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禁酒日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창 May 27. 2016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필경사 바틀비 (I)

禁酒 Day 41

20160526


    연우무대에 올려진 "필경사 바틀비"라는 연극의 오프닝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모비딕"으로 유명한 허먼 멜빌이 쓴 같은 제목의 단편소설이 극단 두비춤에 의해 한국 초연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객석에 앉았는데, 나올 때는 어쩔 줄 몰라하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틀비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각색하신 분이 직접 연출을 맡으셨는데, 연극의 마지막을 전례 없이 독특하게 연출하신 까닭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몰라서 모든 관객들이 당황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기로 합니다.)


    극 중에서 바틀리의 대사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뿐입니다. 다른 대사들이 몇 마디 더 있지만, 저 한 줄의 대사가 이 소설을, 이 연극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그리고 평론가들의 숱한 철학적, 미학적, 정치경제학적인 논란들의 핵심이 되는 기둥입니다. 원작 소설에는 "I would prefer not to ~"로 표현된 문장이랍니다. 대개의 경우에 "I would not prefer to ~"의 형식으로 이야기하는 것과 대조시킴으로써 논란의 출발점을 제공하죠. (소설과 연극을 이해하는 일은 이 일기의 주제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들을 참조하세요.)


    돌아오는 길에 "I would prefer not to"와 "I would not prefer to"를 곱씹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禁酒는 "I would not prefer to drink"가 아니라, "I would prefer not to drink"입니다. 차이를 분명히 아시겠죠? ^^


http://rikszine.korea.ac.kr/front/article/humanList.minyeon?selectArticle_id=395

http://www.redian.org/archive/43075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62281    






아래 링크는 같은 매거진, "禁酒日記"의 이전 글입니다.

https://brunch.co.kr/@690101/98


매거진의 이전글 40이라는 숫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