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여행이 좋아
홀로 지내다 보면 취향이 단단해진다.
혼자서 오직 나 자신만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낯선 환경이라면? 재화가 한정되어 있다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
가장 나에게 좋은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어떤 향신료를 좋아하는지, 돌 해변과 모래 해변 중 어디에서 가슴이 뛰는지 매일매일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주의! 필자는 대가리 꽃밭에 멍텅구리!
여행은 비수기와 성수기로 나뉜다. 버스나 기차 예매는 무조건 통로 자리인 나로선 당연히 비수기가 최고다.
사람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 부류가 있는 반면, 기가 빨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처럼.
비수기가 뭐가 좋냐.
첫째, 혼자다. 와!
모든 길을 개척해야 한다. 공원을 찾으려 길을 잃고, 폼페이 유적에서 마음껏 상상한다.
둘째, 저렴하다.
이탈리아 경유 왕복 비행기가 가격이 무려... 40만 원! 그래, 진짜 이 가격이었다.
셋째, 외롭다.
왜 이 감정이 장점이냐, 결국은 이겨내기 때문이다. 가족은 영원하지 않다. 슬프지만. 정말 그렇다. 24시간 내도록 붙어 있을 사람, 스스로와 살아가는 법을 체험할 수 있다.
내가 얼마나 멍청하고, 눈앞에 놓인 기회도 놓치는지, 가끔 얼마나 대담해질 수 있는지...
두 눈 크게 뜨고 확인할 수 있다.
여행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개가 있다. 이미 블로그에 적었고, 정말 '멍텅구리의 여행'이라서.
호주까지 갔는데 코알라도 없는 쪼끄만 공원을 두 번씩 가고, 어디 교외의 중고 서점에 뛰어드는 거, 별로 안 궁금하시잖아요.
거기서 사 먹는 스시가 가성비 짱이고 영화관 좌석이 낡았다거나 반미 샌드위치가 맛있다거나. 음, 내가 한 일이지만, 대중성은 꽝이야.
... 이제 한계다.
사실 휴재를 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이 천 자 남짓이 뭐라고 부담스러운 건지.
고작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몰입하다 보면 으레 착각하고 만다.
내가 뭐라도 된 양, 내가 이 세상 모두에게 중요한 무언가를 하는 듯한, 거대한 착각.
고 3병이라고도 부르던가. 그 시기는 애저녁에 지났건만 왜 또 나는 멍청해지고 있는 걸까.
그래, 시험기간이다. 또다시.
'멍텅구리야, 넌 할 수 있어!' 이런 단단한 말의 주어가 고작, 고작 시험이라니.
멋진 대작도, 가슴 뛰는 여행도 아닌, 고작 마우스 달칵거림 몇 번이라니.
시험에 집중하다 보면 다른 요소들은 멀어진다. 식당 지문 인식을 엄지로 했는지 검지로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가끔 밥을 먹었는지도 까먹는다. 과호흡이 호흡성 알칼리증이라는 걸 고르기 위해 의식주가 빈곤해진다.
며칠 뒤면 까먹어버릴 정보값으로 꽉꽉. 이외의 분야는 텅텅.
내 머리는 이만하면 잘 굴러가는지라 여기에 불만은 없다.
(가져봤자 갈아 끼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또 이러고 있는 게 씁쓸해서. 이왕 들어온 학교 졸업은 하려고 한다만, 네 세계가 나날이 좁아져서 살짝 힘들다.
내가 쓴 소설의 에필로그를 다시 봐야겠다.
덧. 저스트 메이크업! 1화부터 3화까지 정신없이 몰아봤다. 흑백요리사와 진행이 비슷해서일까, 몰입감이 장난 아니더라.
오늘부터 2라운드 시작인가. 오늘은 일찍 자든, 공부를 하든 해야 해서 아마 다음 주에나 볼 수 있을 듯하다.
제일 기대되는 건 바비! 흠흠, 바비 팬으로서 어떤 바비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내 바비는 끝없는 자유로움인데, 역시 스테레오 타입 일려나? 완벽한 금발 벽안에 핑크?
그렇다면 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바비의 영원한 라이벌, 라켈! 이 나올 수도 있고, 바비 애니메이션에서 차용한 콘셉트이면 좋겠는데.
쓰고 보니 이번 글은 일기나 다름없네. 이해해 주시길, 오늘은 상태가 정말로 메롱이다. 가방에서 텀블러가 폭발했고, 목감기 코감기에 걸렸으며, 속도 좋지 않다. 수업 때는 무려 발표 지목을 당했다.