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과 영감이 되어주신 모든 이들에게 감사

제10회 브런치 특별상 수상. 자축.

by 효주

'글짓기'.

글을 짓는다.

스스로 글을 지어내기 시작한 최초의 기억은 일기였다. 5시에 애국가가 울리고 나면 저녁상이 들어오고, 상을 물리면 바닥에 배를 깔고 글을 지었다.

하루는 우리집 강아지 '얼룩이'가 또 다른 얼룩이들을 낳았고, 얼룩소같기도 한 강아지 그림들과 함께 글이 지어졌다. 또 하루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눈물이 뚝뚝 배어나오는 글이 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지어가던 글들은 내 자그만한 머릿속에서 가지를 치고, 거미줄을 쳐 내려갔다. 거미줄 끝에 가슴설레던 첫사랑도 걸리고, 생각만 해도 짜증나던 옆 반 여자애도 걸려 있었다.


단 한번의 의심 없이 그 글들을 지어내는 동안 내 꿈은 '작가'였고, 문예창작학과는 수년간 1순위 지망학과였다. IMF가 가져다 준 '현실'을 직시해야하는 운명의 학번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운명은 나를 세상 더 할 재미 없는 법전공자로 만들어 버렸지만, 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글감이 되어 내 글 지음을 자극했다.

오로지 내 일상의 글만 엮이던 거미줄에 다른 세상, 다른 인생들이 와서 걸리기 시작했다. 즐거웠다. 호기심은 더욱 깊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은 혹은 사람들은 더 흥미로웠다. 단순 유희로서의 흥미가 아니라 내가 세상에 관심을 조금더 기울이고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야할 이유가 됐다.


기록에 하나 없는 노동이지만, 너무나 소중한 사람 하나의 온전한 노동의 가치.

누구도 기억해 주지 못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권리를 위해 옥상으로 바닥으로 기어 오르고 내렸던 이들의 숭고함.

버려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삶을 성실히 엮어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오늘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도리어 감사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이 지어내어 놓은 이야기와 목소리들이 내 글감을 만들어주고 영감을 선사해주셨음이니까.


칼럼을 정기적으로 연재하던 어느날,

공장에서 글을 찍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연재를 무작정 중단했다. 연재를 중단한다 하더라도 목 빼놓고 기다리는 독자가 있는것도 아니긴했지만,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장인이 독을 짓듯이, 도자기를 빚듯이 글을 지어내리라 다짐을 하며 말이다.


겸손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과한 상을 받고 나니 다시 글을 지어내러 가야겠다고 마음이 다잡힌다.

감사합니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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