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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성 Jul 27. 2021

스마트폰 중독이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

최근 식당에서 조금 안타까운 상황을 목격했다. 온 가족이 맛있게 외식을 하는 자리인 듯 보였다. 가족이 모여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는 그 모습이 왜 안타까운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한 테이블에서 식구 4명 모두 각자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식당뿐이 아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보면 거의 모든 사람이 각자의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보고 있다. 

무엇을 보는지 궁금해서 자세히 보면 온라인 게임이나 예능, 드라마를 보느라 내가 쳐다보는 것도 잘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 이런 광경은 예전부터 봐왔다. 이제 대중교통을 타며 책을 보는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사실 나도 최근 들어 스마트폰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그전에는 대중교통 이용 중에 자기계발 영상을 보면서 나는 스마트폰 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내가 생각한 만큼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스몸비(smombie)라는 신조어를 최근 많이 듣고 있다. 스몸비란 '스마트폰(smartphone)+좀비(zombie)'의 합성어이다. 스마트폰을 보며 길을 걷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런 스마트폰 중독 증상은 시대가 변하면서 어쩔 수 없는 문제점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스몸비 증상으로 인해 당장 일차원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길거리에서의 충돌이다. 

2020년 서울연구원은 '빅데이터와 딥러닝을 활용한 서울시 보행사고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서울시민들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문자와 이메일을 통해 진행됐다. 조사 결과 대상자의 69%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는 스몸비족이라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86.8%로 가장 높았고 20 대 85.7%, 15~19세 84%로 뒤를 이었다. 60세 이상은 50%로 가장 낮았고 50대는 55.6%를 기록했다. 

이용행태를 보면 통화가 70.1%로 가장 많았다. 우려스러운 점은 메신저가 68.8%나 기록됐고 가장 위험한 동영상이 44.9%를 기록했다. 따라서 78.3%는 스몸비족으로 인해 보행 중 불편을 겪었다고 답했다.

특히 73.9%가 '스마트폰 이용으로 전방을 확인하지 않아 충돌 위험이 있었다'고 했으며 이런 행동이 가장 불편을 주었다고 답했다. 사람끼리의 충돌만이 문제라면 그나마 다행일 것이다.

가장 위험한 문제점은 스몸비 증상이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주변을 살피지 않고 길을 걷는 증상 때문이다. 

이에 각 자치구는 해결방안으로 바닥 신호등,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된 횡단보도 등을 설치했다. 그러나 사고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간과하고 있는 문제점도 있었다. 스몸비 증상 및 스마트폰 중독을 대하는 '우리들의 인지능력'이었다. 

스마트폰 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에 67.2%가 '중요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중요성이 낮다'는 답변은 4.8%에 그쳐 향후에도 스몸비 증상으로 발생하는 사고는 줄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는 2018년 세이프키즈코리아와 페덱스가 서울 소재 12개 학교 중고등학생 5,261명을 대상으로 '보행 중 전자기기 사용 실태'를 조사했을 때부터 제기된 문제이다.

청소년의 39.5%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차량에 부딪혔거나 부딪힐 뻔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안전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전체 학생의 86.6%가 보행 중 전자기기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우리 사회에 이미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교육을 청소년들이 원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런데 우리 어른들의 인식은 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몸비 증상을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한 스마트폰 활동이자 시대의 변화에 따른 불가항력이라고 여기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는 어른뿐만 아니라 유아기 자녀에게도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은 간과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시기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이용률은 67.7%로 10명 중 7명은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가 울거나 떼를 쓰면 스마트폰으로 달래는 부모도 많다.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달래는 행위는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 그렇다면 부모의 이런 태도는 아이에게 어떤 문제점을 유발할까?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9년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관한 첫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만 1세 이하 어린이는 스마트폰, TV, 게임기, PC 등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되는 것을 삼가야 한다.

뇌의 대뇌피질은 통합조절 기능을 하는 전두엽, 감각 기능을 하는 두정엽, 시각 기능을 하는 후두엽, 청각 기능을 하는 측두엽 등 4개의 엽으로 나뉜다. 전두엽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인지 기능을 한다.

계획을 세우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전두엽에서 담당한다. 전두엽은 청소년기에 성숙해지며 초등학생 시기는 아직 미성숙한 때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유아기로 당기면 전두엽 발달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또한 언어발달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김성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최근 만 2세 이전 미디어에 노출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언어발달 문제로 병원을 찾은 아이의 63%는 하루 두 시간 넘게 만화 등 동영상을 봤다. 또 언어발달이 늦어지는 문제를 호소한 아이의 95%는 생후 24개월 이전에 각종 미디어에 노출됐다. 

