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세대도 살 만한 세상인가?

생존을 담보 잡힌 사회 구조

by 보조개

“다음 세대도 살 만한 세상인가?” 이 질문에 일부는 '그렇다'라고 답하기도 하겠지만, 데이터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닙니다. 우리가 직면한 대부분의 구조적 문제를 꿰뚫는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청년 고용 불안, 주거비 폭등, 교육 체계의 불평등 등 표면적으로는 각기 다른 문제들이 결국 하나의 근본문제인 출산율로 귀결됩니다.


현재의 사회 구조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인식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전용면적 83㎡(약 25평) 환산 시 약 12억 6천만 원 수준이며 ¹, 특히 도심권의 경우 15억 원을 초과하는 수준입니다 ¹. 자산이 없는 청년 신혼부부가 안정된 거주 공간을 확보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집니다. 고성장기였던 1988년 서울의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은 약 4.6배로 ², 월급을 성실히 저축하면 10년 안팎으로 수도권 아파트 마련이 가능했습니다.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약 5 ~ 7천만 원이었고, 정기예금 금리는 연 10% 안팎이며 ³,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8 ~ 10%에 달했습니다⁴. 당시에는 고금리 저축과 실질소득 증가를 바탕으로 일반 근로자도 주택 마련이 가능했고,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이 사회 전반에 존재했습니다.


반면 오늘날에는 구조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2020년 이후 주택 가격은 소득 증가 속도를 크게 초과했고⁵, 자산 격차는 부모 세대의 지원 여부에 따라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나는 저축해서 집을 샀다"는 과거의 경험은 현재 세대에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으며, 구조적으로도 재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나 가치관 변화만으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계층 상승의 단절, 높은 교육비와 돌봄 부담, 고용 불안과 정규직 진입 장벽은 "아이를 낳아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출산율 저하는 단순한 인구통계 문제가 아닌, 공동체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며⁶, 이는 2022년 기준 OECD 평균(약 1.5명)⁷의 절반 수준입니다.


이 수준이 유지될 경우, 통계청은 2072년 한국 인구가 약 3,600만 명으로 감소하고, 이 중 유소년(0~14세) 인구가 6.6%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⁸.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연금과 복지 시스템의 부담 증가, 생산 가능 인구의 급감, 내수 시장 위축, 지방 소멸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방에서는 초·중등학교 폐교가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⁹, 의료 인력과 돌봄 인프라도 지역 간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¹⁰. 인구 감소는 더 이상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현재의 위기입니다. 이 위기는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공무원, 자영업자, 제조업 근로자 등 거의 모든 직종과 계층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은 유예할 수 없으며, 일정 시점 이후에는 대응 효과가 크게 제한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의 삶'이 곧 '지금 세대의 생존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출산율 저하는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입니다. 그러나 정책 실행 방식에 있어 여전히 소극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책 논의는 단기 민심이나 여론 중심으로 흐르고 있으며, 세대 간 책임 분담과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말이 아닌 실천이 절실합니다. 지금까지의 대응은 보여주기식 단기 처방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민과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방향성은,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변화입니다. 구체적인 제도의 설계는 전문가와 실무자의 몫이지만, 방향 자체는 우리가 제시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당장의 이익을 노린 단기 대응이나 비일관적 접근으로는 청년의 삶을 바꾸기 어렵습니다. 실효성 있는 변화를 위해서는 일관된 방향성과 지속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당장의 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가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입니다.


청년들은 다시 묻습니다. “다음 세대도 살 만합니까?”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을 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금의 선택이 곧, 다음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됩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나중'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그 자체입니다.






¹ KOSIS, 「아파트 매매 실거래 중위가격」, 2025년 3월. ² World Bank, Housing Prices, Affordability, and Government Policy in Korea, 한국주택은행 대출자 대상 PIR (a) = 4.66. ³ 한국은행, 경제통계연보 및 ECOS, 예금은행 수신금리, 1980 ~ 1990년 정기예금 금리. ⁴ 지표누리(국가통계포털) 국가발전지표, 1980 ~ 1990년 경제성장률. ⁵ KB부동산 통계포털,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2024년. ⁶ 통계청 예비 자료, 2024년. ⁷ OECD, Society at a Glance 2024: Korea Country Note, 2024년. ⁸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4년 발표. ⁹ 교육부 지방교육재정알리미, 2023~2024년 기준 폐교 현황. ¹⁰ 보건복지부, 2023 지역보건의료계획 분석·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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