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하는 봄보다 시린 겨울이 마음을 울릴 때

생의 시작과 끝이 모순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흐름에 몸을 싣겠다.

by 뚠뚠이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천천히 써 내려가 보았다. 깊은 성찰 끝에 마주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다름 아닌 앞과 뒤가 다른 모습, 즉 모순이었다. 때로는 나조차 그런 모순적인 면모를 보일 때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졌고, 나 역시 완벽하지 못하면서 타인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곤 했다.


요즘은 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이 유독 무거웠다. 꽃이 만개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봄은 언제부턴가 나에게 숨 막히는 계절이 되었다. 활기찬 인파보다는 차라리 겨울의 끝자락에 홀로 피고 지는, 조금은 외롭고 초라한 풍경이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오늘도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교문 앞까지, 수없이 발길을 돌릴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책임과 명분을 잃고 싶지 않았기에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교실로 향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던 강의실에서, 교수님의 한마디가 멈춰있던 내 가슴을 동하게 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이자 가장 큰 축복은 무엇일까요?"


한참을 고민해도 답을 내릴 수 없던 그 모순적인 질문에 교수님은 짧게 답하셨다.

"그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입니다."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태어남과 동시에 언젠가 맞이할 죽음을 공유해야 하는 필연적인 관계. 가장 사랑하는 대상에게 주어지는 비극과 축복의 공존. 그 설명을 듣는 순간, 인간의 삶 자체가 태생부터 죽음까지 모순이라는 틀 안에 놓여 있다는 깨달음이 스쳤다.


삶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 모순이라면, 그 삶을 스쳐 가는 수많은 관계와 상황들은 오죽할까. 어쩌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모순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 자연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나 자신과 타인을 조금 더 너그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시작과 끝이 모순이라는 흐름 속에 있다면, 억지로 그 물결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 물론 나의 삶은 여전히 솔직함과 투명함을 지향하겠지만, 누군가 그런 모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 단편적인 파편만으로 전체를 속단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은 본래 입체적인 존재다. 어느 한 조각만으로 타인의 전부를 재단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일인가. 감히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내 역할이 아니다. 저마다의 삶과 경험이 다르고, 그 누구도 그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는 없기에. 나는 그저 내 앞에 놓인 인간이라는 거대한 모순을, 그 입체적인 모습을 인지하고 있는 그대로 응시하기로 했다. 그 관점의 전환만으로도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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