언어발달 지연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본 동영상은 만화로 39%였다. 노래와 율동 37%, 동화 3.9%, 영어학습 2%가 뒤를 이었다.





김성구 교수는 "미디어를 이용한 교육이 유익하다고 여기는 부모도 늘고 있지만 미디어에 일찍 오래 노출되는 것은 언어발달 지연의 위험이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부모 없이 아이 혼자 미디어를 시청하면 언어발달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또한 "너무 어린 나이에 미디어를 시청하면 부모와 소통하며 상호작용할 시간을 잃게 되고 창조적인 놀이를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람의 뇌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으로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영상기기와 미디어는 시각중추만 자극하고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은 활성화하지 않기 때문에 언어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영상물의 시청을 유도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적인 흥미를 만들어서 아이의 뇌에 혼란을 준다는 것이다. 뇌가 성숙하려면 오감을 통해 보고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중독으로 이런 기회가 제한된다.

이는 집중력, 학습, 사회성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보상으로 스마트폰을 주는 행위도 위험하다고 밝혀졌다. 미국 소아과 학회는 인위적인 보상 방식으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오히려 금단 현상을 불러올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보상 항목이 많아질수록 스마트폰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고 아이는 이전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만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보상 행위가 스마트폰 중독 해결방안으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면 불안함, 무력감, 초조함을 느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을지대 정신건강의학과 방수영 교수는 스마트폰 중독의 해결방안으로 교육용 앱보다 아빠, 엄마와의 활동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 3세까지의 아이는 신경세포 가지치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때 미디어로 지나치게 자극하면 과도한 자극으로 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을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심심해지면 창조적인 생각을 하고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해 보길 권유한다.

이를 통해 사고력이 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부모와 함께 뒹구는 시간을 늘리고 오감을 활용한 신체 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스마트폰 중독의 해결방안이라고 말한다. 특히 책을 만지고 읽고 말하고 느끼는 아날로그적 방식이 뇌에 더 좋은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방수영 교수가 말하는 스마트폰 중독 증상 치료 및 해결방안이 인상 깊다. 통제 자체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더욱 좋은 영향을 주는 쪽으로 집중하자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첫째, 부모와 아이가 오감을 이용한 신체 활동을 하며 놀아준다.

둘째,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을 지나치게 무서워하지 말자.

셋째, 수면시간에는 부모와 아이 모두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간으로 정한다.

방 교수는 "아이와 함께 놀아줄 수 있지만 그냥 편하니까, 좋은 것이 있어서, 내 시간이 필요해서, 다른 아이도 다 하니까 등의 이유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진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 부모와 질 높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스몸비 증상을 치료하는 평생 예방주사와 같다"고도 말한다. 




이는 미리 구상해놓은 미래의 내 자녀와의 약속과 부합하는 내용이다. 지금처럼 독서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TV나 미디어가 아닌 독서가 자연스러운 것임을 나부터 모범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는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처럼 매일 운동하는 것을 지속하여 운동 또한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독서와 운동에 중독되는 것이 쓸데없는 미디어에 중독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한 인생을 사는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어떨지 상상해본다. 나도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라는 명목하에 미래의 자녀에게 스몸비 증상을 안겨줬을 것이다. 

'중독이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고 해결방안도 없이 그때 닥쳐서 스마트폰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진 않았을까?'라는 위험한 생각을 해본다.

2014년 미국 뉴욕타임스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태블릿, 스마트폰,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했다는 다음 내용을 전했다. 

2010년 한 기자가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들이 아이패드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스티브 잡스는 이에 "우리 애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잡스의 공식 전기를 집필했던 월터 아이작슨도 "스티브 잡스는 저녁이면 식탁에 앉아 아이들과 책, 역사 등 여러 가지 화제를 놓고 대화했다."고 말했다. "아무도 아이패드나 컴퓨터 얘기를 끄집어내지 않았다. 아이들은 전혀 기기에 중독된 것 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 말고도 첨단 기술 기업의 최고경영자나 벤처캐피털 사업가 중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렇듯 부자들은 아이들의 전자기기 사용보다는 책 등을 통한 건강한 상호 교류를 중시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실전 심리학자이자 박세니마인드코칭을 운영하고 있는 박세니 대표는 스마트폰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 말한다.

다만 조금 더 효과적으로 제어하고 통제하는 사람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혜로움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인간과 인생, 잠재의식에 대한 제대로 된 메타인지가 생성된다면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지혜로움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연구사례와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우리 어른들이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한 유익한 콘텐츠를 만들어서 성인들에게 올바른 중독을 유도하는 것이 타인의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 당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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