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 없으니까 자영업자다

by 김현석

한 때 <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책이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며 청춘남녀의 헛헛한 마음을 다독여주고 긍정마인드를 심어주면서 암울한 현실을 버티는데 일조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언제부턴가 '아프니까 청춘이다'같은 말은 젊은 사람들에게 하등에 도움이 안 되고 힘듦을 미화하며 가스라이팅하려는 기성세대의 궤변에 불과하다는 또 하나의 기류가 형성된 것도 사실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는 표현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말도 안 된다는 표현인지 상충되는 반응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소견을 피력한 것을 대충 수렴하면 요즘 젊은 친구들의 반응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표현에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시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은 아마도 7080 세대의 감성에는 충분히 공감되지만 SNS로 대변되는 인터넷세상에서 많은 걸 공유하는 요즘 청춘들의 마음에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오히려 무슨 히트한 원작의 패러디물같이 회자되는 < 아프니까 자영업자다 >라는 온라인커뮤니티가 요즘에 이슈가 되며 활성화되는 것이 해학적인 느낌도 들면서 다른 한편으론 씁쓸한 세태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갑자기 든 생각이지만 인생의 사계절이나 희로애락의 참맛을 알게 해 주는 데는 결혼과 자영업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심오하고 변화무쌍한 태세전환에 맞서 난세의 영웅처럼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며 생존하는 것에 깊은 희로애락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30년 정도 자영업을 하면서 좋은 점은 월요병이 없다는 것과 또 하나를 들라면 모든 일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래 지구상에서 타인의 명령을 듣고 따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두 종의 생명체가 있는데 그건 청개구리와 인간이라는 학계의 보고도 있으니 그런 면에서 자발적으로 일하는 자영업자는 선택받은 인생을 사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직원들의 급여일은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이 체감되고 업무상 중대한 과실이 생기면 직원은 심심한 사과의 표현이나 퇴사가 면죄부가 되며 종결되지만 그런 과실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자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으며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다 좋을 수가 없는 이런 게 세상의 이치일지도 모른다.


잃을게 많은 사람이, 지킬 게 많은 사람이 늘 신중하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유비무환을 벗 삼아 살아가는 게 인간세상인 것 같다.

재미있는 게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선수들도 커리어하이수준에서 장기계약으로 거액의 연봉보장이 확정되면 하나같이 다음 시즌부터는 실력이 추락하며 평범한 선수이거나 수준미달의 선수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인걸 봐도 인간이 잃을게 별로 없고, 동기부여나 목표의식이 부족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안주하려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


매주 오는 월요일인데도 변함없이 우울한 직장인들과 1년 365일 중 하루도 허투루 생각할 수 없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직장에서 유발될 수 있는 모든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거나 상황이 생기면 시의적절하게 해결해야만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자영업자와의 간극은 그래서 클 수밖에 없다.


주변의 친구들은 의외로 대부분 직장인이거나 은퇴 후엔 유유자적한 인생을 살아가다 보니 공감적인 반응 속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은 편이다.

언제부턴가 욜로니 딩크니 파이어족이니 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났는데 나는 아직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유지하기 위해 월요병을 느낄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구식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에 가끔씩 양가감정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현생은 이렇게 마무리될 것 같다.


그래서 월요병이 없다면 자영업자다.









작가의 이전글심미적 라이프의 빛과 옅은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