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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Mar 30. 2024

100배 성숙해지는 법

촌스러운 선택을 하는 것

그래도 부모님이 물려주신 , 편안한 인상과 무난한 성격 덕에 인생을 살며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왔다.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반면 그 편안한 인상과 무난한 성격은 줄곧 그저 그런 길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무난한 인간이 되도록 나를 이끌기도 했다. 대학교 때 만난 선배들은 점심 메뉴 하나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나를 답답해했다. 나는 오히려 점심메뉴 결정이든 학교를 째고 노래방에 가는 결정이든 척척 아주 쉽게 해내는 선배들이 어른으로 보여서 졸졸 따라다녔던 기억이 있다. 그 많은 어른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다. 왠지 내 결정들은 다 촌스럽고 재미없어 보였다. 예를 들면 노래방에서 선곡한 내 곡을 사람들이 다 비웃는 것 같고, 내가 어제 산 옷을 사람들은 촌스럽다고 생각할까 불안에 떨었다. 그저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고 생각한 이유로 내 판단과 결정들은 모두 내 선에서 검열되고 난 바뀔 게 없다 단념한 탓에  무기력에 빠지게 된다.


신프로이트학파의 정신분석학자 에리히 프롬은 우리가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으로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무력감을 뽑았다. 우리들의 현재 모습은 과거 어린 시절 겪어 온 어른들의 무자비함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생각. 그러므로 우리들이 겨우 결정할 수 있는 건 고작 오늘내일의 점심 메뉴 정도라는 생각. 또 프롬은 이 무력감을 설명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어른들의 양육태도를 지적한다. 어른들은 어린 시절 우리들의 결정들과 생각들을 그리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어떤 좋은 생각이던 그저, 어린아이의 조금 부족한 착각 내지 망상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인데 ,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어떤 어른이든 아이들이 하는 말을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걸 이해하게 된다. 어린 시절의 착한 천성과 훌륭함은 보통의 평범한 이들이 그것을 “독특하고 이상하다” 로 인식하고 깎아내리는 태도로 쉬이 좌절된다. 그게 평범한 또래의 이야기 일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인 게,  수많은 어른들은 내게 그런 독특하고 사려 깊은 행동이 쓸데없고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이라 가르쳤기 때문이다. 그때의 어른들에게 나는 “어른스럽다는 건 무엇인가” “쓸데없다는 건 무엇인가” 라며 성질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 느꼈던 이 무력함. 나는 어떤 것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으며 설령 선택할지라도 그건 아주 촌스럽고 재미없는 것일 거라는 착각은 어른이 된 누군가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 100만 유투버 김송 씨는 어느 아침에는 이런 통찰을 전달했다. 남들보다 성숙하다는 건 자신이 할 선택들이 야기하는 결과를 인지하고 그럼에도 책임지는 선택들을 하는 것이라고. 누가 강요하는 선택이 아니라 힘든 길일지라도 내가 스스로 내 자유의지에 어울리는 선택들을 하는 것이라고.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라는 철학적 질문들을 차치하더라도 우리가 의심해봐야 하는 건 어떤 게 우리가 실제로 (어떤 강압이나 의무에 의해서가 아닌) “결정” 한 것일지에 대한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듯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선택들을 하는 건 한두 번의 우연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공부와 통찰로 얻어지는 것이다.


무력감을 느끼는 이는 누구나 촌스럽지만 자기에게 어울리는 선택들을 하고 느껴야 한다. 내가 선택한 만큼 내 주위를 둘러싼 세계는 변화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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