 에세이를 마음속으로 읊기 시작했다. 내 속 안의 이야기들이 더 이상 내 머릿속에 차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듯 밖으로 쏟아져 나오려 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학창 시절 글짓기나 숙제 말고는 스스로 글쓰기를 해본 적 없는 내가 노트북을 열고 갑자기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고, 그래서 나는 내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불쑥불쑥 내 이야기가 나의 머릿속에만 있기 싫어졌는지 자꾸 밖으로 외출을 감행하려 한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온라인 글쓰기 모임에 덥석 참여해 본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글감이 주어진다.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세상을, 주변을 관찰해 본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지내왔던 공간들에, 시간들에, 냄새에, 사물들에게 관심을 가져본다. 일상의 순간들을 의식하며 글로 나타내보려 노력한다. 계절의 변화도 더 예민하게 바라본다. 조금씩 바뀌는 바람의 온도, 미세하게 변하는 자연의 색깔, 하늘과 구름, 떨어져 가는 나뭇잎들...     




쌓아 온 생각이 많을수록, 사유가 깊어질수록 좋은 글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개념이 아니다.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했던, 나와 전혀 관계없다고 여겼던 수많은 존재와 나를 연결 짓는 행위다.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p36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은 최근에 읽은 책이다.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을 가진 나에게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한 책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글을 쓰는 이유가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사는 게 힘든 사람들에게 글을 써보라고 권한다.     


나도 비슷하다. 나에게 글쓰기의 가장 핵심은 바로 ‘치유’의 과정이다. 삶에서 겪는 나의 고통과 괴로움, 슬픔은 그 누가 위로해 준다고 해도 100% 완전하게 이해받을 수 없다. 나의 역사와 나의 온 우주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다. 나 자신만이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글로 표현함으로써 내가 나를 위로한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억지로 남에게 유도해도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가장 가까운 사이인 남편에게 수없이 유도를 해보았지만 정확히 내가 듣고 싶은 말의 반대로 말을 하는 것에 매일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제는 시도도 하지 않는다. 간혹 내가 원하는 말을 해줄 때에는 너무나도 연기하는 티가 많이 난다.     


정말 많은 책에서 글쓰기를 권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는 이야기도 많다. 나는 이제야 글쓰기를 마음먹은 초보중의 초보자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장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겠다.     


첫 번째로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치유’이다.

괴로울 때, 불안할 때 글쓰기를 통해 나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돌아보고 위로할 수 있다.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도 해줄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성찰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삶을 성찰할 수도 있고, 어떤 주제에 대해 성찰할 수도 있다. 성찰 없이 글이 쉽게 써지지 않는다. 이전보다 삶과 세상을 향해 바라보는 태도가 더욱 섬세해진다. 일상을 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되며 사고가 명확해진다. 머릿속으로 두루뭉술하게 생각했던 것을 글로 나타내면 명료해진다.      


마지막으로 성취감을 말하고 싶다.

그저 일상에서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내가 뭔가를 써냈다는 그 행위가 기특하다. 대단하지 않아도 뭔가 해냈다는 일상의 작은 성취감이다. 우리의 삶에는 이런 작은 성취감이 자주 필요하다. 대단한 일을 자주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작은 성취감을 주는 일들은 자주 도전해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나도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하고 싶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한 나지만 앞으로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설레기도 한다. 부족한 글쓰기 실력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보면 멋진 글 솜씨를 가진 대단한 사람이 참 많은 것도 사실이기에. 그렇지만 내가 솔직하게 쓴 글을 대놓고 누가 평가하고 점수를 매길 일은 없다. 이제 더 이상 남 눈치는 좀 덜 보고 솔직하게 표현하려 한다. 이런 나도 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이 힘들다면, 지금 바로 글을 써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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