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온할 시기에 가장 큰 위기가 온다고 했던가? 학급에 들어서자마자 반장 선거가 열렸다.
“이번 반장선거는 특별하게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진행할 생각이에요~ 추천하고 싶은 친구가 있으면 손을 들고 추천해 주세요”
학년 전체 주임을 맡고 계시며 엄청난 카리스마를 지닌 담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항상 성적순으로 반장이 선출되곤 했는데, 갑자기 추천으로 선출된다고 하니 왠지 모르게 재미있을 거 같았다. 누가 가장 인기 있는지 미리 알아볼 수 있는 인기투표와 같았기에, 언제나 전혀 상관없는 제3자인 나에겐 마치 TV 프로그램과 같은 기대되고 흥미 있는 선거였다.
몇 명의 후보들이 추천되어 나오고 슬슬 후보가 마무리 될 무렵,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친구 놈이 날 골탕 먹일 작정으로 갑작스레 나를 추천했다.
“선생님! 여기 한 명 더 있어요! 제가 추천하고 싶어요! 제 짝꿍이요~!”
갑자기 모든 시선이 내게 쏠렸다. 역시나 금세 얼굴이 붉어지며 눈물이 나오려 해 서둘러 고개를 책상에 처박았다.
"두고 보자! 이따 쉬는 시간에 넌 죽었어!"
아주 좋아라 낄낄대며 웃고 있는 그놈에게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를 폭발시키려는 찰나 엄청난 후폭풍이 바로 내게 닥쳐왔다.
"자! 그럼 후보로 추천된 사람들은 한 사람씩 앞에 나와서 공약을 말해보도록 할게요!"
정말이지 난 친구를 죽이고 싶다는 첫 살인충동에 휩싸였다.
내 차례가 조금씩 다가오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심장소리가 뇌까지 전달된다.
'그래! 해보자!'
한마디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고개를 들어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 당당하게 마주 섰다.
그리고......
난..
울었다... 이건 분명히 병이 맞다.... 웃음바다가 된 교실을 뒤로하며 아무 말도 못 하고 곧장 자리로 돌아왔다.
개표 시작! 매우치열할꺼란 예상과는 달리 매우 압도적인 개표 결과가 나왔다.
“ 이번 우리학급을 이끌어갈 6학년 1학기를 반장은 바로 박. 광. 철.입니다”
내가..
반장이...
되었다....
추천한 내 친구가 나보다 더 놀라는 거 같다. 선생님이 당황하시면 안 되는데.. 당황하신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사실 나도 궁금하다. 아직까지도 그 미스터리는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긍정적으로 추측해 보건대 조그마해 나름 귀여웠던 모습이 어필이 되었던지, 아니면 선거 최초일 것 같은 무언의 눈물의 공약이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이진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도대체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생긴 것일까' 복잡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친구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선거가 끝나자 곧장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래! 잘 됐다! 앞에 나서지도 못하는데 무슨 반장을 하겠다고? 얼른 가서 그냥 못하겠다고 말씀드려야지.'
미리 포기할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선생님께 나아갔다. 역시나 항상 내 마음처럼 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광철아~ 걱정할 필요 전혀 없어~ 부반장도 있고, 또 선생님도 많이 도와줄 거니까 우리 함께 한번 잘해보자~”
선생님께선 이미 혼란스러운 내 마음을 읽으셨다. 그리고 따뜻한 위로에 또 지금 눈물이 쏟아질 것까지도 아시는지 서둘러 자리로 돌려보내셨다.마지막 기회까지 이렇게 보내고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었다.
추천부터 선출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렇게 난 진짜 반장이 되었다.
매일 밤 기도했던 모든 소원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고, 친구들의 집중 관심대상이 되었다.
“학교 끝나고 우리 집에서 놀래?”, “숙제같이 하자”, “칠판에서 내 이름 좀 지워주면 안 돼?”, “너는 뭐 하는 거 좋아해?”
한시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계속되는 친구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응하기도 무척이나 버거웠는데, 이와는 별개로 선생님의 호출 또한 만만치 않았다. 학년주임이셨던 담임선생님은 무척이나 바쁘셨는데 전달사항이 있으시면 꼭 나를 찾아 다른 학급에 직접 심부름을 보내곤 했던 것이다. 왜 이리 심부름은 이리 많은 건지.. 특히 수업 중인 다른 학급에 들어갈 때가 가장 두려웠는데, 노크를 하는 순간 싸하게 느껴지는 고요함과 교실문을 열었을 때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고 누가 말했던가!
언제부터였을까? 관심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함께 숙제하고, 함께 게임하고, 함께 웃고, 함께 혼나고, 함께.. 함께... 함께.. 함께.... 하면서.... 말이다.
혼자가 아닌 함께 했을 때의 엄청난 에너지를 어쩌면 이때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혼자인 것이 불편해졌고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찾아 주는 것이 즐거웠다.
