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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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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Apr 24. 2016

견진성사

禁酒 Day 9

20160424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요일은 술과 멀리 지내기 쉬운 날입니다. 대부분 한 주간의 피로도 회복하고 새로운 한 주를 준비하는 차분한 마음으로 지내죠.


가톨릭 신자인 저는 오늘 견진성사(堅振聖事)를 받았습니다. 천주교에 입문하면 세례성사를 통하여 신앙 안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 후에 신앙이 성숙한 단계에 이르면 세례 때에 받은 성령을 통한 믿음을 확고하게 고백하고 성령의 은사를 더욱 충만하게 누릴 수 있는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라틴어로는 Sacramentum Confirmationis, 영어로는 Sacrament of Confirmation이라고 하는데, 줄여서 간단히 Confirmation이라고도 합니다. 대개 입교해서 세례를 받기까지 6개월에서 1년 내외의 기간 동안 교리 공부를 하고, 세례를 받은 후 적절한 시기가 되면 (만 12세 이후가 되어야 합니다만) 견진성사를 받습니다. (홍콩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에는 만 12세 이상의 경우에는 세례와 동시에 견진성사를 베풀기도 합니다.)


저는 1978년에 입교하여 1981년에 세례성사를 받고, 오늘에서야 견진성사를 받았으니, 입교로부터 헤아리면 무려 38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겨우 신앙적으로 성인이 되는 예식을 치렀습니다. 꽤나 오래 걸렸습니다. 기왕이면 40년을 채울 것을 그랬습니다. 가톨릭에서 40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숫자입니다. 노아의 홍수 때 하느님은 40주 동안 비를 내리셨고, 이스라엘은 이집트를 탈출하여 40년을 광야에서 지냈고, 모세는 시나이산에서 40일을 기다려 십계명을 받았고, 예언자 엘리야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기 위해 40일을 기다렸습니다. 예수님도 세례를 받으신 후 40일을 광야에서 단식하셨고, 십자가의 죽음에서 부활하신 후 40일 만에 승천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부활을 준비하는 사순절 기간이 40일입니다. 그래서 40은 가톨릭에서 속죄하고 참회하며 보속을 한 후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만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굳이 그런 이유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오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금의 이 禁酒가 보다 성숙한 신앙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노력하는 제 모습의 일부이기를 희망해 봅니다.


(사진은 스위스의 Lake Lucern 근교의 Meggen에 위치한 Pius Church의 내부입니다. 낮에는 얇은 대리석으로 세운 벽을 통과하여 들어오는 햇빛이 내부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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