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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禁酒日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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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창 Apr 25. 2016

따로 또 같이

禁酒 Day 10

20160425


어제 오후였습니다.

"야구게임 구경하는 것 별로지?"

"거기 내가 좋아할 일이 뭐가 있지? 야구를 좋아해,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해? 게다가 먼지가 많잖아!"

"......"


가끔 같은 취미를 즐기는 부부를 보면 부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희 부부는 둘 사이에 공통분모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성악곡들을, 아내는 재즈를 즐겨 듣죠. 저는 크고 환한 그림을 좋아하고 아내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그림을 좋아합니다. 저는 신앙서적이나 소설과 수필을 많이 읽고, 아내는 시사와 경제/경영 서적을 즐겨 읽습니다. 저는 음식을 심심하게 먹는 반면, 아내는 간간하게 먹습니다. 저는 작고 선이 고운 가구를 탐내지만, 아내는 조각이 많은 커다란 가구를 사랑합니다.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밥이랑 김치?"

"아니."

"그럼 떡국 어때?"

"난 그냥 빵이 좋은데..."

그래서 저는 아내의 코치를 따라 굴비를 굽고 떡국을 끓였고, 아내는 식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 한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각자의 아침 식사를 맛있고 즐겁게 했습니다.

함께 산 지 22년이 넘었어도, 서로 다른 것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다르네요. 그러니 부부가 서로를 이해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도 잘 사는데,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술을 조금 멀리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겠습니까? ㅋㅋ.


집에 돌아오니 온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합니다. 저의 내일 아침 식사를 위해 아내는 콩 수프와 김치찌개를 끓여놓았습니다. 하하.


(표지 사진은 성베드로 대성당의 돔에서 바라본 바티칸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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