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영화들 (2부)

by 한대웅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돌아온 이제 작년이 되어버린 2025년의 최고의 영화 10편 중 나머지 5편을 선정해보겠습니다. 저번과 이번 기회를 통해 제가 재밌게 보았던 영화들을 반추하게 되어서 참 좋은 거 같습니다.

(블로그 활동을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본 작의 10편에는 순위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본 작들은 2025년 1월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개봉한 영화들입니다.

*본문에는 없지만 올해 정말 재밌게 보았던 영화들의 명단:

어쩔수가없다, 마스터마인드, 썬더볼츠, 나이브스아웃:글래스어니언, 드래곤길들이기(실사), 컴패니언, 얼굴, 더러닝맨, 하우스오브다이너마이트, f1더 무비, 브루탈리스트, 노스페라투 , 아임스틸히어, 콘클라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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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8년후- 대니 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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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특히 악평을 받은 영화라 아마 이 영화를 선정하는데 의문을 표할 분이 있으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전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정말 잘만들어진 장르영화임과 동시에 훌륭한 성장영화라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의 제작소식이 들려왔을때 제가 눈여겨본 것은 킬리언 머피의 복귀보다 각본가인 알렉스 가랜드의 복귀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할리우드에서 sf를 다루는데에 있어서 탑3라고 생각할 만큼의 훌륭한 각본가이자 감독이기도 한 그의 복귀는 저로서는 당첨이 보장 되어있는 복권이라 생각하고 영화를 관람하였습니다

(그의 감독작인 엑스마키나와 서던리치 그리고 시빌워 또한 정말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듭니다)

이 영화가 제게 처음으로 놀라움을 안겨준 지점은, 주인공이 할리우드의 스타인 애런 테일러 존슨이나 조디 코머가 아니라, 두 부부의 아이 역할을 맡은 알피 윌리엄스라는 점이었습니다. 어린아이가 블록버스터 영화의 중심에 서는 일이 아주 낯설다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위험한 도박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토르: 러브 앤 썬더가 혹평을 받았던 사례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시선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놀라울 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여줍니다. 전반부는 아이의 눈을 통해 멸망한 세계를 그려내며, 자극적인 연출과 함께 무섭고 불안한 영화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아이가 겪는 경험들을 통해 서서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아내며, 어느 순간 관객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드는 영화로 변모합니다.

이 영화는 여러모로 도전적입니다. 아이폰 15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고, 음악 역시 전통적인 호러 영화의 문법과는 확연히 다른 방향을 취합니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답게 초반부에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지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그러나 결말에 다다를 즈음, 영화는 마치 아이가 성장하듯 점점 성숙한 태도를 획득한 채 마무리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가는 한 인간의 성장기를 다룬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악평 속에 가려져 있지만, 그 도전과 성취만큼은 충분히 다시 평가받을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 이 영화가 각본 또한 아주 훌륭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엔딩장면은 많이 충격적이여서 별점 반개를 깎을 뻔 했습니다..)






7.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 파얄 카파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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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동진 평론가가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닐지 모르지만, 영화는 우리를 뜨겁게 만들고 책은 우리를 차갑게 만든다는 말이었습니다. 저에게 이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분명히 저를 차갑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감정을 격렬하게 끓어오르게 하기보다는, 차분히 가라앉힌 채로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기 때문입니다.

