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모든 힘이 쭈욱 빠져나가는 순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있는 순간, 엄청 즐겁지도 않지만 엄청 슬프지도 않은 순간, 뇌가 말랑말랑한 순간, 모든 감각들이 잠든 순간, 꿈을 꾸는건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가는 순간을 사랑한다.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하염없이 나른하고 몽롱한 이 기분을 사랑한다. 사랑하는데엔 아무런 힘도 필요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온몸으로 느끼고 이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그 어떤 때보다 평온하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한 불안도, 확실치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다. 그냥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이 순간이 좋고, 내 눈앞에 있는 사람들이 좋고, 살아있는게 좋을 뿐이다. 나는 어떠한 걱정도, 불안도 없다. 더 신나고 더 미친듯이 춤추고 더 날뛰고싶다. 그러다가 지치면 기절하듯 쓰러질 것이다. 그러다가도 불현듯 현실에 부닥친다. 나를 괴롭게 하는 이의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잔적도 없는 잠에서 깨어난다. 온 감각은 다시금 깨어난다. 가시가 돋아나듯 내 몸의 모든 신경이 곤두선다. 나의 머릿속은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모든 현실의 문제들을 끌고 들어와 나의 머릿속을 움직이게 한다. 날 괴롭게 하는 것들을 무시할 수 있게 내 머릿속은 다시 작동하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란다. 스트레스 받게 하는 외부의 요인들을 다 없애버릴 순 없겠지만, 그 요인들에 신경쓰지 않게 하면 되는것 아닌가? 나는 다시 약을 먹고싶다. 몽롱한 기분에 취해 내 머릿속이 작동하는 것을 멈춰버리고 싶다. 그러면 나는 살고싶을 것이다. 그렇게 사는건 사는게 아닐 지도 모른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하겠지만, 그렇게 해서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꼭 건강하지 않아도 되지 않나? 어차피 제정신으로 사는건 고통으로 가득할 뿐인데. 꼭 미친사람으로 살면 기쁨이 기쁨이 아닌가? 더 많이 먹고싶다. 의사선생님은 절대 남용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러고싶다. 그렇게 평생 괴롭지 않은 쾌락으로만 가득한 삶을 꾸리고싶다. 더이상 그렇게 살 수 없다면 살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순간을 힘주어 사는 것은 내게 이젠 의미가 없다. 나는 몸에 힘이 쭈욱 빠진 상태로,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감각들은 잠을 자고 있는 상태를 원한다. 현실에서 깬 미래의 나는 걱정 따위 되지 않는다. 지금의 나는 너무 좋다. 그냥 살아있는게 좋다. 아무런 걱정도 불안도 없다. 난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는게 마냥 싫던 나는 이제 아무생각없이 그들과 대화하고 즐거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나에 대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관심도 없다. 난 그저 말하고 보고 느끼고 할 뿐이다. 머릿속은 생각하는 작업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냥 짐승처럼 당장의 즐거움과 쾌락을 쫒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