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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자까 May 25. 2024

게으름의 단상

게으름에게 감사한다.

먹고살 궁리 끝에 국어 입시 과외를 공부하는 중인데, 국어 고전시가 지문 중에는 게으름에 대해 꽤나 교훈 있게 쓰인 글이 있었다. 화자는 게으름을 꾸짖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있지 않느냐. 왜 네가 나와 함께하기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른 떨어지라고 말이다. 게으름은 반박하며 이야기한다.

당신은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고. 내가 있는 덕분에 그대가 공명의 뜻을 가지지 않고 자연에 머무르며 안빈낙도할 수 있는 거라고,  또 게으르니 사고를 치지 않고 평온히 살 수 있는 거라고. 화자는 게으름의  말을 듣고, 그와 영영 같이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도 그의 조상인 탓에 여기에 이렇게 게으르게 있는 것은 아닐까.

 

3킬로 달리기를 매일 , 하루도 쉬지 않고 또 헬스를 하루도 쉬지 않고 했어야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나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었다. 나라는 인간의 속성. 그건 바로 천성적인 게으름이다. 좋은 습관을 아무리 유지하고 있어도 하루 이틀만 손을 놓으면 그때부터는 끝이다. 좋은 습관은 죽도록 노력해야 유지되고 ,  나쁜 습관은 잠깐 틈을 주면 스며든다. 난 인생을 살아내는 건 참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죽을 각오로 하루도 틈 없이 살아내야 겨우 평온한 행복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으름과 더 붙어 살아가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그걸 끔찍이 싫어한다. 게으름에 파묻혀 있는 것 그걸 누군가에게 들키는 일 그걸 죽을 만큼 싫어한다. 그래서 난 군대에 들어와서 끝없이 이어지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루틴은 하지만,  기분 좋을 때나 가능한 것이었고 언제나 아프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나쁜 일이 있거나 쉬고 싶을 때 언제나 게으름이 파고들어 더 이상 루틴대로 살지 못하도록 하였다.

한두 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와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경험은 그 이후에도 날 괴롭혔다.   

 

내게서 앗아간 2년이란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그저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던 시간들. 난 그 시간들이 이후의 잃어버린 2년을 벗어났을 때는 날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희망 하나는 있었다. 고난이든 불행이든 겪어본 이만이 더 잘 직면하고 이겨내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염이라는 고약한 병에 걸려 , 모든 노력과 희망과 꾸준함을 잃었다. 그리고 한 번의 일탈로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잃었다. 내 패시브인 자격지심이 날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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