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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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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Jun 27. 2016

핑계 없는 날이 없어...

禁酒 Day 72

20160626


    12일    소주 세 잔 (집에서 부대찌개)

    13일    와인 한 잔 (친구들과 저녁 모임)

    17일    막걸리 한 잔 (친구와 점심)

    22일    소주 네 잔 (직장동료와 저녁)

    23일    맥주 한 잔 (집에서 저녁)

    24일    와인 세 잔, 맥주 500cc (직장 회식)

    25일    맥주 300cc, 소맥 한 잔, 와인 두 잔 (친구들과 운동, 아버지 생신 저녁)

    26일    맥주 한 캔 (집에서)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 글의 소제목을 바꿔야 할 듯합니다. 너무 빡빡하게 그러지 말고 융통성이 있게 하라는 주위의 권고를 받아들여서 '한두 잔 정도로 조절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지낸 14일 가운데 술을 입에 댄 날이 여드레였으며, 술의 마신 경우의 수를 헤아리면 모두 9건이었습니다. 22일부터 26일 오늘까지는 5일 연속입니다. 이 5일 중에 23일과 26일은 사실 굳이 마셔야 할 이유는 없었던 경우입니다. 바로 이 부분이 "술에 관한 문제"임이 다시금 드러났습니다.


    지난 14일 동안 마신 술들은 어느 경우에도 특별히 과음을 했다고 할 만한 양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한 잔을 마시기 시작하니까 금방 양이 늘거나 횟수가 잦아졌습니다. 안 마셔도 되는 경우에도 술을 찾는 옛 버릇이 툭 튀어나왔습니다. 결국 술은 버릇이라는 것을 불과 며칠 사이에 스스로 증명해 보였습니다.


    물론, 저런 정도로만 마시고 다녀도 과거와 비교하면 양반이겠죠. 하지만, 처음에 금주를 시도해보려던 마음에 비추어 보면, 저렇게 '술버릇'을 잊어버리지 못하는 것은 여러 번 실패해 보았던 금연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부끄러운 결과가 되고 말았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 동생이 보내준 어느 인터뷰 기사에 실렸던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말을 기억합니다. "당신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구도 당신의 운명을 바꿔주지 않는다." 술이나 담배가 운명을 바꾸어 놓을 만한 것이냐고 물으면,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술이나 담배가 나쁜 습관이 되어 나를 지배하면, 내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 운명의 결정권을 시답잖은 녀석들에게 맡기지는 않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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