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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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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Jun 18. 2016

구속과 자유

禁酒 Day 64

20010618


    아들과 부대찌개를 먹으면서 소주 세 잔을 했다는 6월 12일의 일기를 보고, 많은 친구들이 전보다 더 큰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반응은 아래의 두 가지였습니다.


    '무엇인가 자꾸 끊겠다는 것은 자신을 가두는 일이고, 달리 표현된 욕심이 아닌가 싶다.'


    '57일 만에 자유로와졌구나. 금욕에 집착하기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쟁취한 것을 축하한다. 친구들 모두 현명하게 금연, 금주하는 자유를 누리기를......'


    가까이서 저를 바라보던 친구들은 저의 禁酒를 응원하면서도 그것이 금주만을 위한 금주가 아니기를, 단순히 금주가 목적이 되어서 제 스스로를 부자연스럽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깨우쳐주었습니다.


    두 분의 신부님들과 친구들로부터 진정 "끊어야 하는 것"이 무엇이며, 자유로와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새삼스레 배워야 할 만큼 어리석은 것을 추구했던 것일까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을 시도하다가 제 풀에 넘어지기는 싫어서 구실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지난 닷새 동안 제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내린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6월 13일 월요일 저녁에 많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 모임에 나갔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멋진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한 바비큐 저녁이었습니다. 와인 한 잔을 마셨습니다. 저보다 먼저 오랫동안 금주를 해오던 친구들 가운데에도 이런 날만큼은 융통성을 발휘해서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즐거운 대화와 웃음이 끊임없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초여름밤의 하늘의 위로 퍼져나간 밤이었습니다.


    어제 낮엔 맛있는 친구와 한식으로 점심을 하면서 막걸리를 한 잔 마셨습니다. 병으로 시킨 것이 아니라, 양은으로 만든 작은 사발로 한 잔씩 시켰습니다. 유쾌한 점심을 위해서 충분한 양이었습니다. 


    지난 60여 일 동안 제가 얻은 것은 소주 세 잔, 와인 한 잔, 또는 막걸리 한 잔 정도로 충분히 저녁식사를 멋지게 만들고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특별히 더 마시고 싶은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 멋진 밤하늘 아래에서 친구들과 맘껏 어울리던 저녁에는 한 잔쯤 더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그날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앞에 있는 술을 제 손으로 따라서 끝까지 마시지 않은 것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그날이 처음이었을 겁니다.



      술은 조심하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술을 안 마셨다는 내용의 일기는 그만 쓸 겁니다. 하지만, 술에 관한 일기, 술을 마신 날에 관한 일기, 술을 마시고 싶었던 날에 관한 일기는 때때로 쓸 겁니다. 그러니까 禁酒 대신에 아마도 節酒 일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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