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늘의 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도밤 Jan 18. 2024

석주연(2022), 언어라는 세계

한국어의 빛깔을 소개하는 가장 친절한 대중서


25p. “화성인의 언어로 지구의 언어들을 관찰해보면 동일하게 보일 것(놈 촘스키)” 언어는 표면적으로만 차이를 보일 뿐 인류의 언어와 사고는 보편성을 가진다

33p. '휘게(hygge)'와 '모키토(mokito)' 그리고 '눈치', 각자의 언어가 가진 그 문화만의 단어

59p. ‘숫자’는 시간을 직관적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보완. 숫자의 발명과 함께 탈신체화된 계산이라는 행위.

64p. 시간의 공간화는 계속 변화하는 것을 인간의 인식 구조 안에 붙잡아 두고 이해하려는 욕망에서 비롯

150p. 밀수범의 코드전환. 같은 언어를 사용하여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 코드전환은 의사소통의 목적 달성을 위한 것.

174p. 술 좀 그만 먹으라는 영조의 마음. 보여주면 누구나 재밌어 할 자료 <어제경민음>

181p. “군자의 모양은 자늑자늑하니” 이상적인 생활 속 교양과 일상의 태도를 백성들에게 제시해 주었던 <소학>

199p. 교린수지로 한국어를 공부했던 구한말 외교관 애스턴




언젠가 언어학 수업을 하게 된다면 나누고 싶은 얘기들이 있다.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 둔다.

피진과 크레올로 보는 '언어 본능(스티븐 핑커)' 얘기도 하고 싶고, 필라테스 강사의 '마쉬다' 소리를 듣고 떠오른 감상도 얘기하고 싶고, 한반도 바깥에 있는 우리말의 다양한 모습도 소개하고 싶다.


우리 삶에서 '언어'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것이 값지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마따나, 누구나 언어에 관심이 있고 말의 역사에 대한 본능적인 호기심이 있다.

공기와 같이 당연한 언어를 새삼스럽게 들여다 보면 무궁히 많은, 즐겁고 신기한 얘깃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언젠가 하게 될 언어학 수업에서 석주연 선생님의 책을 함께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는 외국인들이 우리에게 우리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묻고 싶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 또한 타일러의 인터뷰를 보고 비슷한 생각을 했다.

언어 공부의 비법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 똑똑한 외국인은 언어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배게 하는' 것이 '배우다'이고, 언어를 몸에 배도록 해야 익힐 수 있다는 뜻이었다.

'배우다'가 '배다'의 사동이 맞는지는 따져 봐야겠지만, '끼다:끼우다' 따위의 패턴에서 유추하고 말의 어원을 분석하려 한 고도의 언어 직감에 적잖이 놀랐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 단순히 여행용 의사소통을 하고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수준을 넘어, 언어 자체에 대해 깊이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이 발동될 수 있다.

언어를 정통하게 안다는 것은 그 언어로 이루어지는 세계를 알게 되는 일과 비슷하다.

한국어의 빛깔을 다루는 이 책은 한국어라는 세계를 알게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어 역학서와 신소설 자료, 구한말 애스턴의 한국어 공부 자료 등, 저자가 그동안 다루었던 재료들과 써 왔던 글들을 알고 있다.

오랜 시간의 연구와 관심과 고민이 쌓이고 어우러져 흔치 않은 '언어 대중서'가 나왔다.

깊이와 재미를 두루 갖춘, 훌훌 넘겨지는 이런 책을 나도 언젠가 꼭 쓰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장지연(2023), 한문이 말하지 못한 한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