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즐기기 변천과정

올해가 어떠했든 모두가 행복하기를~~~

by 하루

징글벨~~징글벨~~

거리에 음악이 넘쳐흐르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유년시절은 가난했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음악만으로도 풍요롭고 행복했다.

크리스마스만큼은 충분히 넘치도록 풍요로웠다.



어린시절부터 내가 싫어했던 특별한 날들이 있었다.


- 명절. 설이고 추석이고 명절은 그런 날이였다.

얼마나 더 가난한지를 느끼게 해주었고 부잣집 할머니집에 인사드리러 가서 억지로 고기를 먹어야 됐는데 그때마다 그게 고역이었다.

"아휴.고기 좀 더 먹지. 그것도 못 먹어!"

할머니의 마음은 알겠지만 그 속엔 묘한 뉘앙스가 들어 있었다. 거기엔 눈치보며 하루종일 일했을 엄마의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 생일

아무도 내 생일을 모른다. 교회에선 2월까지는 생일축하를 해주다가 내 생일때쯤 흐지부지가 된다. 그래서 어느날 초등학교 때

처음으로 엄마에게 500원을 달라고 했다.

아무도 모르는 내 생일. 나라도 축하해주자.

과자파티를 혼자 신나게 했다. 딱 하루만!


- 어린이날

도대체 이 쓰잘데기 없는 날은 왜 만들어서?

없는 친구들은 더 쓸쓸하다. 개쌍욕이 나왔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만큼은 한달내내 설레고 행복했다. 캐롤송으로 마음은 촉촉하니 젖었고

한달내내 파티였다.

눈까지 오면 천국이 여기겠지!


그러다 교회를 다니면서 크리스마스는 진짜 파티가 되었다. 손꼽아 기다린다.

크리스마스에 올릴 무대 작품 속 무엇이 될지 고민하고 주인공 아니여도 준비하는 것부터가

설렘이었다. 그러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교회신도들 집을 캐롤송을 부르며 방문하고

사탕, 과자, 헌금 등을 받아오고 교회에서 밤새도록 선물꾸러미를 만들면 이건 절정이였다. 기타치는 교회오빠는 멋져 보였고 다같이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 새는 모든 과정은 파티 그 자체였다.

이 모든 일들은 초등 고학년이 되면서부터였다.

가장 황금기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동안의 삶의 모든 고난함은

예수님의 탄생으로 다 지워졌고 한 해를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힘차게 준비하도록 도와주었다.


길거리의 캐롤송과 교회에서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나를 천국의 계단 아래 서게 해주었다.







저작권의 중요성이 화제가 됐고

길거리 캐롤송이 사라지기 시작한 날부터

나에겐 크리스마스가 사라졌다.

한달내내 파티였는데...

음악이 사라지자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가진 사람.

성향이 E인 사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사람들에게만 의미가 생겼다.



나는 안타깝게도 종교를 버렸고 결혼을 했다.


결혼을 하자

내가 싫어하는 끔찍한 날 중의 하나로

크리스마스가 추가가 되어버렸다.


-명절

-생일

-어린이날.어버이날

-크리스마스

-새해첫날


모든 것들을 뺏겨 버렸다.

밥을 먹다가도

"뭐하냐? 물 떠와라!"

"뭐하냐? 과일 깍아라!"

"밥 안 먹고 뭐하냐!"

밥 한 숟가락 다시 뜨려면

"정신 안 차리고 뭐하냐? 고기 떨어졌다"

"너 잘 났다!빨리 설거지해라!"

"와!맨날 내 생일 같아. 행복해!"하는

옆지기 옆에서 나는 비아냥을 들으며 그 끔찍한 시간들을 보내야했다.


크리스마스랑 명절이 오면 지끈지끈 머리가 아파왔다. 도대체 왜 한달내내 명절이고 크리스마스인데?

주말에도 모이고 평일에도 모이고...

'힘들어!'하는 내 말에 옆지기는 화를 냈다.

너 때문에 짜증난다고...


동서가 들어오고 돌아가며 명절마다 응급실행 하다가(응급실 다녀오면 다시 일의 시작이다!)

결국 동서가 머리끄뎅이를 잡지 않았지만 입으로 시어머니와 머리풀어 헤치고 싸우고 나서야 조용해졌다. 동서 화이팅!


평화로운 명절과 조용한 크리스마스가 왔다.

물론 바로 오지 않았다.

내 옆지기는 조선에서 날아온 효자 꼰대여서.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간 날.

후련했는데...

난 쓰러졌다. 급성위출혈로 병원에 일주일 입원했고 이혼하기 싫었던 옆지기는 말도 안되던 생활비를 드디어 올려주고 잘 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미안하다'는 말은 안했다.

대신 이젠 매주 시댁에 가지 않아도 됐고

크리스마스도 집에서 쉬어도 됐다.





저작권이 중요해도 크리스마스만큼은

길거리에 넘치도록 캐롤송을 틀어주면 안될까.

아무리 가난하고 슬퍼도

한달내내 음악만큼은 배부르게 들을 수 있게.


그럼 누군가 그때의 나처럼

성냥을 팔아도 귀만큼은 호강하지 않을까.

그럼 힘든 한 해가 따뜻하게 마무리되고

새해를 준비할 수 있게.

교회에 가지 않아도

예수님의 탄생으로 사랑이 넘쳐흐르도록.


이제는 의미가 없어진 크리스마스.

그나마 크로스핏을 만나면서

크리스마스에 의미가 생겼다.

올해는 오픈짐은 없지만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와드'

뒤져버렸어~~ 아직도 내내 근육통 퍼레이드!


그래도 좋다.

종교없는 나에겐 이렇게라도 축하를 해주니

1/1은 새해 첫날을 기념하는 오픈짐을 한다.

크로스핏과 시작하는 새해 첫날.

기대해보겄으~~~

오늘은 단촐하게 집에서 넷플과 함께.

울 가족끼리 족발 파티~~~

좋아좋아.

그래도 아쉽다.


길거리 캐롤송이 사라지면서

크리스마스는 그냥 먼나라 얘기가 됐다.

제발 부탁인데 길거리캐롤송 안되나요?

어린 시절의 나처럼 누군가에겐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을 적셔주고 희망을 주고

한번은 기다리고 싶은 특별한 날일 수도 있는데...안되겠지? 저작권도 중요하니까.


크리스마스마저 빈부격차가 생긴 느낌이다.


그래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마음속으로 힘차게 캐롤송 부르고

내년은 올해보다 더 멋진 해가 될꺼라고

기대해보자구요~~

아무도 안 챙겨줘도 괜찮아요.

내 자신을 내가 챙겨주면 되니까요.


메리크리스마스~~♡♡♡♡♡



<사진:제미나이 3.0 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