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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남해

by 김현석

나는 산과 바다를 다 좋아하지만 바다에 갈 때 더 설레고 기대감도 훨씬 충만해진다.
아마도 이건 산은 일상처럼 자주 가고 바다는 특별한 이벤트처럼 가게 되는 이유도 한몫할 것이다.
바다도 비교적 자주 가는 동해나 서해보다 몇 년에 한 번 가게 되는 남해일 때는 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 증폭되는 것 같다.
남해의 매력은 어쩌다 보게 되는 낯선 신비감도 있겠지만 한려수도와 바다의 정취가 다채로운 직조물처럼 곳곳에 펼쳐져있는 데 있다.

이번 남해여행은 내게 색다른 의미로 다가와 자본주의의 맛을 만끽하게 하며 여행의 또 다른 선택지를 주었다.


차로 갈 수 있는 여행지는 장거리드라이브를 통한 시각적, 사색적 경험들도 좋아하는 편이라 젊은 시절부터 당일치기로 심야에 돌아오거나 1박 정도 하며 텐트나 저렴한 민박으로 숙박은 해결하고 오롯이 순수여정에 경비를 지출하는 것이 여행의 패턴이었다.

점차로 잠이 보약인 나이대가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청소년정도로 성장한 시기즈음부터는 숙박환경에도 가중치를 두어 4성급 호텔이상을 선호하다 몇 년 전부터는 여행지역의 최고급숙박시설과 조식을 패키지로 해서 가는 것이 일상화되었지만 제주도가 아닌 이상은 일정이 타이트한 동선을 계획하여 1박 이상은 하지 않으며 여행마저도 합리적이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내 성격이 반영된 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국내여행은 가성비를 생각하며 느긋한 힐링개념보다는 여행지명소의 체험을 위한 활동에 방점을 두며 리플레싱하였는데 이번 남해여행은 최고급리조트호텔에서 2박을 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1박할 때는 체크아웃시간에 맞춰 조식을 마치면 나가기 바빴는데 2박의 시간적 여유는 자본주의에서 성공한자의 여유를 잠시나마 맛보게 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은 항상 약간의 결핍은 미래를 위한 준비이고 동기부여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남해여행은 작은 호사를 누리며 이젠 열심히 살아온 너에게 작은 사치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줘도 괜찮다는 또 다른 자아의 목소리가 들렸던 여행이었다.


그래도 자본주의의 맛에 심하게 들리면 되돌리기가 힘들 테니 정체성은 지키돼 확증편향적인 여행기준을 플렉시블 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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