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내는 하늘편지.
꽁꽁 얼어붙은 겨울하늘도
노란 햇살을 이기지는 못하던
동그랗게 눈부신 유채꽃 민낯의 우리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유채꽃이 피었어. 그 차가운 겨울에도 새벽부터 손빨래하고 밥을 준비하던 부엌에서의 엄마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어둡고 추운 방안에서도 그 소리가 나면 금세 따뜻하고 생생한 온기가 온 집안을 퍼트렸는데.. 그 기억이 이렇게 빨리 흐릿해 줄줄 알았더라면 엄마랑 같이 유채꽃 피는 걸 한 번이라도 보러 갈걸..
난 왜 그럴 용기를 내지 못했을까...
엄마가 갑작스러운. 깊은 잠이 든 날.
작고 바래진 내 심장은 주저앉아서 일어설 수가 없었어.
근데 오늘 아침에는 기도하면서 가열차고 애틋했던 엄마와 나의 따뜻했던 어린 기억들이 선명하게 코끝으로 맡아지더라. 소풍날 새벽아침,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오이김밥을 가득 싸주던 향긋한 기억, 엄마랑 장보러 갈 때면 무거운 짐을 엄마 손에서 뺏어 들며 엄마가 웃는 걸 한참 바라봤던 기억, 내가 놀고 있다가 다리를 크게 데었을 때 혼내지 않고 부랴부랴 바세린을 발라주던 울컥한 기억, 엄마 얼굴을 그리고 있으면 세상 가장 예쁜 미스코리아 표정을 지었던 꽃같은 엄마 얼굴...
엄마도 그때가 참 행복했지?
그렇게 매일을 엄마와 작고 따스했던 시간들을 함께할 수 있던 순간들이 내게 선물이었다는 걸, 그때 이후로 멈춰버린 내 시간 앞에서 너무나 너무나 온몸으로 느끼고 있어.
사랑에 서투른 내가 엄마가 되어 그토록 어여쁘고 선물같은 시간들을 꺼내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 엄마.
세상의 절벽에서 부서지다가 다시금 세상의 언덕으로 씩씩하게 차오를 수 있게 해주는, 내 곁에 노란햇살 처럼 동그랗게 눈부시던 유채꽃 닮은 우리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또 편지할게. 엄마..
2025. 유채꽃 향기 가득한 5월의 따스한 스물여덟날.
엄마의 하나뿐인 딸. 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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