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바닥에 누워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 릴스를 내리며 등이나 벅벅 긁고 있는 내가 사회 이슈에 대해 다룬다는 건 너무 오만하고 쓸모 없고 패배자적인 일로 보이지만, 한번 이 이슈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는 일은 이후에 요즘의 sns 세태와 망해가는 한국 사회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것이다.
이 사진은 이 글을 쓰기 위해 의도적으로 캡쳐한 사진이 아니다. 정말 랜덤하게 3번째 보이는 릴스를 캡쳐해서 가져온 사진이다. 그리고 아래는 5번째 릴스 캡쳐본
그다지 다채롭지 않은 인스타 릴스, 어쩌면 몇 사진들로 우리가 보는 거의 모든 릴스들의 종류를 요약할 수 있을지 모른다. 보통 여론은 둘 중 하나이다. 그 사람을 욕하거나 과하게 칭찬하는 댓글. Sns에서 떠도는 밈중에는 '설레는 댓글창' 이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는 이걸 통해 알수있다. 욕먹을 게시물과 그렇지 않은 게시물은 어쩌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걸. 유튜브와 인스타에 과도하게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작은 손짓이라는 적은 리스크로 배댓이 된다거나, 재밌는 답글이 달리는 기대로 '개추' 박힐 만한 댓글을 단다. 흐름에 맞는 댓글을 달아야 관심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이다.
위에서 제시한 두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인스타 릴스에 뜰 만큼 혹은 유튜브 쇼츠에 뜰 만큼 외모가 완벽한지 아닌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받는다. 성형 관련 영상이 이에 적절한 예시가 아니라는 점도 알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소위 "완벽하지 않은 외모" 즉 애매한 외모에 대해서 사람들이 얼마나 각박한 지 알 수있다. 사람들은 "흠" 이라던가 "주접싸지 말라던가" 등으로 애매한 사람들의 sns 진출을 막는다. 그들의 반응은 그런 방식으로 호되게 혼나는 영상을 본 불특정
다수들에게도 간접적으로나마 메세지를 제시하는 것이다. 완벽한 외모 없이는 특별한 재능없이는 모습을 드러내지도 말라는 것.
24 트렌드 코리아 저서에서 제시하는 "육각형 인간"도 이에 호응한다. 외모,재력,배경 등등 모든 것이 완벽한 인간만이 사회에 나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그런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이는' 이들에게는 거품을 물고 과도한 찬사를(내겐 모두 주접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시덥잖은 조언을 혹은 눈물을 쏙 빼놓는 일침을 놓는다. 이런글을 쓰는 나 조차도 하나라도 완벽하지 않음에 좌절하고 댓글창을 보며 사회의 비정함을 깨닿는 중이기에.
미친듯이 민희진을 욕하다가, 또 어느 순간부터는 미친듯이 민희진을 신격화하여 그가 국힙원탑이라느니, 걸크러쉬라느니 컨텐츠를 뽑다가 또 어느 순간에는 그가 감성에 호소했다느니 뉴진스를 욕했다느니 순간순간 훅훅 바뀌는 이 여론에 댓글에 정신이 어지러워지고 사람들이 참 비정하게만 느껴졌었다. 사람들은 왜이리 누군가를 칭찬하고 혹은 비난하는데 이리 진심인 건지.
모든게 좋고 좋게 가자는 편한 이야기가 아니다. 난 그냥 이 사회가 한국 사회가 병들어가고 망해가는 것 같아서 왜 내 주위엔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온라인으로 사람들이 몰리면 이리 냉혹해지는 지 잘 모르겠다는 마음에서 글을 쓴다. 그냥 쓰고 싶었다.
에리히 프롬에 따르면 인간은 존재 모드와 소유 모드 중 하나의 모드를 골라 살고 있다고 한다. 외모가 좋아지고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지고 좋은 연인을 만나고 성공하면 즉 모든 걸 '소유' 해야만 트렌드 코리아가 언급한'육각형 인간'에 가까워져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 소유모드의 이들이 많아진 건 아닐까. 자신이 동경하는 이들을 거품물고 신봉하고 칭찬하고 주접댓글로 애정해주고, 그 기대에 못미치는 이들을 배척하고 비난하고 좌절시킬 목적으로 찍어누르는 그런 세태 말이다. 나 또한 그러진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이상하고 병들어 있는 이 독특한 현대 사회의 어지러움을 담고 있는 영상이니 한번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