“모두가 나를 좋아해 주는 것 같았다”
일상에 작은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내가 너무 재밌고 웃기다고 말한다. 한때 개그맨을 꿈꾸었던 원동력이 이 즈음에 생겼던 것 같다. 키 큰 여자 친구들은 내 머리 위로 팔꿈치를 걸쳐 놓고선 땅콩 같다며 귀엽다고 했다. 반에서 항상 키는 1번이었고 몸무게도 가장 적게 나갔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남자 친구들에게는 개그맨, 여자 친구들에게는 귀염둥이로 꽤나 인기가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도 내 인생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혹시나 친구가 상처 받을까 하는 걱정으로 조심스럽고 소심했던 말들이 지금은 친구들을 주도하며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난생처음으로 손을 들고 발표도 해보았다. 항상 피하기만 했던 축구공이 내 발과 처음으로 마주하며 인사했다. 분명 처음이었는데 친구들이 왜 이렇게 잘하냐고 부러워한다. 그렇게 보기조차 싫어했던 축구공이 내 방 한가운데에 올려져 있다. 학교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 제일 먼저 학교에 등교했다. 친구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나도 웃으며 인사한다. 다른 반 친구들까지도 나를 알고 인사한다.
요즘 말로 인싸가 된 기분이다. 자신감이 생겼고, 활력이 넘쳤다.
한순간에 내 모든 일상이 변해버렸다. 순식간이 일이었다. 우연한 기회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변화시킨 것이었다.
변화는 자신을 알게 한다. 이전과 다르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자신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그동안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놀라운 능력”을 조금씩 알게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는 비전의 원칙 : 리더가 되어 리드해보라.
우연이라는 핑계를 가장해 반장이라는 리더의 기회를 얻었다. 만약 이 기회를 만들지 못하였다면 내 인생은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인생 정말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변화의 시간이 더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리더란 과연 무엇일까? 리더의 수많은 정의들을 뒤로하고 저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란
“모두를 대표하는 얼굴이며, 거부할 수 없는 책임감.”이라 정의한다.
나 하나로 인하여 팀 전체가 위험해지는 상황이 야기됨은 물론, 조직 전체가 리더 한 사람으로 인해 평가되어지기도 한다.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생명과 직결된다면 과연 신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리더가 팀원들의 대표인으로서 언제든지 올바른 판단을 과감히 내릴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모든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책임이 없다면 그건 리더가 아니다. 이것이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이유이며, 해야 하기 때문에 억지로 라도 반드시 움직여야만 한다.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인데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발등의 불을 떨쳐 내려 몸부림 칠 것이다. 이 몸부림에서 바로 변화가 시작된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리더의 자리가 사람을 변화시킨다.
리더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환경이 작은 움직임을 만들고, 이 작은 움직임의 시작이 경험으로 이어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된 나로 성장하게 만든 것이다.
저자와 같이 누군가에게 떠밀리든지, 기왕이면 어차피 하게 될 거 자발적으로 선택하든지 결론은 하나다.
아주 작은 모임이라도 좋다. 지금 당장 리더가 되어보라는 것이다!
리더가 되었다면 그다음 단계는 “수없이 실패해보라.”이다.
처음부터 잘하는 리더가 있을까? 흑역사가 없는 좋은 리더란 있을 수 없다.
누구나 원하는 품격 있는 리더, 자질과 능력을 갖춘 최고의 리더는 절대 한순간에 탄생하지 않는다. 역사 속
위대한 리더들이 이미 이를 증명했다. 수없이 많은 시련과 고통을 이겨내고 그 자리에 앉아 있지 않은가!
수없이 실패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부러 실패하려는 바보가 있을까?
여기에 대한 해답은 매우 단순하다. 조장, 체육부장, 러닝 크루 대장 등 어느 모임의 리더가 되었다면,
“본인이 리더라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분명 리더의 환경이 조성될 것이고 여러분은 반드시 움직이게 되어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느끼게 될 것이다. 행복해하거나, 뿌듯해하거나,후회하거나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거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수많은 감정들이 밑거름이 될 것이고, 어느 순간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좋은 리더의 자리에 웃고 있을 당신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리더가 된다!, 수없이 실패한다. 그러면 우리는 반드시 변화하고 성장한다.
그것이 반드시 리더가 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이며, 꿈에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원칙이다.
병적일 정도로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한 인간이 현재 최고의 특수부대라도 자부할 수 있는 경찰특공대 전술팀장이라는 리더의 자리에 있다. 또한 모든 이들이 저자를 표현할 때 긍정의 아이콘, 친화력의 귀재라 말한다.
인생의 전환점이라 할 수 있는 첫 반장부터, 대학교 과대, ROTC 임관,소대장, 부중대장, 정작 장교,중대장 그리고 현재의 자리에 이르기 까지, 크고 작은 리더의 자리들을 몸소 실감하며 변화했고, 성장해 왔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새로운 내가 탄생한 것이다.
저자는 다른 어떤 자리보다 “가장”이라는 리더의 자리에서 뼈저리게 실패하며 여기까지 왔다. 지우고 싶은 과거들, 수많은 실패들로 인한 두려움도 나를 멈추지 못했다. 아직도 좋은 리더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리더임은 분명한 이유이다.
저자는 지금도 더 많은 것들을 처절하게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새로운 리더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내 안에 일어났던 변화와, 성장했던 그 기적 같은 감정들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지금 당장 리더의 자리에서 진정 원하는 꿈을 리드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