국내에 수입된 인도 영화들이 대체로 밝고, 발리우드 특유의 화려함과 웅장함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이 많았던 탓에, 저 역시 나름의 선입견을 가지고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런 선입견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완전히 배반당합니다. 이 영화는 흥겨운 군무나 과장된 감정 표현 대신, 침묵과 여백, 그리고 현실의 온도를 선택합니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여러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는 인도의 낮과 밤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아름다운 색채를 포착하는 동시에, 신분제와 종교적 차이로 인해 쉽게 허락되지 않는 사랑이라는 인도의 특수한 현실을 다룹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특정 국가의 문제로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감독은 이 이야기를 전 세계의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의 층위로 끌어올립니다. 사랑을 방해하는 구조와 제약,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개인의 태도는 인도라는 배경을 넘어 우리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예전에 타셈 싱 감독이 내한 당시 이런 말을 했던 것이 떠오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끝내 찾지 못했고, 결국 가장 아름다운 곳은 자신이 살던 고향이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그 아름다움을 쉽게 놓치곤 합니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은 낯설지 않은 대도시의 숨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 풍경을 집요하게 응시하며,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공간과 삶을 참으로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화려함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영화가 아니라, 조용히 곁에 머물며 생각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감정을 달아오르게 하기보다는, 차갑게 가라앉힌 채로 오래도록 빛나는 어떤 감각을 남긴다는 점에서, 저에게 이 영화는 쉽게 잊히지 않는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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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세계의 주인- 윤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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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영화는 보신 분들 혹은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 어쩔수가없다가 선전하고 있다면, 국내에선 이 영화가 정말 선전하고 있죠.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게 느꼈던 지점은 무엇보다도 시선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흔히 피해자의 트라우마에 집중해 관객에게 경각심을 환기하는 방식 대신, 그 이후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태도와 선택에 주목합니다. 상처를 반복적으로 재현하거나 고통을 소비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려는 주체성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다른 결을 지닙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주인이는 익명의 편지를 받는 과정을 통해 성장합니다. 그 편지들은 상처를 다시 열어젖히는 장치인 동시에, 주인이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그는 이 과정을 거치며 피해자의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 또한 타인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타자화해 왔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주인이는 자신의 위치와 삶을 새롭게 정의하며 점차 성숙해지고 성장해 나갑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바로 이 변화의 과정을 결코 과장하지 않은 채,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끝까지 따라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특히 세차장에서의 장면은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큰 사건이나 극적인 대사가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드는 그 장면은 관객의 울립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주인이가 살아온 과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됩니다.


영화는 피해를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 이후의 삶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상처를 중심에 두되, 함몰되지 않는 시선. 그리고 고통 속에서도 끝내 자기 자신을 주체로 남겨두는 이야기.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국내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다양한 감독들이 더 많이 주목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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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웨폰- 잭 크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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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가장 놀라게 했던 작품입니다. 전 이 영화의 컨셉이나 뉴스를 보고 1년에 한번 나오는 웰메이드 공포영화인가보다 싶었습니다. 물론 웰메이드긴 합니다 ㅎㅎ.

그러나 이 영화가 완성도가 좋아 6개월 개봉을 앞당긴다는 소식과 공포영화에서 보기 힘든 앙상블 캐스트가 저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작가파업 전에는 레나테 레인스베와 페드로 파스칼이 주연이였다는데,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점은, 영화가 하나의 고정된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점입니다. 별개로 이 글을 쓰며 새삼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제가 유독 좋아하는 영화들 대부분이 결국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보다 ‘어디에서, 누구의 눈으로 바라보느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의 영화들이 서사를 전개할 때 파트 1, 파트 2와 같이 사건의 흐름을 기준으로 챕터를 나누는 반면, 웨폰은 각 챕터마다 서로 다른 등장인물을 주인공으로 배치하며 이야기를 확장해 나갑니다. 한 인물이 끝내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둔 사건이, 다른 인물의 시선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거나 완성되는 방식은 관객의 몰입도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동시에 이전 챕터의 주인공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이야기가 계속되기에, 관객만이 알고 있는 정보가 쌓이면서 서스펜스는 더욱 극대화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퍼즐을 맞추는 거 와 같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미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줍니다. 진실은 하나일지라도, 그것에 도달하는 경로와 감정의 결은 인물마다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영화는 집요하게 드러냅니다.

