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그 미래란 대체로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라는 이름으로 요약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곧장 국영수 학원이 시작되고, 중학교에선 선행학습과 내신 경쟁이 일상처럼 자리 잡습니다.
예체능이나 기술에 흥미를 보이는 아이에게도 돌아오는 말은 대개 같습니다. “그건 나중에 취미로 해” 이처럼, 모두가 하나의 정답만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질문은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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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상위권 대학 진학은 대체로 좋은 소득과 안정된 직장으로 이어집니다. 부모들이 불안을 안고서도 입시 경쟁에 올인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사회 구조적으로 그렇게 설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떤 일을 오래 하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던질 시간은 좀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야 전공이 맞지 않다는 걸 깨닫고, 졸업을 앞두고 “내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며 방황하는 청년들을 우리는 너무 자주 보게 됩니다.
실제로 수능을 두 번 치르고 명문대 공대에 입학했던 한 학생은, 졸업 직전에야 자신이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하고 싶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늦게 찾은 만큼 다시 배워야 했고, “왜 이제야 알았을까”라며 수없이 되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특정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청년 취업 경험자 중 전공과 ‘매우 일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약 27%에 그쳤으며, 반대로 ‘매우 불일치’한다고 답한 비율은 약 37%로 가장 높았습니다. ¹.
또한, 한국 직장인의 평균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 중 41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². 이는 전공 일치율이 여전히 낮을 뿐 아니라, 취업 이후에도 삶의 질 개선이 충분하지 않다는 반증이며, 졸업과 취업 이후에도 많은 청년이 지속적인 불안을 겪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걸 해보라”는 말은 현실 감각이 부족하거나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여전히 학벌과 직장은 사회적 안전망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 하나의 길만 존재하는 것처럼 아이들을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중요한 건, 지금처럼 '단 한 번의 실패'가 곧 인생 전체의 실패로 이어지는 인식과 구조를 바꾸는 일입니다. 다양한 길을 가도 괜찮다는 인식, 적성을 천천히 찾아도 괜찮다는 여유를 사회가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부모와 교육이 할 수 있는 첫걸음은 크지 않습니다. 지금 아이가 무엇에 몰입하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그것에 대해 묻는 것입니다. 점수가 아닌 방향을 함께 찾는 태도가 그 아이에게 훨씬 값진 삶의 의미를 찾아줄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과 직업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습니다. 결국, 아이가 자신의 길을 조금 더 일찍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응원 아닐까요?
¹ 통계청,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² Blind Index of Employees’ Happiness (한국노동연구원·Blind), 2023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