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두 아이― 엉뚱한 녀석들에게 매일 당하는 집사 이야기 ―
검은색 털이 어둠에 녹아 보이지 않다가,
불빛이 스치는 순간 펩시가 번개처럼 튀어 나가고,
뒤따르는 콜라는 달릴 생각은 없다는 듯,
풀잎 냄새를 맡으며 마치 산책이 아니라 꽃구경을 나온 표정.
펩시가 흙먼지를 툭툭 날리자,
그 먼지는 콜라의 황토색 털과 절묘하게 섞입니다.
그 모습이 꼭 “털 관리? 오늘은 포기!” 선언한 날 같았죠.
… 물론, 그 뒷감당은 나의 몫이지만,
걷다 보니 계절이 스쳐 지나갑니다.
봄은 벚꽃 향기를 뿌리며 왔다가
여름은 태양빛을 등에 지고 당당하게 입장하며,
한여름 땡볕은 기세 좋았지만,
비가 내리자 바로 꼬리를 내리고 한 발 뒤로 물러섭니다.
이제 바람은 슬슬 차가워지고,
은행잎은 “드디어 우리 출근할 차례” 하듯 노랗게 물들이려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듭니다.
올해를 돌아보면
‘잘 살았다’보다 ‘조금 더 잘할 걸’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합격.
왜냐면 오늘도 우리는 웃고 있었으니까요.
집에 돌아오면 ‘펩시 쇼타임’이 시작됩니다.
소파 한가운데 궁둥이를 딱 붙이고 앉아
“멍멍!” — 공을 가져오라는 절대명령.
공을 하나 가져다주면,
슬쩍 굴리다 소파 끝에 올려놓고
코로 ‘툭’ 밀어 바닥으로 떨어뜨립니다.
그리고는 다시 “멍멍멍!”
눈빛은 레이저, 고개는 거만하게 까딱—
‘집사, 이거 명령이야’라는 뜻입니다.
내가 못 들은 척하면?
나를 한번 힐끗 바라보고,
달려가다 살짝 다친 척 “껭!” 하고 울더니,
찌푸린 얼굴로 집사로서 형편없다는
경고를 날립니다.
그러고는 슬쩍 다가와 내 손을 톡 물고 갑니다.
이쯤 되면 공을 줍는 건 내 운동이자 벌칙.
이 집에서 누가 진짜 주인인지 나는 이미 압니다.
그 사이, 콜라의 작전이 발동됩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표정으로 고기를 노리며,
눈에는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한 눈물,
귀는 축 늘어진 채로 내게 다가와 앞발로 툭툭—
“콜라 줘라” 하는 무언의 협박(?)입니다.
그런데 신호가 떨어지는 순간,
쳐진 귀를 번쩍 날리며 오빠에게 달려갑니다.
빈틈을 정확히 찔러 한 점을 덥석!
“야—!” 하는 소리에 몸을 돌리며
다시 한 점을 재빠르게 물고 달아납니다.
펩시는 그 광경을 보고
‘뭐야, 나도 해야 하나?’ 하더니
놀던 공을 멀리 던져 지원사격.
콜라는 그 틈마저 이용해 전리품을 완벽하게 확보합니다.
콜라의 연기와 작전은, 100% 성공이죠.
그리고 나는 또 웃으면서 당합니다.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
밤 산책길의 달빛,
바람 속에서 춤추는 두 아이의 그림자,
그리고 집 안 가득 번지는 발자국 소리와 ‘멍멍’ 소리.
시작되는 가을을
펩시의 시간과 콜라의 순간으로 채웁니다.
내 기억 상자에는 오늘을 묻고,
앨범 속에는 그 웃음을 담아 넣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아마 훗날 이 날들을 떠올리면,
그때의 달빛과 바람, 그리고 장난꾸러기 두 녀석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입니다.
그 기억만으로도 나는 또 기꺼이 당하러 나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