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울란바타르, 몽골, 생명권
몽골을 대표하는, 아니 유일한 공항의 이름은 징기스칸 국제공항입니다. 거창한 이름과는 다르게 출입국 게이트는 하나뿐인 작은 공항입니다. 공항에 내려 시내로 들어가는 중간 중간에도 징기스칸의 형상과 이름이 여러번 스쳐지나갑니다. 넓다란 산의 한면을 깎고 다듬어 징기스칸의 형상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가장 잘 팔려 나가는 보드카의 이름도 징기스칸입니다. 결혼식 사진을 찍고, 축제가 열리고, 휴가나온 군인들이 거니는 울란바타르의 가장 넓은 광장의 이름도 징기스칸입니다.
징기스칸을 수도 없는 곳에서 만날 수 밖에 없는 땅이 몽골, 울란바타르입니다.
그럴 수 밖에요. 지금 몽골은 세계에서 열여덟번째로 넒은 국토를 보유하고 있지만 독립국가로서는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나라입니다. 바다가 없어 무역에도 제한을 받고 있어 경제력이 그다지 높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GDP(국내총생산)로 본다면 대한민국의 100분의 1 정도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22년 한국은행 기준 대한민국 약 1조 6,732억 달러, 몽골 168억)
모든 국가의 역사는 흥망성쇄를 거듭합니다. 지금은 우리 경제에 훨씬 못미치는 몽골이지만 한때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넓은 세계영토를 점령했던 세계국가이기도 했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징기스칸(1162-1227)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몽골을 살아가는 이에게 징기스칸은 영웅 중의 영웅이며 몽골의 가장 확실한 마스코트일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대제국 몽골을 건설해나가기 위한 징기스칸은 인권적인 관점에서는 관대한 이는 아니었습니다. 사람 죽이기를 풀한포기 베는거마냥 여겼던 것 같습니다.
말 위에서 먹고 자고 하며 정복을 해나가던 시절, 하나가 되지 않으면 공동체가 무너지던 그 역사속에서 형벌은 엄혹했을 것입니다.
초원을 가로지르는 기마부대는 한치의 이탈도 없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함께 움직였습니다. 군대의 질서를 유지하지 못한 이들에게 자비란 없었습니다.
"명령없이 퇴각하는 자, 약탈을 위해 대오를 이탈한 자를 가차 없이 사형한다"
더 나아가 이탈하거나 조직에 해가되는 군인들의 가족들조차 가차없이 사형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사크'라는 엄격한 법이 몽골을 지배했고, 그 법에 나타난 처벌의 대부분은 사형이었습니다.
사형은 가장 잔혹하고 무거운 범죄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며, 공동체를 위한 보호 수단이었을 것입니다.
만일, 국가에서 사형이 아닌 방법으로도 사람들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다면 국가는 그 수단을 선택해야할 것입니다.
국가라는 시스템은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몽골 대륙을 호령하던 징기스칸이 머무르던 야만의 시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 몽골은 완벽한 사형폐지 국가입니다. 대제국에 대한 꿈을 징기스칸으로 간직한 나라이지만, 사형이 국가를 운영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에 대한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겠죠.
몽골에 있는 사형폐지기념비를 찾아섰을 때, 우리가 가진 그들보다 100배나 넘는 경제력이 초라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사형은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음이 명백한데,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생명권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 전세계 112개 국이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했다고 합니다.
국가가 시민이 가진 가장 존엄한 권리를 위해서 사형제도가 아닌 다른 수단을 적극 검토해야하는 것이 또다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의 의무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