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어제 블로그에 댓글이 달렸다.
여행지에서 자주 들렀던 식당이 폐업했다는 소식이었다.
한국에 와서도 가끔 생각날 만큼 사장님의 미소가 밝고, 맛은 더더욱 훌륭했던 곳이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
가끔이라기엔 제법 많이 사라져 버리곤 한다. 기억 속의 현실은. 그렇기에 상상이 더욱 소중해진다.
상상의 나래가 동해 바다처럼 넘실거리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그 수많은 방법 중 유명한 걸 꼽자면, 단연 여행이 맨 앞에 온다.
그런데 말이다, 해외여행은 SNS에 올라오는 소식지처럼 마냥 밝진 않았다.
그저 선명했다.
경고! 필자는 멍텅구리에 대가리 꽃밭!
대학생 딸이 혼자서 해외를, 그것도 한 달이나 다녀오겠다고 했다. 말하고 바로 눈앞에서 비행기표를 끊었다.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을까.
어머니께서는 여권 번호 잘 보라며 조언해 주셨고, 아버지께서는 본인의 신용카드 할당 금액이 남았으니 그걸로 결제 후 입금하라고 하셨다.
그렇게 내 호주행이 결정되었다. 2시간 만에.
일단 여행 키워드로 들어오신 분들께.
100% 토종 한국인이 혼자서 각각 30일, 40일 해외여행 후 '이건 정말 필요했다!' 하는 물품이 몇 가지 있었다.
1. 햇반과 통조림 김치.
햇반 용기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한 1인 그릇이다. 재활용 엄청 잘 된다! 또한 통조림 김치는 식초 맛이 강해서, 밥과 먹기에 아주 좋다. 한 젓가락만 집어도 '아, 내 헤모글로빈에는 KOREAN이 새겨져 있구나' 한다.
2. 어댑터
어댑터인지 멀티탭인지. 하여튼 한국 - 여행지 이렇게만 호환되는 1구짜리를 챙겼다. 편의성도 편의성이나, 아예 충전을 못하는 대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몇몇 나라(특히 호주)의 경우, 너무 큰 멀티탭은 무게 중심 문제로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스위치 때문에 들리는 경우가 왕왕 있다.
3. 비누
장기 숙소에서 머문다? 이왕이면 비누를 챙겨가자. 컴팩트하게 모든 부위를 해결할 수 있다.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건 덤이다!
3. 젓가락과 가위
젓가락 있으면 좋고(숟가락은 어느 문화권이든 있지만, 젓가락은 아니다.) 수건도 한국 수건 한 장쯤은 챙기자. 마트 들러서 다 만져 봤는데 메이드인 코리아가 최고더라.
가위! 손톱깎이 세트에 든 조그만 거라도 상관없으니 일단 가위! 포장이 빡빡한 게 뭐 그리 많은지. 요긴하게 잘 썼다.
4. 네고!
에어 비앤비를 이용한다면 '기간별 가격을 확인', '호스트에게 어필(리뷰 잘 쓰고, 깨끗하게 씀 등등)로 네고'를 추천한다. 약 100유로를 깎았다!
5. 옷
옷은... 사람 몸이 하나라는 걸 명심하자. 못만 줄여도 어깨가 안 무겁다.
6. 샤워
호주는 괜찮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샤워기 필터가 필요했다. 머리카락이 뻑뻑해서 원래 빠질 머리였는지, 뽑혀 나온 불쌍한 애들인지 구별을 못하겠더라.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무래도 이거다.
7. 마인드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마인드.
사실 위의 모든 물품은 현지에서 조달 가능하다. 돈이 좀 많이 깨질 뿐이지.
비행기 표 예매 후 남은 한 달.
호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봐도 순서가 참 뒤죽박죽이다.
뭐, 어떤가. 내 인생이 언제나 질서 정연하고 바둑반처럼 네모반듯하게 이루어질 리는 없으니.
그때 나는 마냥 밝았다. 그저 가슴이 뛰었다. 스스로가 '마당을 나온 잡초'인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