물론 영화의 반전 자체는 다소 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뻔함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유지하며 관객을 끌고 가는 연출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이미 예측 가능한 결말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시선이 교차하고 어긋나는 순간들을 치밀하게 쌓아 올리는 감독의 능력은, 이 영화에 높은 별점을 주기에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 별개로 이 영화 너무 잔인했습니다.. 마지막엔 눈이 감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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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씨너스 죄인들- 라이언 쿠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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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영화를 고르겠습니다. 뛰어난 각본과 음악, 액션, 그리고 연출력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구석이 없는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을 매우 좋아해 왔지만, 솔직히 말해 최근 몇 년간은 블랙 팬서 시리즈에 집중하는 그의 행보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감독 본인에게는 분명 즐겁고 의미 있는 작업이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의 재능이 마블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성급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마블에서의 경험은 쿠글러 감독이 이와 같은 영화를 보다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실제로 이 영화 속 의상들 중 일부가 마블 작품에서 사용된 의상을 활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거대한 프랜차이즈 안에서 축적된 자원과 경험이 결국 창작자의 손으로 다시 환원된 셈이니까요.

캡틴 마블의 감독이 차기작을 통해 호평을 이끌어냈고, 이터널스의 클로이 자오 역시 이번 햄닛으로 아카데미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오스카 아이작의 말처럼 마블은 분명 ‘황금 수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 캐릭터 구축에 있습니다. 마블 영화에 비견될 만큼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누구 하나 소외되거나 낭비되는 인물은 없습니다. 주연과 빌런, 조연에 이르기까지 각 캐릭터의 개성이 분명하게 살아 있어, 영화가 끝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이들의 이름과 얼굴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억압의 시대 속에서 소수자들이 만들어내는 연대의 모습은 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듭니다. 영화는 이들을 영웅으로 과장하거나 비극의 상징으로 소비하지 않고, 서로 기대고 버티며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냅니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와 감정의 결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이 영화가 음악영화라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적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이 영화의 음악은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블루스라는 장르의 정체성을 중심에 두면서도, 영화는 특정 시대나 스타일에 갇히지 않습니다. 특히 영화 중반부, 새미가 음악을 연주하며 서로 다른 시대의 음악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교차되는 장면은 이 작품이 지닌 정서적 힘을 극대화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영화의 촬영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촬영은 영화가 지닌 감정과 시대성을 물리적인 감각으로 각인시키는 핵심 요소입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아이맥스 15/70mm와 울트라 파나비전 70이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대형 필름 포맷을 동시에 사용하며, 수직과 수평이라는 상반된 시각적 확장을 영화 안에 공존시킵니다. 장면에 따라 화면비가 전환되는 경험은 화면이 커진다는 차원을 넘어, 서사의 감정 변화와 인물의 위치를 관객의 몸으로 체감하게 만듭니다. 특히 울트라 파나비전 70이 만들어내는 극단적으로 넓은 화면은 인물들이 처한 세계의 광활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느끼는 고립감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합니다. 반면 아이맥스 15/70 포맷은 수직으로 확장된 프레임을 통해 인물을 압도하듯 감싸며, 관객을 장면 안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몰입감을 형성합니다. 이 두 포맷의 교차는 영화의 리듬을 시각적으로 조율하며, 감정의 고조와 이완을 화면 자체로 말하게 만듭니다.

여기에 더해, 쿠글러 감독이 선택한 엑타크롬 필름은 이 영화의 촬영을 , 질감적으로 완성시킵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극도로 제한된 이 필름은 촬영 단계에서 모든 선택을 확정하도록 강요하며, 그 결과 화면에는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한 대비와 거친 입자감이 남습니다. 이는 마치 과거의 기억을 들춰보는 듯한 인상을 주며, 영화가 다루는 억압의 시대와 불안한 정서를 시각적으로 체화시킵니다.

이 영화 그러니 추천합니다. 가능하면 큰 화면에서 말입니다.....

(씨너스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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